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3. 똥싸배기 이재상 (9월14일 am7:00 ~ 9월15일 am12:30)
인도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문화다. 저녁 8시가 되면 가게 문이 거의 다 닫히고 아침 4~5시가 되면 모두 일어난다. 우리도 덩달아 일찍 일어난다.
조금 달리다 한 식당에서 아침을 먹는다. 이곳에선 밥을 파는 식당을 찾기가 굉장히 힘들다. 큰 마을에 진입해도 죄다 군것질 거리로나 적합한 튀김류의 음식만 판다. 감자를 으깨서 속을 한 여러 가지 튀김과 스윗, 그리고 짜이(밀크티)가 이곳에서 찾을 수 있는 주된 먹거리다. 느끼하고 단 음식이라 조금만 먹어도 금방 질린다. 간혹 감자 튀김에 콩 커리를 얹어주는 음식이 있는데 역시 많이 먹기 힘들다. 적당히 배를 채우고 출발한다.
오늘따라 재상이의 컨디션이 영 좋지 않아 보인다. 오늘이 네팔 산 길이 포함된 연속 8일째 주행이라 연속 주행 경험이 적어서 힘든가 보다 했는데 쉴 때마다 화장실을 찾는 걸 보니 물갈이를 하는 것 같다. 인도물이 안 좋다고들 하고 베트남을 끝으로 자전거 주행이 없었던 재상이에게 새로운 문화권의 물이 맞지 않나 보다. 효일이와 나는 괜찮다. 인도는 지하수를 수동펌프로 퍼 올린 물을 그냥 마시는데 방글라데시, 네팔도 마찬가지여서 자연스레 적응이 됐나 보다. 이젠 어디 가도 현지 사람들이 먹는 물이면 웬만해선 탈이 안 난다. 좋은 일이다.
도시 하나를 관통한다. 엄청나게 북적이는 사람들에 수많은 대형트럭들이 울려대는 하이톤의 싸구려 경적소리가 굉장히 짜증이 난다. 거기다 모래알 씹히는 먼지. 도시를 지날 때마다 혼이 쏙 빠진다.
어두워질 무렵 한 식당에서 똑같은 튀김류의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있는데 비가 쏟아진다. 쉬 그치질 않아서 두 시간 가량을 멍하니 기다린다. 엉덩이가 다 아프다. 주변 가게 문들이 닫히고 깜깜해지는데 오늘은 어디서 잘지 걱정이다. 아무데나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에 텐트를 치고 자는 건 상관없는데 먼지에 땀에 찌든 몸을 씻지 못하는 건 참아내기 힘들다. 보통 이쯤 되면 구세주가 나타나 가련한 우리에게 은총을 베푸는데 이제 3일차지만 인도는 그런 분위기가 전혀 없다. 관심만 보이며 귀찮게 하고는 끝이다. 당연히 정이 가지 않는다. 고민 고민하는 사이에 빗줄기가 가늘어진다. 좀 더 가보기로 하고 깜깜한 밤길을 달린다.
2km쯤 가자 주유소가 보인다. 어제 주유소에서 한번 퇴짜를 맞아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다행히 허락을 한다. 인도에서 보기 힘든 타일 깔린 큰 화장실도 있다. 처마가 없어 비가 안 오길 바라며 텐트를 친다. 재상이는 그 사이에도 화장실을 들락거린다. 설사를 얼마나 해대는지 얼굴이 핼쑥해졌다. 좀만 참아라 너도 이제 곧 가난한 장기 여행자의 몸이 만들어질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