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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버스를 타고, 다시 페리를 타고, 또 미니 밴을 타고 드디어 코싸무이 라마이 비치에 도착한다. 코싸무이는 큰 섬이라 여기저기 비치가 많다. 차웽비치라는 곳이 유명하다는데 그만큼 분주하고 시끄러울 것 같아 두 번째로 긴 해변인 라마이 비치 끝자락에 숙소를 예약했다. 사실은 이쪽 숙소가 제일 저렴해서 온 거다.

코싸무이 해변은 그냥 보통 수준이다. 물 때깔도 보통이고, 모래가 밝지 않아서 푸른 빛도 보통이다. 꼬싸무이는 (푸켓을 포함하면) 내가 와본 여섯 번째 태국의 섬이다. 작은 섬의 청정함은 없어도 태국의 섬은 어디든 충분히 즐길만한 무난한 모습은 보여준다. 더 좋다는 섬을 고려해보기도 했지만, 서쪽 섬들은 우기에다 시기상 닫힌 섬도 있고, 작은 섬은 그만큼 물가도 비싸서 적당히 물가와 편의를 위해 이곳을 택했다. 왜냐하면 이제부터 우린 아무 데도 안 가고 이곳에서 여행을 마칠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2~4일 간격으로 너무 빨리빨리 움직였다. 이곳에서 한번 주구장창 늘어질 생각이다.

우선 오늘 하루 예약한 숙소에 짐을 풀고 더 저렴한 숙소를 찾아다닌다. 오토바이를 빌려 이 비치 저 비치 돌아다니며 비교할 생각은 벌써 집어치우고, 귀찮음에 근처 방갈로 몇 개만 비교해본다. 이미 온라인에서 이곳이 제일 저렴할 걸 확인했다. 마침 근처에 해변이 바로 보이는 더 저렴하고 좋은 방갈로가 있다. 방값을 더 깎기 위해 장기 숙박의 조건을 걸고, 17박 숙박비를 한꺼번에 계산해 버린다. 이제 빼도 박도 못하고 이곳에서 지내야 한다. 어디 한번 지루함의 끝을 맛봐보자!

숙소는 내일 옮기기로 하고, 원래 숙소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드디어 바다에 첨벙. 사실 한국에서 출발한다면 꼬싸무이보다 보라카이가 비행기 삯도 저렴하고, 물 때깔도 더 좋다. 근데 보라카이는 물이 좀 차서 오래 있으면 춥더라. 태국의 해변은 더위를 시킬 만큼 시원하고, 오래 있어도 춥지 않을 만큼 미지근해서 좋다. 이 미지근한 물에서 물 반 육지 반의 생활을 시작한다.

이쪽으로 오는 길에 루앙프라방에서 먹었던 신닷 고기 뷔페와 똑같은 식당을 발견했다. 그럼 당연히 먹어줘야지. 같은 뷔페를 5년 전 꼬창에서 5,000원 정도에 먹었었다. 루앙프라방에서 8,500원이나 하길래 좀 올랐나 싶었다. 이곳의 가격은 역시나 159바트(약 5,200원). 우리나라에도 9,900원짜리 고기 뷔페가 있는 마당에 라오스에서 8,500원이면 너무 비싼 감이 있다. 태국의 가격이 정상이라 본다. 맛은 그저 그렇다. 아무리 태국이라 한들 5천 원짜리 무제한 뷔페의 고기가 좋아 봐야 얼마나 좋겠나. 단지 이곳에서 파는 서양식 아침 식사가 120~200바트에 달하니 상대적으로 나은 것뿐이다.

배 터지게 배를 채우고 방갈로로 돌아온다. 배는 부르고, 시원한 바닷바람에 밤 파도 소리가 철썩철썩. 이게 천국이 아니면 무엇이랴. 내일 옮길 숙소엔 냉장고가 있다. 그 말은 즉, 이 천국에 시원한 맥주가 더해진다는 말씀! 아~ 씨발 행복해.

이튿날, 숙소를 옮긴다. 방이 널찍하니 마음에 든다. 배낭의 짐을 다 빼서 옷장과 테이블에 정리한다. 17일 동안 여기서 머문단 말이지. 카우치서핑이나 그 밖의 커뮤니티를 통해 그 이상의 기간도 한곳에 머무른 적이 있긴 하지만, 독립적인 공간에서는 길게 머물러 본 적이 없다. 그것도 10m 앞에 바다가 있는 방갈로. 약간 마음이 설렌다.

