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Plan Korea
Columbia
Scott
반응형
반응형

싱핑을 떠나 구이린으로 향한다. 귀국편 항공권이 오전 10시여서 공항과 가까운 구이린을 마지막 목적지로 정했다. 공항에서 제일 먼 양숴를 먼저 가고 그다음 양숴와 구이린 사이에 싱핑을 잡은 건데, 싱핑이 작은 동네여서 도로 연결이 좋지 않아 공항에서 양숴까지의 시간보다 거리상 가까운 싱핑에서 구이린까지의 시간이 더 걸린다.

2시간을 달려 구이린에 도착한다. 전형적인 중국의 도시 모습이다. 멀리 보이는 봉림이 없다면 별 특색 없는 도시다. 시내 끝자락에 자리 잡은 호텔에 짐을 푼다.

호텔 옆에 있는 식당에 가서 볶음밥을 먹는다. 관광지 프리미엄이 제거된 가격에 이제야 마음 놓인다. 양숴와 싱핑에서 예상보다 많은 소비가 있어 짜증스러웠다.

식사 후 수영장으로 간다. 이 호텔을 고른 건 순전히 이 대형 야외 수영장 때문이다. 여행 막바지 아이들을 위한 수영장. 구이린에선 계획이 많지 않아서 오늘은 수영장에서 계속 논다.

수영장에서도 그렇고 에어컨 바람과 더운 날씨를 오가서 그런지 감기 기운이 느껴진다. 근육통에 힘이 없고 머리가 지끈거린다. 몸도 으슬으슬. 아내가 생리통 대비 상비약으로 가져온 진통제를 하나 먹고 한숨 잔다.

자고 일어나니 좀 괜찮다. 저녁 시간이 되어 역시 호텔 앞 식당들 중 한 곳에 들어간다. 고기와 채소를 세 개씩 고르면 요리해서 갓 지은 솥 밥에 얹어주는, 일종의 중국식 돌솥 덮밥 한 가지 메뉴만 있는 곳이다. 바로 지은 밥에 요리가 얹어지니 맛이 좋지 않을 수 없다. 아마 내일도 모레도 저녁은 여기서 먹을 것 같다.

이곳에선 인디카 계열 같은 길쭉한 쌀을 쓰는데 일반적인 인디카 쌀과 달리 찰기가 있고 내가 싫어하는 인디카 그 특유의 향이 없다. 모양만 길쭉할 뿐 우리 먹는 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쨌든 어제저녁 비어피쉬의 4분의 1 가격의 가격으로 비슷한 만족감과 포만감을 얻어 마음이 흡족하다.

구이린에서 묵는 호텔은 대형 건물에 방이 많아서 그런지 조식이 뷔페식인데 딱히 먹을 건 없다. 결국 또 미펀을 먹는다. 초등학생에서 수학여행을 왔는지 식당이 아이들로 떠들썩하다. 얼른 먹고 나온다.

택시를 타고 루디옌 동굴로 간다. 트립닷컴에서 성인표만 팔아서 아이들은 현장 구매를 하려는데 외국인은 아이들도 성인표를 사야 한단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싸게 파는 트립닷컴에서 다 사는 거였는데... 바로 온라인으로 사려 했지만 그건 또 한 시간 후부터 이용할 수 있다고 하니 하는 수 없이 현장 구매를 한다.

동굴은 입구부터 형형색색의 조명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 동굴 속 그 자체의 모습으로도 충분히 그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을 터인데 눈이 아플 정도의 색색의 조명이 오히려 동굴의 자연스러운 경외감을 상쇄시킨다. 중국은 화려한 걸 참 좋아하는데 화이불치의 미덕을 좀 배우면 좋겠다.

동굴에서 나와 주변을 슬쩍 둘러보지만 딱히 볼 건 없다.

호텔로 돌아온다.

