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Plan Korea
Columbia
Scott

“Your baby.”4

칼레드 호세이니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The Kite Runner]의 첫 장면을 보면, 작가인 주인공의 아내가 남편의 새로 나온 책을 보며 이렇게 말하죠. 호세이니의 소설을 좋아하는 일로나가 얼마 전에 출간된 책을 보며 제게 그렇게 말하더군요.

“Your baby.”

책을 쓰느라 고민도 많았고, 스트레스도 좀 받았지만 그것이 산고의 고통과 비견될만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정성이 덜 했는지 택도 없는 것 같은데… 그래도 그 이상의 기다림에 가슴조린 건 사실이에요. 여행 끝난 지는 2년이 넘었고, 초고를 끝낸지는 1년 반이 지났으니 참 오래 기다렸죠. 중간에 출판사가 바뀌는 등 우여곡절이 좀 있었습니다. 그 얘긴 혹 여행기를 출판하고 싶어하는 분들을 위해 따로 한번 정리를 할 생각입니다. 생각보다 그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요.

어쨌든 드디어 책이 출간됐습니다. 블로그에 끄적이는 것과 책을 쓰는 것은 좀 다른 문제이기도 하고 책이라는 걸 처음 쓰다 보니 여러 고충이 있더군요. 그 중에 제일 어려웠던 부분이 어떤 에피소드를 넣고, 어떤 에피소드를 뺄 것인가 하는 문제였어요. 저야 여행 중 겪었던 많은 사건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지만, 그 모든 사건이 다른 이에게도 흥미를 줄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많은 고민을 했고, 딱 50가지의 에피소드로 글을 썼었습니다. 그게 원고지 1600매가 나왔어요. 한 권을 만들기엔 너무 많고, 두 권으로 만들기엔 좀 적은 분량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독서량이 좀 부족하기도 하고, 여행 에세이가 워낙 많다 보니 출판사 측에서는 한 권으로 만들었으면 하는 눈치더군요. 그럼 1200매로 줄여야 한다는데 4분의 1을 줄이려니 그 또한 큰 고충이었습니다. 에피소드를 빼자니 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친구들에게 배신하는 기분이 들어 괴로웠습니다. 결국 에피소드 2개만 빼고 내용을 줄이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글의 디테일한 부분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 좀 아쉽긴 합니다.6

책이 나오길 기다릴 땐 빨리 책만 나왔으면 속이 시원하겠다 싶었는데, 책이 나오니 또 사람들이 얼마나 재미있게 읽어줄까 하는 조바심이 납니다. 이래저래 처음 겪는 일들은 예측을 할 수 없어 괜한 걱정거리를 만들곤 합니다. 더 이상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그냥 마음 편히 지켜보는 수밖에요. 그저 재미있게 읽어주시길 바랄 뿐입니다.02

그리고 저는 지난 달에 일로나와 식을 올렸습니다. 비자문제 때문에 혼인신고를 한지가 벌써 일년이 지난 터라 싱숭생숭하거나 그러진 않았어요. 일로나도 기본적인 것만 원했고 양가가 서로 소통이 안 되는 상황인데다가 결혼 문화도 다르다 보니, 별다른 압박 없이 우리끼리 알아서 기본적인 식만 올렸지요. 꼭 다툼이 생긴다는 결혼 준비도 그렇게 별 탈없이 잘 넘어갔습니다. 앞으로 행복하게 사는 일만 남았네요.5

책도 나오고 여행 중 만난 인연과 결혼식도 올리고… 개인적으론 그 길었던 여행이 이제야 끝이 났구나 싶은 마음이 듭니다. 여행을 계획하고부터 지금까지 한 5년 반 동안 이 여행 속에 푹 빠져 지냈던 것 같습니다. 행복했지요. 이 행복 속에 계속 머물고 싶지만 곧 유효기한이 다가오겠지요. 영원한 건 없으니까요. 유효기한이 다 한 착각의 행복에 빠져들기 전에, 아직 유효기한이 남아있을 때 새롭게 건너 탈수 있는 행복거리를 궁리해야겠습니다. 유효기간이 아주 긴~ 걸로다가 말이죠.

그럼 그 동안 응원해주셨던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그리고 책 좀 사주세요^^. 01

직접 찾아가기 귀찮으신 분들 위해.. 책 구매 링크.
Yes24
교보문고
알라딘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Post Production > After Travel' 카테고리의 다른 글

C#6. 새로운 여행을 떠나기 전에  (8) 2015.06.29
C#4. 팔라우 여행  (2) 2014.09.03
C#3. 시간 참 빨리 가네요.  (8) 2014.06.22
C#2. 얼추 일 년  (18) 2013.07.10
C#1. 여행 종료 후 석 달  (15) 2012.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