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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가끔이라도 이 블로그에 방문하시는 분이 계실까 싶지만, 혹 그런 분이 계실지도 모르고, 저 또한 (괜히) 여행 후의 이야기를 나누겠다 했으니 오랜만에 다시 한 번 끄적여보겠습니다.

지난번에 책이 출간되고, 결혼했다는 소식을 전해드렸었죠. 책은 기대와 달리 예상대로 잘 안 팔리고 있습니다.
‘출판사가 너무 홍보를 안 하네.’
‘사재기나 해대고, 출판계가 아주 엉망이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이렇게 책을 안 읽을까.’
별의별 핑계를 찾아가며 불평을 터트려보지만 결국 제 글솜씨가 좋지 않은 탓이겠지요. 뭐 어쩔 수 있나요? 그래도 한 생 살면서 세상에 내 책 한 권 냈다는 만족감은 있으니 그거라도 잘 챙겨놓으렵니다. 하여 한번 정리하려 했던 여행기 출판 과정도 생략합니다. 성공하지 못한 사례를 늘어놓고 싶지도 않고, 좀 삐치기도 해서요. 그럼 결혼 이후의 이야기로 넘어가지요.

10월에 식을 올리고, 겨울이 되기 전 집을 구하려고 여기저기 많이도 돌아다녔습니다. 가진 것도 없는 데다 전세대란이 어쩌고, 저쩌고… 그렇다고 월세를 구하자니 고정수입이 없는 게 불안하고… 돈 빌리는 거 정말 싫어하는데 어쩔 수 있나요. 대출을 알아보는 수밖에요. 대출이자도 만만치 않으니 최소한의 금액으로 집을 찾아 헤맸습니다. 정말이지 지하철 끝자리에 위치하는 서울 외곽은 다 돌아다녀 본 것 같아요. 발품을 많이 팔아서 그런지 턱도 없는 금액으로 나름 만족스러운 소박한 집을 구해 이사했습니다. 엄마 집에서 분가를 하는 거라 뭐 그렇게 살 게 많은지, 한 집에 뭐가 그렇게 많이 필요한지.. 정말 저희는 딱 필요한 것만 산 건데도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결혼할 땐 양가 어른들의 별다른 의견 없이 저희 뜻대로 간소하게 올려서, 결혼 준비하는 게 힘들다고 난리 치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직장 다니면서 결혼식 준비와 더불어 집 구하는 일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면 골치 좀 썩겠구나 싶더군요.

마침 제가 홍콩익스프레스 항공사에서 진행했던 사진 공모전에서 당첨됐는데, 당첨 상품이 하필 이사를 진행하는 그즈음까지 써야 하는 항공권과 숙박권이었어요. 처음엔 이사 끝나고 집 말끔히 정리하고 여행 갔다 오면 딱 좋겠다 싶었거든요. 한데 대출문제 꼬이지, 집 주인아저씨 일 처리 속 터지지… 결국 짐 대충 쌓아놓고 부랴부랴 여행길에 올랐습니다._MG_7284

홍콩은 기대한 대로 별 볼 일 없었습니다. 공항에서 시내로 진입할 때 펼쳐지는 고층 빌딩 숲이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다룬 영화 속 모습과 흡사해 흥미로웠지만, 그거 이상 없더라고요._MG_7216

애초에 쇼핑은 관심도 없는 데다 물가도 저렴하지 않은 도시라 제겐 여행하기 좋은 곳이란 생각이 안 들었습니다. 공짜가 아니었으면 관심도 두지 않았을 거예요 아마… 저희는 바로 마카오로 넘어갔습니다. 마카오라고 별다를 게 있을까마는 대학교 시절부터 니가 세네 내가 세네 술 대결을 펼쳤던 절친한 선배가 마카오에서 살고 있었거든요.

선배의 가족과 함께 마카오 여기저기 둘러보고, 저녁엔 오랜만에 거나하게 한 잔. 오랜 친구와 여러 주제를 놓고 심각한 듯 희희낙락거리는 술자리. 아~ 행복한 순간이죠. 여행이든 삶이든 언제나 사람과의 어울림이 가장 큰 즐거움입니다. _MG_7028_MG_6989_MG_7021_MG_6964_MG_7042

일로나가 한국어학당을 다녔을 때 만났던 마카오친구와도 만났고요._MG_7062

그리곤 다시 홍콩으로 넘어왔습니다. 그래도 여행을 왔으니 중요 포인트는 찍어야겠죠. _MG_7075_MG_7115_MG_7200_MG_7211_MG_7152_MG_7173_MG_7233

뻔하디뻔한 구경거리들 사이에서 그나마 만족스러웠던 건 맛있는 맥주들. 홍콩이 면세 지역이라서 그런지 우리나라에서는 비싸게 파는, 그나마도 구하기도 힘든 트라피스트 맥주들을 적당히 먹을만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었다는 겁니다. 마트에 가 보니 종류도 엄청 많아서 또 홍콩에 갈 기회가 생기면 맥주를 테마로 잡고 가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 날도 더운데 또 땡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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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간단히 홍콩, 마카오 여행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어질러진 짐들을 후딱 정리하고 새집에서 둘만의 오붓한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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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친구들과 광란의 집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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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따구로 2014년을 보내고 2015년을 맞았습니다.