내내 수영하고 호텔에서 쉬다 오후 늦게 상비산으로 간다. 입구 근처에 다다르기 전부터 차가 막히기 시작하더니 역시나 상비산 공원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날도 덥고 사람도 많아서 공원 둘러보기는 생략하고 그 유명하다는 코끼리 모양 암석 쪽으로 직진한다.

코끼리와 별로 닮은 것 같지 않은데도 그 암석 형상을 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지 또 중국이 중국 하는구나 싶다. 징글징글하다.

애초 계획은 상비산 공원을 둘러보고 해 질 무렵 일월쌍탑으로 가는 것이었는데 지난 10월 칭다오에서의 경험에 비추어 상비산에 모인 사람이 이 정도라면 일월쌍탑의 야경에는 더 많은 사람이 득실거릴 게 분명하다. 우리는 바로 돌아 나와 호텔로 돌아온다.

어제 갔던 돌솥 덮밥으로 저녁을 먹는다.

과일 가게에 처음 보는 과일이 있어 사 온다. 찾아보니 인삼과라는 과일인데 멜론맛이 좀 날 뿐 단맛도 한참 부족하고 비싸기만 하다. 실패.

아침을 일찍 밥을 먹고 바로 일월쌍탑을 보러 간다. 아침에는 어제만큼 사람이 없을 거고, 따로 할 일도 없다.

구이린은 생각만큼 볼 것이 많지 않다. 역사와 전통이 있는 도시가 왜 이럴까 싶어 찾아보니 중일전쟁 당시 치열한 격전지여서 도시 건물의 99%가 파괴됐다고 한다. 그 뒤 문화혁명과 무분별한 개발로 평범한 도시가 됐단다. 하지만 자연이 수억 년간 만들어낸 경치는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있어 그 덕분에 여전히 중국에서도 손꼽히는 관광지라고 한다. 그러니 구이린에 머물며 리강 투어니, 양숴니 하는 투어를 하지 않고, 우리처럼 직접 양숴나 싱핑에 묵을 계획을 세운다면 구이린에는 하루만 묵어도 된다.

구이린의 명성 때문에 3박 일정을 잡은 것은 패착이나 다름없게 됐다. 어쨌든 시간을 보내야 하기에 일월쌍탑을 다시 찾는다. 입장료를 내야 하는 탑 내부는 패스하고 그냥 호숫가 주변을 걸으며 탑 구경을 한다. 어제저녁보다 덜하지만, 여전히 사람은 많다.

여행을 떠나면 각 도시에서 가족사진을 찍어 벽에 걸어 놓는다. 하지만 구이린에선 구이린을 느낄 수 있을 만한 적당한 배경을 찾지 못했다. 일월쌍탑이 마지막 희망이었는데 번잡하고 더워서 즐거운 마음으로 가족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구이린에서의 가족사진은 벽에 걸리지 않을 듯하다. 아쉬운 일이다.

일월쌍탑이 특별해 보이지 않는 건 예전 대만 가오슝에서 봤던 용호탑과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호숫가에 쌍탑을 세우는 게 무슨 양식이 따로 있는 건지 모르겠다. 아마도 풍수와 음양, 그런 의미일 테지...

실망한 채 호텔로 돌아와 수영장에 풍덩. 이렇게 이번 구이린 여행이 마무리된다.

반응형

양숴를 떠나 싱핑으로 향한다. 누군가의 말을 빌리면 구이린은 천하제일의 절경이고, 양숴는 구이린에서 제일이고, 싱핑은 양숴에서 제일이라고 한다. 그 말인즉 싱핑은 행정단위가 아래에 있는 시골 마을이라는 얘기다. 처음엔 싱핑을 알지도 못했고, 계획도 없었으나 보통 한 곳에 3일 정도면 충분하기에 양숴와 구이린에 각각 3일을 머물고 남은 이틀을 보내기 위해 찾다가 선택한 곳이다.

