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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에는 외국인들이 발음하기 쉽게 온라인에서 사용하던 ‘인후’라는 닉네임을 사용한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영어 이름을 만드는 것 보다 낫다.

‘인후’는 인천 공항에 도착하면서 ‘상은’으로 바뀐다. 그렇게 또 ‘상은’으로 4개월을 보냈다. 나이에 걸맞지 않는 태평스런 생활로 장차 자전거 원료로 쓰일 기름을 허리에 잔뜩 채웠다. 보기 싫은 옆구리 살 만큼 뻔한 한량의 생활을 마감하고 다시 이스탄불로 향한다. 그리고 난 다시 ‘인후’가 된다.

몇 년이든 몇 개월이든… 몇 일이든 지나간 과거는 모두 내가 원하는 만큼 늘였다 줄였다 할 수 있는, 길이가 없는 시간들이다. 산술적으로 ‘상은’의 삶이 더 길다고 할 수 있으나, '인후’가 되면 내가 ‘인후’인지 ‘상은’인지 헷갈린다.

도대체 ‘상은’이 ‘인후’가 된 꿈을 꾼 것인지, 아니면 ‘인후’가 ‘상은’이 된 꿈을 꾼 것인지 모르겠다. 장주와 나비는 분명 별개의 것이지만 ‘인후’와 ‘상은’은 별개의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어쩌면 이게 ‘물화의 도’인지도 모른다. 인후와 상은, 이상과 현실, 이 둘이 하나 될 때 비로소 내가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C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