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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S#1/C#11. 11월 30일

2017. 2. 17. 16:03 | Posted by inu1ina2

오늘 역시 이웃집 방문. 4년 전 베오그라드에 왔을 때 자기 방을 내줬던 고란네 집이다.


이웃이라고 하지만 일로나 부모님이 이사하셔서 매번 전에 살던 동네로 가야 한다. 역시나 반갑게들 인사를 나눈다.


고란도 12개월 차 아이가 있어서 애들 얘기가 주된 대화가 된다. 인후도 눈이 크다는 얘길 많이 들었는데 이쪽 아이와 비교하니 역시나 머리 형태도 앞뒤로 길쭉한 이쪽 아이들과 달리 넙데데한 편이라 아시아인 티가 확 난다. 6개월 2주차인 인후는 좀 큰 편이라 지보다 두 배를 더 산 아이와 비슷한 체구다. 워낙 낯을 안 가리는 놈이라 루카의 머리를 만지려고 하고, 루카가 귀찮아하는 모습이 마치 ‘6개월 먼저 태어났다고 형 먹을 생각 마라.’ 하는 것 같다. 이게 뭐라고 아들놈이 괴롭힘을 당하는 쪽이 아니라 괴롭히는 쪽에 있는 게 흐뭇하다.


장차 어떤 놈이 될지 과연… 다 같이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온다.


저녁엔 다시 안젤라와 옐레나를 만나러 시내로 나온다. 오늘은 여자들끼리만 만나기로 한 건데 난 집에 혼자 있기도 좀 그래서 같이 나왔다. 그리곤 니들끼리 수다 실컷 떨라 하고는 혼자 좀 걷는다.



오랜만에 혼자 여행하는 느낌 좀 받고 싶어서 정처 없이 여기저기 걷는다. 



강가 근처에 가서 칼레메그단도 좀 보고, 



도시 뒷골목도 쏘다니고… 건물들이 큼직큼직해서 작은 골목들이 없어 재미는 좀 없다. 세르비아에서 가장 번화한 곳인데도 중심가에서 서너 블록만 안으로 들어가면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여름엔 이런 여유로운 공간에 놓인 야외 테이블에서 맥주 한잔 마시면 그만일 텐데, 겨울이라 빈 테이블이 쓸쓸해 보인다.



명동 같은 쇼핑지역인데도 몇십 미터에 하나씩 서점이 있다는 게 인상 깊다. 우리나란 대학교 앞에도 서점 보기가 힘든데…




안젤라가 갓난아기 때문에 일찍 집에 들어갔다고 해서 일로나와 옐레나에 합류해 유명하다는 펍에 간다. 



[Samo Pivo]라는 이름의 펍인데 [그냥 맥주]라는 뜻이다. 



굉장히 다양한 맥주를 파는 마음에 드는 분위기 좋은 펍이다. 낮은 조명 아래에서 한 손에 담배와 다른 손에 맥주를 마시는 분위기가 너무 좋아 인후가 태어나고 끊었던 담배를 오랜만에 피워본다. 실내에서 피는 담배가 왠지 호사처럼 느껴진다.



보스니아 출신인 옐레나에게서 듣는 보스니아 얘기가 흥미롭다. 그 나란 국회도 두 개, 총리도 두 명이란다. 나중에 한 번 더 들여다봐야겠다.


4년 전에 아무도 내게 말을 안 걸길래 세르비아 사람들은 영어를 잘 못 하나 보다 싶었는데, 웬걸 부모님 세대 말고는 다들 당연한 듯 영어를 구사한다. 영어 공부하느라 엄청난 공력을 허비해야 하는 한국인으로서 라틴어 문화권 사람들이 부러울 뿐이다.

즐겁게 맥주를 마시고 헤어질 시간. 몇 년 만에 만난 절친과 다시 몇 년 후를 기약하는 눈물겨운 장면이다. 헤어지고 나서 일로나는 실제로 눈물을 글썽거렸다.


나도 집을 떠나 오랜 기간 여행을 했지만, 여행과 삶은 다를 터. 고향을 떠나 타국에서 살아간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닐 거다. 돌아오는 길에 슬퍼하는 일로나에게 물었다.


“한국에서 사는 게 힘들어?”

“아니 그게 아니라 고향을 떠나는 게 슬픈 거지.”



그래 아무렴 세상 아무리 멋진 곳에 산들 고향을 그리워하지 않을 수 있으랴. 삶이란 추억의 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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