통상적으로 거쳐야 하는 관례들을 다 치르고 나니, 2015년은 새해부터 지금까지 별 특별한 일 없이 무난하게 흘러왔습니다. 그 말인 즉, 몸이 또 근질근질 해졌다는 얘기죠.그리하여 다시 오랜만에 여행다운 여행을 떠납니다. 정확히 두 달짜리 중국, 라오스, 태국을 거치는 여행이 될 겁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9월에 이번 여행 이야기를 써내려갈까 생각하고 있어요. 혹 전부터 이 블로그의 여행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으셨던 분이라면 9월에 또 찾아주시길 바래요.

 

그리고.. 책 두 권만 소개해드릴게요.

첫 번째는 김수영 씨의 [당신의 사랑은 무엇입니까]
http://www.suyoungkim.com/#!Books/zoom/mainPage/image_rxm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서 머물 때 카우치서핑을 통해 어떤 한국분이 자기도 트빌리시에 있다며 만나자고 연락이 왔었어요. 무척이나 지루했던 때고 오랜만에 한국말도 하고 싶어 그러자고 했는데, 제가 핸드폰이 없어서 서로 2~3일 헛걸음만 하고 못 만난 적이 있었었죠. 여행기에도 그 내용이 남아있어요. 한참 지나서 알고 보니 그 분이 바로 위 책의 저자분이셨죠. 보아하니 나름 매스컴을 탄 분이시더라고요. 어쨌든 그게 인연이 되어 제가 출판사와의 계약이 꼬여 책 출간이 늦어지고 있을 때 제게 큰 도움을 주셨어요. 다 방면에 재주가 많으신 분 같으니 관심 갖고 지켜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두 번째는 김은덕, 백종민씨의 [한 달에 한 도시] 유럽편, 남미편
https://www.facebook.com/1city1month
부부인 저자가 책 제목 그대로 각각 한 달씩 여러 도시에서 살아보는 컨셉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울란바토르 외곽에서 45일 동안 게르에서 지낼 때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거든요. (생각만 하고 있으면 꼭 누가 먼저 하죠.) 그런데 제 생각과 비슷한 컨셉의 책이 나와서 보니 저자가 아는 친구더라고요. 저자 중에 김은덕이라는 친구를 아는데요. 군대 시절 휴가를 나와서 선배(위에 등장한 마카오 선배)에 끌려 무슨 영화 모임에 간 적이 있어요. 그 모임에 고등학생 여자애들이 몇 있었거든요. 저도 고등학교 졸업한 지 고작 2~3년밖에 안 된 주제에 그 아이들을 보며 ‘야~ 요즘 애들 정말 당차게 사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했던 친구들이었어요. 그 친구 중에 위 책의 저자인 김은덕이라는 친구가 있었고요. 그 뒤로 군대 전역하고 한 번인가 두 번 더 만난 것 같은데… 어쨌거나 그 때 그 모습 그대로 당차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참 흐뭇합니다.

사실 지금 소개하는 두 책 모두 아직 읽어보지 않았어요. 그저 어떻게 어떻게 건너 건너 아는 친구들의 책이라서 소개하는 겁니다. 우리나라 독서량이 워낙 적어서 그 가끔 읽는 책은 대부분 베스트셀러 위주가 될 수밖에 없죠. 제가 제 책을 바라보면서 세상에 얼마나 많은 책이 자신의 존재도 알리지 못하고 사라져 갈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 책도, 독자에게도 슬픈 일이죠. 그래서 그냥 아는 친구들의 책이니 소개를 해보는 겁니다. 제가 읽어보지 않았으니 추천을 드릴 순 없지만, 이런 책이 있으니 한 번 관심은 가져줍사 해보는 겁니다.

어쨌든 이번 글은 이것으로 마무리하고, 다음엔 따분한 일상이 아닌 흥미로운 여행 이야기를 들고 오겠습니다._MG_7012

마지막으로.. 마카오에 굴국수가 있는데, 맛이 기가막힙니다. 해장에 아주 딱! 혹 마카오에 가시거든 시도해보시길… 사진을 보니 또 군침이 도네요._MG_6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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