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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4. 팔라우 여행

2014. 9. 3. 22:29 | Posted by inu1ina2

얼마 전에 우연치 않게 팔라우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많이들 찾는 나라도 아니고, 심심하기도 하고 해서 팔라우 여행 이야기를 한번 끄적여봅니다.

팔라우가 필리핀보다 가까운데 저가항공이 뜨지 않아서 비행기 티켓이 좀 비싸죠. 저도 언감생심 생각지도 않은 여행지였어요. 그 예산이면 굳이 자전거를 타지 않더라도 여기저기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으니까요. 한데 운 좋게도 무슨 사진 공모전에 당선돼서 여행상품권을 받았습니다. 원래 괌 여행상품권이었는데, 일로나가 미국령인 괌에 가려면 비자가 필요해서(미국 비자 받기 귀찮잖아요.) 관계자분께 말했더니 비슷한 예산으로 다른 상품권을 고를 수 있도록 해주셔서 이때다 하고 똥 떨어져 있는 섬나라를 선택한 거죠. 어쨌든 그래서 5박 6일 팔라우 여행을 갔습니다.

새벽에 코딱지 만한 공항에 내려서 숙소에 도착하니 슬슬 동이 틀 무렵이었습니다. 0_MG_5136바다가 보이는 발코니에서 떠오르는 일출이라… 좋죠. 특히나 저는 늦잠쟁이라 웬만해선 해 뜨는 걸 볼 일이 없거든요. 한데 패키지여행이라 아침부터 바로 일정이 시작하더라고요. 대충 살펴보니 특이할 만한 구경을 가는 게 아닌 것 같아서 과감히 패스하고 점심까지 푹 잤습니다. 여행을 가서 더 부지런하게 움직인다는 건 말이 안 되죠.

푹 자고 일어나서 뭘 할까 보니, 이 나란 뭘 할 게 하나도 없더군요. 동네 구경거리도 없고, 대중교통도 없어서 좀 움직이려면 비싼 택시를 타고 움직여야 하고, 더욱 황당한 건 이 섬나라엔 모래 해변이 없습니다. 비싼 두어 군데 리조트에서 모래 해변을 만들어놓긴 했는데 또 따로 입장료를 받더라고요. 이래저래 배낭여행으로는 적합지 않은 나라가 분명합니다.

다행히 저희가 묶은 숙소에서 가까운 곳에 이 나라에서 제일 좋다는 리조트가 있었고, 저희 숙소에서 그 리조트에 딸려있는 해변에 입장할 수 있는 티켓을 제공해 주더라고요. 뭐 별수 있나요. 그 해변에서 구주장창 늘어졌죠. 이런 푸른 바닷가 해변에 늘어져 있는 것만큼 근사한 시간이 또 있나 싶어요. 전 이런 순간을 정말 사랑합니다. 0_MG_5149 0_MG_51660_MG_5241멋진 해변이긴 하나 인공적으로 모래를 뿌려놓은 해변이라 주변 산호가 너무 많더군요. 수영을 즐기려면 발이 닿지 않은 멀리까지 나가야 해서 그게 좀 귀찮긴 했습니다. 대신 해변 부근에서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스노클링 장비니 뭐니 빌리려면 다 돈이니 하다못해 물안경이라도 가져오는 게 좋아요. 그럼 적당히 즐길만해요. 0_MG_52040_MG_5228

동네를 슬슬 걸어봐도 뭐 할 것도, 볼 것도 없으니 여행기간 내내 이 해변에서 늘어져서 책보고, 수영하고, 저녁에 발코니에서 맥주 마시는 패턴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실 짧은 여행에선 이거 이상 없죠. 뭐가 더 필요합니까?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전 여행이 일상보다 바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0_MG_55930_MG_56000_MG_55960_MG_5751

여담으로… 이곳에 오기 전에 정보를 찾다가 팔라우 맥주가 맛없다는 얘길 들었는데, 직접 맛을 보니, 역시나 우리나라 맥주보다 맛없는 게 있을 리 없지요. 팔라우 맥주 맛있습니다. 그런데 아사히 맥주가 더 저렴해서 저희 그걸 주로 공략했지요.0_MG_5167

그렇게 내내 뒹굴다가 마지막 날 패키지 일정에 참여했습니다. 저희는 늘어지고 싶어서 일부러 첫날과 마지막 날만 패키지 일정이 포함된 여행 상품권을 선택했었거든요.

