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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밤새 비가 내리고 아침에 그쳤다. 우리도 어제처럼 아침을 먹고 사원 구경에 나선다. 왓야이차이몽콜이란 사원인데 어제 본 왓마하탓과 더불어 이곳에서 손꼽히는 볼거리란 얘길 들었다.

툭툭을 타고 사원에 도착하니 어제와 다르게 이른 시각인데도 사람이 꽤 많다. 아마 그룹투어의 시작점이지 않나 싶다.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사원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제 본 사원과 다르게 대부분 불상과 건물이 온전한 상태다

여전히 사원으로서 기능하고 있어서 기도를 올리는 현지인의 모습도 많이 보인다

인후도 어제와 다르게 유모차에서 내려 사원 주변을 뛰어다닌다

구경하는 사람이 많아 번잡해서 그런지 내게는 어제 둘러본 왓마하탓의 허허로움이 더 맘에 든다. 예상과 다르게 작은 규모여서 금방 둘러보고 집으로 돌아온다.

숙소에 들어서면 방 옆에 바로 수영장이 있어서 인후는 문밖에만 나서면 무조건 수영장으로 먼저 뛰어간다. 며칠 놀더니 자신감이 붙었는지 수영도 못하는 게 겁 없이 물에 뛰어들려 한다. 이참에 수영 좀 가르칠까 싶어 물속에도 넣어보고 하지만 놈은 좋아라 하면서도 숨을 내쉴 생각은 안 하고 물만 들입다 마셔댄다. 어쨌든 아이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빡빡한 건물로 둘러싸인 집에서 커가는 아이가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껑과 아내 씨미가 방콕에서 숙소로 찾아온다. 오늘 저녁을 같이하기로 했었는데 바쁜 일이 있다며 점심을 먹자고 일찍 왔다. 미리 봐둔 식당이 있는지 중심가에서 조금 벗어난 외곽으로 데려간다.

오래되고 자주 보는 사이는 아니지만 몇 번 기회가 있었을 법도 한데 이렇게 부부동반 모임처럼 한 자리에서 같이 식사를 하는 건 처음이다. 껑과 씨미가 알아서 주문하고 나는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인후를 따라다니며 잡아 앉힌다. 곧 근사한 타이식 정찬이 차려진다

먹어보고 싶었던 꿍파오도 등장한다. 아유타야에선 꿍파오가 나름 명물인 것 같다.

즐겁게 식사를 하며 마치 오래된 친구마냥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다. 인후가 돌아다니니 자연스레 아이 얘기가 많이 나온다. 친구들은 다음 주에 병원에서 시험관아기 시술을 한다고 한다. 아들, 딸 쌍둥이를 낳았으면 한다면서 우리 둘째가 딸임을 축하해준다.

껑은 원래 주문을 받아 에코백이니 티셔츠, 우산, 텀블러 같은 기업의 판촉물을 제작하는 사업을 한다. 이게 가족 사업 같은 거라 발을 뺄 수가 없는데, 본인은 도시 생활이 싫어서 지금은 태국 북부 지방에 땅을 사서 농사를 하고 있다. 아이를 낳으면 전원생활을 하고 싶단다. 그래서 요즘엔 방콕과 농장이 있는 치앙마이를 왔다 갔다 하며 생활하고 있단다. 인후가 크면 방학 때 한 달 정도 껑네 농장에 가서 지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이번에도 농장에 놀러 갈 계획이 있었는데, 일로나 임신 상태나 짧은 여행 일정, 먼 거리 등으로 해서 다음으로 기약했다. 계속 관계를 유지할 좋은 친구이니 언젠간 그럴 수 있으니라 생각한다.

즐겁게 밥을 먹고 호텔로 돌아온다. 껑은 자기를 일이 있어서 지금 작별인사를 하자며 모레 자기 친구가 공항에 데려다줄 거라 일러둔다.

, 씨미와 인사를 나누고 우린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수영장에 뛰어든다

껑이 날이 좋으면 왓차이라는 사원에 선셋 보러 가라 했는데 오늘내일 날 맑을 일은 없을 듯하다. 귀찮기도 하고..

일로나가 계속되는 태국 음식에 물렸는지 서양식 디저트를 먹고 싶어 해서 가까운 카페를 찾는다. 와플에 아이스크림. 거기에 꿀. 디저트 문화가 있는 나라 사람이다 보니 한동안 단 음식을 안 먹으면 뭔가 부족함을 느끼는 것 같다.

디저트를 먹고 나와 하도 할 일이 없어서 괜히 우리가 묵고 있는 아우디아 호텔 옆에 있는 살라아유타야 호텔에 가본다. 이곳에서 손꼽히는 호텔인듯한데 전체적으로 팬시하고 고급스러운 면이 있으나 수영장이 작고 사람이 많아 우리에겐 아우디아 호텔이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격도 꽤나 비싸고... 아이 없는 커플이라면 살라 아유타야도 좋을 것 같다.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 주변은 주거지가 없고 호텔과 식당, 가게들뿐이다. 뒤로는 강이 흐르고 앞에는 복잡한 대로가, 대로 건너편엔 그냥 벌판이다. 그래서 조용히 걸을만한 골목길이 없다. 물론 뜨거운 햇살 탓에 근사한 골목길을 걸어도 특별한 감상에 젖기보다 끈적끈적한 땀에만 젖을 게 분명하지만, 타국의 낯선 골목길 산책이 주는 그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없어 많이 아쉽다. 다음번엔 호텔 주변 지형도 좀 살펴보고 숙소를 정해야겠다.

마지막 조식을 먹고, 마지막 수영을 한 후 체크아웃한다. 껑이 보내준 차를 타고 방콕으로 간다. 우선 껑네 집에 들른다

오늘 치앙마이 농장에 간다던 껑은 병원 예약이 내일로 잡혔다며 집에서 대기 중이다. 차려준 점심을 먹고 3년 전과 같은 집 근처에 있는 작은 호텔을 잡아준다여긴 도심과 대로에서 덜어진 주택가라 어딜 나갈 수도 없고 해서 돌아다니고 싶어 안달하는 인후를 데리고 근처 놀이터로 간다. 열대 지방의 놀이터라 그런지 주택가인데도 나무가 울창하다

자연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은 좋은데 모기가 많아 짜증 난다.

숙소로 돌아와 인후를 재우고 혼자 나가 먹거리를 산다. 태국은 길거리 음식점이 너무 많아서 취사 선택하기 참 좋다.

한국에서 정보를 찾다가 마담행이라는 태국 브랜드의 비누가 좋다는 글을 읽어서 껑에게 몇 개만 사다 달라 부탁을 했는데 이놈이 24개나 사왔다. 수화물 추가를 안 했는데 짐을 어떻게 싸라고...

그 사이 에어아시아로부터 비행기가 1시간 45분 연착된다는 메시지를 받는다. 낮이면 모를까 한밤중에 두 시간은 골치 아프다. 이미 꿈나라에 있을 인후가 수속밟고, 출국 신고할 때, 비행기 탑승할 때, 비행기 이륙할 때 계속 깰 텐데 어찌하나. 애가 고생이다.

자정에 껑이 택시를 불러준다. 매번 많은 신세를 진다. 인사를 나누고 공항으로 간다. 자다 깬 인후는 사람이 많지 않은 텅빈 공항을 제 세상인 양 뛰어다니며 잘도 논다.

다음 여행은 또 언제나 떠날 수 있으려나... 다음엔 애 둘을 데리고 다녀야 한다. 아이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