풍경도 풍경이지만, 싱핑구전이라는 오래된 마을이 유명한데 호텔로 이동 중에 지나쳐 보는 싱핑구전은 옛 정취는 하나도 느낄 수 없을 만큼 상업화된 곳이다. 차가 어찌나 밀리는지 1~2km 되는 구간에서 거의 40~50분을 소비했다. 운전기사도 투덜투덜.

도착한 호텔 주변 또한 구전에 이어지는 잡다한 장사치들로 가득하다. 우리나라 가평이나 청평같은 강변 유원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다.

체크인을 기다리는 중 강가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과연 예사롭지 않지만, 수많은 전동 뗏목과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다.

원래 이곳에서 물고기 잡이에 쓰여야 할 가마우지는 사진 촬영의 장식품으로 그 역할을 바꾼 듯하다.

호텔방으로 들어와 짐을 풀고 아이들은 수영장으로 가고 나는 강가를 좀 둘러본다.

경치는 참 훌륭하다. 그제 대나무 뗏목으로 봤던 위룽강보다 이곳 리강의 풍경이 더 좋다. 물론 전체 구간은 알 수 없지만.

호텔에서 1km 정도 멀어지자, 그제야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골 느낌이 난다. 양숴도 그렇고 싱핑도 20~30년 전에 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그러나 날이 너무 더워 서둘러 호텔로 돌아온다.

한참 쉬고 나서 해 질 무렵 싱핑구전으로 간다. 예상대로 사람들로 붐비고 시끌벅적하다.

배가 고파 사람이 적은 식당에 들어간다. 적당히 이것저것 시켜 배를 채운다. 면 요리를 좋아해 다양한 국수 요리를 시도해 보는데 결국 같은 쌀국수에 토핑만 다른 것 같다.

밥을 먹고 거리를 걷자마자 아이들을 유혹하는 장난감과 과자 상점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싸구려 장난감과 과자 몇 개 쥐여 주고 골목골목을 돌아보려 했지만 흘러내리는 땀과 골목을 꽉 채운 인파에 질려 그냥 돌아 나온다.

역시 이곳도 20~30년 전에 와야 했다. 중국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하고 내수 여행객이 많아지면서 중국의 유명 명소는 죄다 이 모양이다. 어딜 가나 사람은 미어터지고 물가는 비싸고. 허름한 봉고차를 타고 한두 시간쯤 달려 도착하는 외진 지역이 아니면 아마 어디든 이럴 것이다. 이제 중국 여행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조식은 역시 미펀이다. 이 지역 전체가 조식은 구색 갖추기 빵 쪼가리와 구이린 미펀으로 통일된 듯하다. 맛은 좋으니 불평하지 않는다.

싱핑에서의 일정이 딱히 없지만 호텔에만 있을 수 없어 리강 유람선이나 타러 간다.

멀지 않은 거리를 갔다가 돌아오는 코스라 다양한 경치를 감상할 순 없지만, 경치 하나하나는 다 예술이다.

선착장에 돌아와 바로 옆에 있는 싱핑구전을 다시 둘러본다. 역시 사람들로 붐빈다. 거리가 생각보다 짧아서 딱히 둘러볼 것도 없다. 카페에 들어가 커피나 한잔 마신다.

호텔로 돌아가려고 택시를 부르려는데 핸드폰 배터리가 바닥났다. 모든 결제를 핸드폰으로 해야 하는 이곳에선 핸드폰 없인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하는 수 없이 걷는다. 1.5km 정도라 혼자라면 경치 구경하며 일부러라도 걸을 거리지만, 더운 날 아이들과 함께라면 그렇지 못하다. 20분 정도 걸어가자니 불평을 쏟아내는 아이들. 빨리 가서 수영장 가자고 꼬드기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수영 한판 때리고 좀 쉬다 강변 경치를 바라보며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더운 날씨는 고역이지만 경치는 참 좋구나.

강변을 거닐며 경치 구경을 이어간다. 아이들은 강에 뛰어들어 물놀이한다. 여유롭고 평화로운 시간이다. 결국 구이린 여행의 핵심은 이런 순간이다.

