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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3. 시간 참 빨리 가네요.

2014. 6. 22. 17:03 | Posted by inu1ina2

아이고… 참 오랜만에 글을 쓰네요. 여행 중에는 하루라도 여행기를 안 쓰면 불안 불안했는데, 집에 있으니 게을러지기가 한이 없습니다. 마지막 글이었던 작년 7월 이후의 일들을 좀 끄적여보겠습니다.

…..

막상 지난 일을 쓰려니 또 딱히 할 말이 없네요. 어쨌거나 제일 중요했던 일은 일로나와 혼인신고를 한 일입니다. 일 년 가까이 한국어학당을 다니던 일로나가 매일 같이 등교해야 하는 학교생활에 지루해하던 차였습니다. 일 년의 네 학기가 있는 어학당의 수업료도 무시할 수 없었고요. 그리고 어차피 계속 한국에서 살 거면 그렇게 스트레스받으며 한국어를 배울 필요도 없을 것 같아 어학당을 그만두기로 했었죠. 그런데 학교를 그만두면 비자를 연장할 수 없으니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이미 진작부터 사실혼 관계나 마찬가지였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참 멋없게 혼인신고를 하기로 결정한 셈이 되었죠.

그런데 외국인과의 혼인이 마냥 순조롭게 될 턱이 없습니다. 이런저런 서류와 공증절차를 뭐 그리 요구하는지… 특히 세르비아 대사관을 통해서 받아야 하는 세르비아 서류들이 제때에 도착하지 않아서 결국 일로나가 본국에 가서 받아왔더랬죠. 그것도 시간이 촉박해 공항에서 바로 시청으로 달려가 혼인신고를 했습니다. 그래서 혼인신고를 기념한 첫 사진 속의 일로나는 여독에 피곤한 모습이 역력합니다. 1005844_562283077142867_1916937252_n 그렇게 우리는 정식 부부가 되었습니다. 식은 오는 10월에 올릴 예정입니다. 내 멋대로 살기로 결심한 이후 결혼이란 건 남의 일로만 치부했었는데, 제게도 이렇게 기회가 주어지네요. 일로나와 함께 잘 살아볼랍니다.

그리고 나선 평범한 일상이 이어졌습니다. 저는 영상 프리랜서로 하던 일을 하고, 일로나는 영어 학원 파트타임이나 개인 영어 과외를 하며 지내지요. 여기저기 산책도 하고, 1381159_581846888519819_831840346_n치맥에 푹 빠진 일로나 때문에 주말이면 치킨과 맥주를 마십니다. 오랜만에 야구장도 갔는데, 야구를 처음 보는 사람에게 야구 규칙을 설명하느라 혼났습니다. 1229996_10151658978398806_1682728361_n가끔은 시청에 가서 촛불도 들곤 하지요. 474886_546548868716288_1496422177_o한번은 파자르칙에 사는 일로나의 친구가 신문 한 페이지를 보내줬었습니다. 블로그를 열심히 읽으신 분들도 벌써 까먹었을지 모르는 불가리아의 작은 동네 파자르칙은 일로나가 자원봉사는 했던 곳이고, 우리가 처음 만난 곳이기도 합니다. 그곳 신문에 우리 얘기가 실렸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작은 동네 신문이라 어지간히 기삿거리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우리는 즐거워하며 기사를 읽고, 구글맵으로 우리가 걸었던 길을 다시 걸었습니다. 그리곤 언젠가 꼭 다시 한 번은 그 볼 것 없은 작은 동네 파자르칙에 가자고 얘길 나눴습니다. 무의미가 유의미로 바뀌는 건 언제나 이렇듯 한순간입니다.  1276921_724750854208282_215739714_o우리나라에 세르비아인이 적다보니 세르비아 대사관에서 주최하는 세르비아 국경일 행사에 초대를 받아 간 적도 있습니다. K리그에서 뛰는 축구선수들도 오곤 했다던데 이번 시즌엔 세르비아 축구 선수들이 다 경상도 지역에 있어서 그런지 축구선수들은 없더군요. 그보다 저처럼 세르비아 여성분과 결혼한 비슷한 연배의 친구가 있어서 우리끼리 행사가 끝난 후에 술자리를 가지며 우리만이 나눌 수 있는 얘기를 많이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일로나도 상대 여성분과 한국 남편에 대한 불평을 터뜨리며 신나 하더군요.1602200_10152292275397238_1770722705_o일로나도 저도 추위를 싫어해서 겨우내 집에만 웅크리고 있다가 하도 몸이 근질거려서 가까운 필리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보라카이 비행기가 저렴하길래 마음이 동해서 덜컥 질러버렸죠. 보라카이가 예전엔 신혼여행지였는데 세부퍼시픽이나 제스트항공을 인수한 에어아시아 직항이 생겨서 요즘엔 많이들 가는 것 같더라고요. 신혼여행지였어서 인지 물가가 상대적으로 비싸더군요. 특히 숙박물가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여행 짬밥이 있는데 어수룩하게 손내미는 데로 다 줄 순 없는 노릇이지요. 찾아보면 다 방법이 있게 마련입니다. 시간만 잘 맞추면 프로모션 기간이 아니라도 일 인당 20만원 아래로 에어아시아 비행기 티켓을 구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다른 곳은 모르겠지만, 에어아시아 필리핀행은 왕복으로 최저가 가격인 날을 알아보고 그 날 오고 가고를 편도로 따로 끊으면 몇만 원은 더 절약할 수 있어요. 어쨌든 보라카이는 바닷가에 늘어져 있기는 참 좋더군요. 너무 관광지화돼버린 주변환경은 썩 맘에 들지 않았지만, 보라카이를 불평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1185688_10152038846683806_338108011_n 1655965_10152038846928806_1044589310_n 10001318_10152038847123806_1087251552_n

여행하면서 많은 친구들을 만났었죠. 그 만남이 여행의 큰 기쁨이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기쁜 만남이 딱 그때뿐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것이 참 아쉬웠었습니다. 계속 연락을 주고받고, 가끔은 만나서 어울리기도 하고, 그러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죠. 누군가는 큰 맘먹고 먼 거리를 움직여야 하니까요.

4월쯤인가.. 캄보디아 쁘놈뺀에서 머물렀던 세바스티안의 집의 홈메이트였던 동명의 세바스티안이 한국에 왔었드랬죠. 미국에서 만난 여자친구가 우리나라 재미교포분인데, 지금 한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어서 여자친구를 보려 온 것이었습니다. 친구가 잊지 않고 연락을 해서 서로의 연인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10289819_10151937471080771_1468519104837851597_n

세바스티안뿐만 아니라 베이징에서 만났던 스페인 친구 다비드도 만났습니다. 그 친구는 업무 차 한국에 왔다가 업무를 끝내고 우리나라 자전거 여행을 한다기에 업무를 보는 동안 자전거를 맡아줬습니다. 마음먹은 데로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은 아니지만, 서로가 서로를 잊지 않으면 이렇게라도 인연을 이어갈 수 있을 겁니다.

그나저나 출판 얘기를 좀 하고 싶은데, 이게 할 얘기가, 우여곡절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그 얘기는 나중에 따로 한번 정리를 해야 할 듯해요. 어쨌거나 드디어 제 여행이야기가 책으로 나올 것 같습니다. 7월쯤에 출간이 될 것 같아요. 송구스럽게도 여행 때 응원해주셨던 것처럼 다시 한 번 성원을 부탁드리고 싶네요. 그럼 책이 출간될 때 또 뵙도록 하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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