짐을 다 정리하고 방콕에서 큰 맘 먹고 구입한 스노클링 장비를 들고 바다로 들어간다. 역시나 상업화된 해변의 바닷속은 감동을 주지 못한다. 특색 없는 물고기, 다 죽은 산호 쪼가리들, 애초에 뭐 대단한 걸 보자기보다 긴 기간 뭔가 놀 거리를 하나 더 추가하기 위한 것이었기에 큰 실망은 없다. 그렇게 한동안 물속에 머리를 처박고 논다. 숙소에 돌아와서 낮잠 한숨. 그리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간다. 이 짓을 17일간 해야 한다는 얘기.

해 질 무렵. 1km 떨어진 테스코라는 대형마트에 간다. 과일, 빵, 잼, 맥주 등을 바리바리 싸들고 돌아와 냉장고를 채운다. 그리고 테라스에 앉아 어두워진 밤바다를 보며 맥주 한 잔. 아~ 좋~다!

방갈로가 해변 끝자락이고, 우기 때문인지 사람이 별로 없다. 주변 방갈로도 손님이 없어 어둑어둑. 우리 방갈로 테라스에 등을 끄면 주변이 깜깜해진다. 아무도 안 보인단 말이지? 아무도 없는 한적한 작은 섬에서나 즐길 수 있는 것. 난 경험이 있지만 일로나는 처음이란다. 그럼 해봐야지. 우린 재빨리 옷을 벗어 던지고, 어두운 밤바다로 들어간다. R.E.M의 노래를 흥얼거리게 되는 나잇스위밍.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뛰어든 밤바다에서의 나잇스위밍. 내가 해변 바로 앞에 있는 방갈로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집 앞에 해변은 경사가 너무 완만해서 수십m는 걸어 들어가야 겨우 허리춤까지 물이 찬다. 

전부 모래사장도 아니고 반은 돌이나 산호라서 맨발로 다니기엔 좀 불편한 면이 있다. 그게 우리에겐 오히려 다행인 것이 다 죽어빠진 산호라도 그 주변에 고기들이 모여들어 스노클링을 하는 재미가 있다. 처음엔 탁한 물 때깔에 고기의 종류가 다양치 못해서 실망스러웠지만, 할 일이 없어 계속하다 보니 좀 더 천천히 자세히 보게 되고, 전엔 무심코 지나쳤던 작은 생물 하나하나를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뭔가 궁하면 궁한 데로 방법을 찾게 마련인가 보다. 

숙소 앞에 야자나무에 해먹이 걸려있다. 

한참 바닷속에서 놀다 나온 후엔 해먹에 늘어져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을 하거나 낮잠을 잔다. 예전엔 해먹에 누워있는 게 자세도 안 나오고 영 불편해서 이게 보기에나 근사한 거였구나 싶었다. 딱히 할 일이 없어 계속 해먹에 눕다 보니 어느샌가 자세가 잡히고 이게 너무 편하다. 나무 그늘 해먹에 누워 솔솔 부는 바람에 잠이 스르륵 오면 천국이 따로 없다. 거기에 푸른 바다와 파도 소리까지. 해먹에 누우면 보는 사람도 그렇지만 세상 참 팔자 편하게 사는구나 하는 자세가 바로 나온다. 그리고 내 마음도 한층 여유로워지는 게 느껴진다. 나야 원래 그렇게 사는 놈이지만, 그 느낌을 더 강하게 실어주니 이것 참 요상한 물건이다.

해먹에 누워 한참 사람들을 구경하는데 요사이 며칠 이곳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처음엔 젊은 여자들이 그렇게 많이 돌아다니더니(그래서 좋았는데…) 오늘은 중년의 부부와 아이들이 많이 보인다. 우리가 묶는 방갈로도 손님이 우리뿐이었고, 옆 방갈로엔 손님이 많았는데, 오늘은 우리 쪽 방갈로에 손님이 꽉 차고, 주변엔 손님이 없다. 이게 사나흘 본 인상으로 이곳의 분위기를 설명하면 안 되겠구나 싶다.

해변 끝에 자리하고 있어서 그런지 가끔 토플리스 차림의 여자들이 보인다. 유럽에서는 해변 끝자락에 자연스레 누드비치가 형성되는 걸 봤었다. 아시아권에서는 아무래도 현지 예절이 있어서 그 훌륭한 문화가 없나 보다 싶었는데, 이곳의 여행객이 죄다 서양인들이라 그런지 가끔 그런 모습이 나타나나 보다. 어쨌든 꼭 그런 분위기 때문은 아니지만! 대부분 시간을 반라의 상태로 지내다 보니 자연스레 많은 사랑을 나누게 된다. 사실 이번 여행엔 작은 목표가 있다. 난 그 목표를 위해 삼 개월 전부터 임시 금연을 시작했고, 이번 여행 중엔 피임을 하지 않고 있다. 루앙프라방에서 임신테스트기를 샀을 때 하필 그날 일로나가 생리를 시작하는 바람에 사용하질 못했다. 곧 다시 배란기가 다가오는데, 지금의 분위기라면 이번엔 성공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더 높은 출산율을 위해 누드 비치 활성화를 고려해봐야 하지 않을까…? 라는 쓸데없는 공상을 해본다.