저녁엔 이곳에서 유명하다는 비어피쉬를 먹는다. 강에서 잡히는 민물고기를 삶고 소스를 붓는 요리 같다. 기본적으로 굴소스 베이스여서 맛은 좋다. 맥주 향이 살짝 올라오는데 그리 특별한 요리는 아니다. 소스가 맛있어서 밥을 비벼 싹싹 먹는다.

번잡했던 싱핑 여행도 오늘로 끝! 내일 구이린으로 간다.

반응형

이번 여름 여행의 목적지는 구이린과 양숴다.

천하제일의 절경이라는 구이린. 그 구이린 지역에서 제일이라는 양숴.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곳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유명했던 지역이라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 걱정이지만 그렇다고 천하의 절경을 놓칠 순 없다.

샤먼 항공을 타고 경유지인 푸저우로 향한다.

세 시간도 안 되는 짧은 거리. 금방 푸저우에 도착한다. 대기 시간이 9시간 정도인데 많은 중국 항공사와 마찬가지로 샤먼항공도 무료 환승 호텔을 제공한다. 공항 바깥쪽에 있는 호텔이기에 입국심사를 받는 건 알겠는데 왜 위탁수하물까지 찾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짐을 찾고 입국 절차를 밟은 후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호텔을 배정받고 약 15분을 기다린 후 셔틀버스를 타고 5분 거리의 호텔에 도착한다.

비행기에서 내려 호텔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 그리고 내일 탑승 수속을 또 밟는 시간이 있기에 9시간의 대기 시간 중 잘 수 있는 시간은 네 시간 정도밖에 안 된다. 뭐 그래도 공항에서 밤을 지새우는 것보단 낫다. 호텔도 나름 괜찮다. 조식도 주지만 우린 일찍 출발해야 해서 못 먹는다. 중국 항공사의 이런 서비스는 참 좋다.

새벽같이 일어나서 5시 첫 셔틀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간다. 인천에서도 그리고 여기서도 2시간밖에 안 남았는데 아직 발권 창구가 열리지 않았다. 샤먼항공은 다른 항공사와 다르게 창구가 늦게 열리나 보다. 이럴 줄 알았으면 30분 더 잘 걸 그랬다.

이런저런 절차를 거쳐 드디어 구이린 공항에 도착한다. 픽업 택시를 타고 호텔로 향한다. 공항에서 10분 정도 벗어나자, 이곳의 카르스트 지형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참으로 멋진 풍경이다.

호텔에 도착해 체크인한다. 좀 이른 시간이라 방 청소 중이라기에 근처 식당으로 간다. 호텔이 외진 곳에 있어서 200m 거리의 식당 하나뿐이다. 몸도 피곤하고 날도 더워서 더 돌아보지 않고 바로 식당으로 들어간다. 외진 곳의 식당임에도 가격이 꽤 비싸다. 아무리 유명한 관광지라지만 이런 구석진 곳의 식당도 이러면 곤란하다.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적당한 요리를 시킨다. 대충 내어준 음식 같은데도 맛은 좋다. 가격만 괜찮았다면 자주 왔을 텐데.

식사 후에도 방 준비가 안 돼서 우선 아이들만 수영장으로 보낸다. 아이들은 언제나 수영장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방을 배정받고, 짐을 푼다. 이 동네는 풍경이 좋아서 그런지 통유리로 된 호텔이 많다. 호텔방에서 통유리 창으로 보는 멋진 풍경을 기대했지만 바로 앞에 떡하니 서 있는 낡은 건물이 전망을 망친다. 반대편 풍경은 좋은데아쉽다.

곧 나도 수영장으로 합류. 애들 핑계를 대지만 나도 수영장이 좋다. 작은 수영장이라도 더위를 식히기엔 충분하다.

