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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다시 방콕으로 돌아왔다. 껑과 미리 약속을 한 터여서 터미널에서 도착해 껑에게 전화를 건다. 하지만 껑은 일 때문에 태국 북부에 와 있다며 아내인 씨미에게 말해뒀으니 씨미가 데리러 나올 거라 한다. 아~ 자식 상황이 이러면 그냥 다음에 다시 만나자면 될 것을… 괜히 여럿 귀찮게 만드는 것 같아 미안하다. 사실 미안한 것도 미안한 거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남은 시간을 보내게 생겼다. 생각과 다른 게 아니라 아무런 할 일이 없게 생겼다. 껑의 집은 방콕 외곽이어서 주변에 볼 것도 없고, 대중교통도 멀리 있어 자가용이 없으면 움직이기가 어렵다. 껑이 일 보느라 메일 시내로 가기 때문에 그의 차로 나가서 놀다가 저녁에 들어오면 되겠다는 계획이었는데 다 틀려먹었다.

씨미가 터미널로 온다. 전에 같이 식사도 하고 해서 반갑게 인사 하고 껑네 집 쪽으로 간다. 먼젓번에 묶었던 레지던스 호텔에 또 방을 잡아준다.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하라 하는데 이거 미안해서… 씨미와 헤어지고, 날이 너무 더워 에어컨 나오는 방에 틀어박힌다. 우선 컴백홈에 대비해 쌀과 커피를 주문하려는데 뭐 이리 지랄 같은지… 핸드폰 문자 인증을 할 수 없어서 졸라 씨발 욕이 터져 나올 정도로 엑티브X와 씨름을 한 끝에 한 시간이 걸려 간신히 주문에 성공한다. 언제까지 이따위 시스템을 사수하려는지…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정말 열불이 솟아오른다. 진짜 나라를 좀먹는 몹쓸 놈들이 아닌가!

여행 기간 중 엄마의 생일을 지나쳐서 생일 선물을 사러 가야 한다. 씨미에게 부탁해 함께 짜뚜짝마켓에 간다. 항상 이거 하나 집에 있으면 좋겠다 싶었던 태국의 삼각쿠션. 우리 집은 아니어도 엄마에겐 딱이다 싶다. 동남아 지역의 쇼핑이 대부분 흥정에 따라 가격이 다르듯 인터넷상의 정보로는 적정가격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천차만별이다. 이런 때 현지인이 함께 있는 건 큰 힘이다. 씨미가 대신 흥정을 해줘서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삼각쿠션 하날 구입한다. 

여기저기 가격을 알아보고 싶었지만, 남 쇼핑 따라다니는 것만큼 짜증 나는 일도 별로 없는지라 씨미에게 괜한 짜증을 주고 싶지 않았다.

쇼핑후엔 태국 샐러드인 쏨땀을 먹음직스럽게 파는 가게에 손님이 많아서 우리도 자리에 앉는다. 

쏨땀도 맛이 좋지만, 남자들이 전통 장식에 웃통을 들어내고 서빙을 보는 게 재미있어 유명한 가게인 것 같다.

밥을 먹고 지난번에 갔던 캐리커쳐 친구들에게 간다. 알고 보니 캐리커쳐 화가 중 한 명이 씨미의 동생이었다. 껑도 처남을 통해서 이 친구들과 가까워졌나 보다. 쇼핑 도와달라고 끌고 나온 게 내심 미안했는데, 씨미도 동생 보러와서 좋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떠나는 날. 늦은 밤 비행기여서 시간 좀 보낼 겸 집 근처에 있는 사원을 한번 둘러본다. 그러고 보니 난 방콕에 여러 차례 왔는데 왕궁이니 사원을 가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뭐 딱히 관심도 없고, 항상 더워서 돌아볼 의욕도 없어서였을 거다. 지역에 있는 사원으로 다른 유명한 사원을 판단할 순 없지만, 역시나 특별히 볼만한 구석은 없다.


숙소로 돌아와 짐을 싸고 나온다. 씨미가 와서 차에 짐을 싣고, 편하게 공항까지 간다. 씨미와 서울이든 방콕이든 다시 만나길 약속하고 헤어진다. 우리도 곧 비행기에 오른다. 이렇게 또 한 여행을 끝내는구나…

후기>
집으로 돌아온 다음 날. 일로나는 루앙프라방에서 샀던 임신테스트기를 뜯었다. 그리고 테스트기엔 두 줄이 빨간색이 나타났다.
2012년 여름, 여행을 떠난 사람은 혼자였으나 여행에서 돌아온 사람은 둘이었다.
2015년 여름, 여행을 떠난 사람은 둘이었으나 여행에서 돌아온 사람은 셋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