마치 데자뷔인 것처럼 같은 날이 계속되고 있다.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 아무론 아무런 생산적인 활동 없이 본능적으로만 생활한다. 한평생 이렇게 살아간다면 어떨까? 여유로운 것도 좋지만 한편으론 너무 끔찍하다. 이런 끔찍한 마음은 내가 받은 교육 때문일까? 인간의 본성이 그러한 걸까? 맨날 곁에 끼고 살았던 인터넷을 켜지 않으니 들어오던 정보가 없어 더 무료한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차라리 그게 좋다. 인터넷에 접속해봐야 광복 70주년이라고 나오는 기사들이 다 병신같은 내용뿐이니 차라리 이 나태함이 심신에 더 이롭다. 

“나름 장기 여행을 하니까 어때?”
“좋아. 집에 가고 싶지 않아.”
“접때는 그립다며?”
“맛있는 커피, 빠른 인터넷, 푹신한 침대, 내 공간, 그런 게 그리워.”
“그럼 그런 게 충족되면 돌아갈 필요가 없는 거네?”
“그래서 한국에서 잘살고 있잖아.”
“맞다. 넌 다른 나라에서 사는 거였지...” 

요즘 같아선 정말 우리나라를 떠나고 싶은 정도로 나라가 깝깝하다. 더 깝깝한 나라에서 온 일로나는 한국 생활에 만족하고 있지만, 원래 다른 나라에서 지내는 동안은 그 나라가 어찌 됐건 상관없기 때문에 신경 쓸 일이 줄어든다. 요즘 가끔 드는 생각은 만약 우리가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는 당연히 오리지날 한국인으로 대접받긴 힘들 게 뻔하다. 우리의 아이는 다른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너네 나라 가!’라는 소릴 듣겠지. 우리가 부유하지 않는 이상 더 그럴 테고. 그럼 난 이런 나라를 계속해서 목숨 걸고 지켜야 하는 조국으로 삼아야 하는 걸까? 작금의 상황이라면 우리나라가 더 포용력 있는 사회로 변화하길 기대하긴 힘들 것 같은데… 골치 아프다.

매일 똑같은 반복이 지겨워 여행사에 가서 투어 프로그램을 살펴본다. 딱히 특별한 건 없어 보인다. 꼬타오 투어와 앙통 마린 투어가 그나마 눈에 들어온다. 난 꼬따오는 가 봤기 때문에 앙통 마린 투어로 결정한다.

새벽같이 일어나 픽업 차량을 타고 스피드보트를 타러 간다. 부두 앞에 준비된 간단한 토스트를 먹고 스피드보트에 승선한다. 

꼬싸무이에 온 후 구름은 있어도 푸른 하늘이 안 보인 적은 없었는데, 오늘따라 햇볕 구경하기 힘들 정도로 하늘에 구름이 꽉 들어찼다. 하필 큰 돈 주고 투어하는 날 날씨가 이 모양이라니. 날이 흐려서 파도도 꽤 있다. 그 파도 위를 빠른 속도로 달리는 스피드보트가 엄청나게 쿵쾅거려 허리가 다 아플 지경이다. 

그렇게 한 시간이나 달려 앙통 마린 파크 주변에 도착한다. 물이 정말 맑다. 흐린 날이 더 원망스럽다. 가이드가 빵 조각을 몇 개 던지자 고기가 엄청 몰려든다. 

우리도 물에 뛰어들어 스노클링을 시작한다. 깨끗하고, 고기도 많고, 재미있는데 투어 보트들이 너무 많아 사람이 너무 많다. 발을 찰 때마다 사람들이 걸려 좀 불편하다. 

그렇게 한 시간을 놀고 다른 섬으로 이동해서 에메랄드 레이크를 보기 위해 섬에 오른다. 한 100m 정도 언덕에 올라 보는 경치가 멋지긴 하지만 그리 대단하진 않다. 

다시 다른 섬으로 이동. 섬 주변에서 카약킹을 한다. 