배를 타고 처음 도착한 곳은 밀키웨이라는 곳인데, 바닥에 흰색의 머드가 깔린 곳이라 바닷 빛이 오묘하더라고요. 산호 가루라는데, 하여간 그걸 퍼다가 잠깐 온몸에 처바르고 좀 깔깔거리다가 씻어냅니다. 피부에 좋다는데 잘 모르겠습니다.0_MG_59780_MG_60020_MG_6038

두 번째는 어느 포인트로 가서 스노클링. 여러 나라 여러 바다에서 스노클링 해봤는데, 이곳에 단연 최고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보통 스노클링을 하면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형형 색깔의 열대어 보는 재미이지 않습니까? 한데 여긴 물고기들보다는 바닷속 비경이 아주 예술이더라고요. 스노클링이 처음엔 재미있지만 몇 번 하다 보면 이게 다 거기서 거기잖아요. 팔라우가 다이버들의 섬이라고 하더니 과연 바닷속이 훌륭했습니다. 내 스쿠버다이빙을 배워서 꼭 다시 찾아오리라 마음먹었습니다.0_MG_60740_MG_60860_MG_61040_MG_6114

세 번째는 점심식사 겸 들른 무인도에 펼쳐진 롱비치. (육지라고 해야 하나) 사람들이 거주하는 섬에는 볼 게 그렇게 없더니, 배를 타고 나오니까 바다에서 기대할 수 있는 즐거움이 다 모여있더군요. 롱비치 좋습니다. 이런 비치가 숙소에서 걸어서 움직일 수 있는 곳에 있다면 비행기 표만 끊어서 책 몇 권만 들고와도 좋은 휴가가 될 텐데 말이죠.0_MG_61850_MG_61310_MG_61810_MG_6189

마지막으로 젤리피쉬레이크. 이 코스는 어느 패키지에도 포함되지 않은 거라 따로 추가 비용을 내야 합니다. 공짜 여행 와서 추가비용을 내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데, 무독성 해파리가 모여 사는 곳이 세계에 이곳 하나라지 않습니까? 세계에 하나뿐이라면 가 봐야죠. 결론적으로 말해서, 이 해파리 호수 하나만으로도 팔라우엔 와볼 가치가 있습니다. 사진으로 봤을 땐 ‘때 잘 맞춰서 찍었군. 실제론 몇 마리 둥둥 떠 있겠지.’ 싶었거든요. 근데 그렇게 크지도 않은 호수에 해파리가 엄청 많아요. 2백만 마리가 산다는데 하여간 무지 신기합니다.0_MG_62520_MG_62180_MG_62160_MG_62290_MG_62250_MG_6284 0_MG_6291 0_MG_6340 0_MG_6379

이 해파리 호수를 끝으로 팔라우 여행은 끝났습니다. 여행기간 내내 날이 흐려서 좀 아쉬웠지만, 우연히 얻어걸린 좋은 공짜 여행이었습니다.

전 패키지여행은 처음이었어요. 남이 짜놓은 일정대로 움직이고, 때에 맞춰 밥을 먹어야 하고, 딱 그들은 그어놓은 선을 벗어날 수가 없는 게 맘에 들지 않거든요. 게다가 비용도 더 드니까 말이죠. 한데 우리나라처럼 휴가가 년 단위로 며칠밖에 주어지지 않는 나라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그렇기에 여행을 와서도 일상보다 더 시간을 쪼개가며 바쁘게 움직이는 거겠죠. 그게 참 서글픕니다.
“팔라우에서 해파리 호수 가봤어?”
“팔라우에서 11시 넘어서까지 늦잠 자 봤어?”
어째 두 번째 질문이 더 ‘Yes’라고 말하기 힘든 상황이 된 걸까요?

자전거 여행도 좋고, 배낭여행도 좋고, 패키지여행도 좋습니다. 여행은 다 좋죠. 그게 여행이니까요. 여행은 즐거워야 하니까요. 즐거운 여행 하세요.  0_MG_6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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