자유롭게 움직이게 하지 꼭 줄을 세워 움직이게 한다. 모두 열에 맞춰 움직여야 해서 뒤처지지 않으려 노만 젖게 된다. 강에서 하는 카약킹은 강물에 스스로 움직이기라도 하지, 바다에선 계속 저어야 하니 보기엔 재미있어 보여도 10~20분 지나면 노 젖기도 귀찮고 힘들기만 하다. 간단히 섬 주변을 돌고 점심시간. 투어 광고 리플릿 사진에 있던 그 화려한 뷔페는 어딜 갔는지 초라한 점심상에 조금 화딱지가 난다. 장사를 이 따구로 하다니. 점심 식사 후 또 다른 섬 해변에 가서 마지막 휴식 시간을 가진다. 사람이 살지 않는 국립공원 섬이라 기대가 컸는데, 무슨 성분 있는지 물이 우윳빛이라 물 때깔은 숙소 앞 해변보다 더 탁하다. 우윳빛 해변에서 대충 시간을 보내고 다시 스피드보트를 타고 돌아온다.

숙소로 돌아와 돈 계산을 해보니 좀 남을 것 같아 오늘은 근사한 저녁을 하기로 한다. 라마이 비치의 중심가로 가서 오랜만에 싸구려 식사가 아닌 모둠 바베큐를 주문한다. 와! 비싸고, 맛있다.

라마이 비치 중심가엔 무에타이 링이 있다. 그곳에선 매주 주말 저녁에 무에타이 경기가 열린다. 링 주변에 설치된 간이 바에서 음료든 술이든 마실 걸 하나 시키면 무료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난 격투기를 실제로 본 적이 없어서 호기심을 갖고 한 자리에 앉는다. 관람 무료인 대신 바에서 술을 시켜야 하는 조건인 만큼 진중한 분위기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흥청망청한 분위기다. 경기 시작 전 별로 보고 싶지 않은 레이디보이들의 댄스 공연이 펼쳐진다. 그리고 시작되는 경기. 엔터테인 요소가 많다는 인터넷 정보를 보고 합을 맞춰 하는 미국 프로레스링 정도려니 했는데, 진지한 태도로 실제 타격이 이뤄지는 리얼 파이트다. 

격투기 관람이 처음이라서 그런지 2라운드 중반 강력한 니킥에 복부를 부여잡고 뒹굴며 고통스러워하는 선수를 보자 이게 단순히 스포츠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얼굴이 찌푸려진다. 승자와 관중들의 환호 아래 바닥에서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는 선수에게서 눈이 떼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두 번째 경기는 열 살 내외의 아이들 경기다. 온갖 성적인 단어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바의 상표와 그 티셔츠를 입고 술을 파는 여자들과 외설스런 몸동작을 펼치는 레이디보이들 그리고 한 손에 술병을 들고 환호하는 관중들이 지켜보는 링 한가운데서 생을 건 듯한 눈빛으로 상대방을 향해 펀치와 킥을 날리는 꼬마들.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인간은 정말 몹쓸 동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찰라, 일로나가 “Somebody stop them!”하고 외치는 바람에 잠깐 머쓱해진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일로나의 외침은 사람들의 환호에 묻히고, 꼬마들의 주먹질, 발길질은 멈추지 않는다. 당장 자리를 뜨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으나 이게 마치 중학교 때 처음 본 포르노 영화처럼 얼굴이 일그러지면서도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자극을 준다. 어쩌면 자극이라기보다 대중 속에 나를 숨기고, 같이 공감한다는 면죄부를 손에 쥔 비겁함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남자, 아이, 여자, 아이, 여자, 남자 선수들의 경기를 연이어 보면서 점점 격투기의 첫인상에 대한 소견보다는 경기 자체에 집중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렇게 무뎌져 가는 것인가? 이제 포르노를 봐도 그것이 목적하는 그 이상도 이하도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어쨌든 처음 접하는 실제 격투기 경기는 그리 상쾌한 구경거리는 아니었다.   

“왜 갑자기 그렇게 외쳤어.”
“애들이 너무 불쌍하잖아.”
“내가 얼마나 당황했다고.”
“그래? 미안해. 나도 모르게…”
“아니야. 그래서 내가 널 사랑하는 거야.”   

진짜 난 이런 측은지심을 가진 아내가 자랑스럽다.

이제 슬슬 이곳을 떠날 때가 다가오고 있다. 여행을 마무리할 때가 되면 항상 집에 빨리 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요즘은 날씨도 계속 흐려서 더 그렇다. 

남은 돈으로 마사지 열심히 받고 맛있는 거 먹고… 두 달이면 그리 긴 기간도 아닌데 언제 중국 여행을 했는지 까마득하다. 집에 돌아가서 며칠 지내다 보면 또 언제 여행을 했나 싶겠지. 그래서 또 여행 계획은 세울 거고… 그렇게 사는 거지 뭐.

마지막 밤. 언제나처럼 맥주 한 병을 비우고 깜깜한 밤바다로 뛰어들어간다. 비가 내리지만 무슨 상관이랴. 잘 놀다 간다 꼬싸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