떠나기 전 우리나라 날씨가 너무 더워 더 남쪽인 이곳 기온이 걱정이었는데 무덥긴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보단 덜한 느낌이다. 물론 여행 중엔 그런 상황에 좀 더 관대해진다.

수영하고 잠깐 낮잠 자고 일어나 동네 산책에 나선다. 경치는 좋으나 역시 덥긴 덥다.

금방 호텔로 돌아오고 나만 시내 쪽으로 걷는다.

고작 1km 정도 걸었을 뿐인데 땀이 비 오듯 한다. 길거리 음식 하나와 쥬스, 맥주 하나씩 사서 돌아온다.

여긴 걸어 다니는 관광지가 아니라 스쿠터나 자전거를 대여해 돌아다녀야 하는 곳이다. 여름이라 자전거는 힘들고 스쿠터를 빌리면 좋겠는데 아내가 타본 적이 없다고 걱정하니 천상 택시밖에 답이 없다.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이런 구석진 시골 동네 주차장에도 전기 충전 시설이 있다는 게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돌아다니는 스쿠터도 전부 전기 스쿠터다. 중국은 진짜 전기차에 진심인가 보다.

로비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매니저가 다가와 뭐라 뭐라 묻는다.

많은 관광객을 맞이하는 호텔 매니저도 영어를 거의 하지 못한다. 이럴 줄 알고 여행 오기 전 두 달 동안 나름 중국어를 공부했다. 하지만 나의 중국어 실력을 뽐내보려고 어설프게 한두 마디 꺼내는 순간 매니져는 바로 번역 앱을 켠다. 자꾸 그러다 보니 나도 그냥 번역 앱으로 의사를 전한다. 바디랭귀지 섞어 떠듬떠듬 말하며 대화하는 것도 나름 재미인데, 기술의 발전이 그런 재미를 앗아가는구나 싶다. 어쨌든 매니저의 말은 에프터눈 티를 준비해 준다는 것이었다. 이런 서비스가 있는 줄 몰라서 기대치 않은 선물을 받은 듯 기분이 좋다.

계속 호텔에만 있을 수 없어 해가 질 무렵 양숴의 메인 거리인 서가로 향한다. 택시에서 내려 육교를 건너려는 순간 보이는 수많은 인파. 으악! 난 결코 저 속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 바로 옆으로 빠져나간다.

북적거리는 사람들에게서 벗어난 지점에서 보이는 아무 식당에 들어간다.

적당한 가격의 쌀국수를 주문한다. 구이린 미펀이라는 쌀국수 이름이 따로 있을 정도면 나름 맛이 좋다는 얘기일 터, 특별하진 않지만, 예전에 윈난에서 먹었던 쌀국수와 비슷한 게 맛이 나쁘지 않다. 특히 이 지역에서는 고수를 쓰지 않는지 깜박하고 빼달라는 말을 못 했는데 고수가 없다. 고수만 없으면 쌀국수는 어디든 평타는 친다.

한적한 근처 공원을 좀 걸은 후 호텔로 돌아온다. 늦은 시각인데도 좀 걸으니 땀이 쏟아진다.

우리가 묵는 호텔에는 식당이 없지만 조식은 제공한다. 뭔가 구색을 갖추려는 듯한 식빵과 소시지 같은 샐러드바가 자그마하게 있고, 메인은 역시 구이린 미펀이다. 쌀국수는 맛있다. 동남아식 납작한 쌀국수보다 통통한 이 쌀국수가 더 식감이 좋다.

밥을 먹고 진롱교 선착장으로 간다.

구이린에서 양숴까지 여러 유람 투어가 있다. 양숴의 동쪽 이강과 서쪽 위룽강 투어 중 위룽강 무동력 대나무 뗏목이 제일 인기가 좋고, 그 대나무 뗏목 투어 중에서도 진롱교-구쎈 구간이 제일 멋지다고 해서 그 코스를 예약했다. 인기가 많은 코스여서 그런지 선착장에서 대기하는 사람이 많다. 그 부분이 걱정이었는데 적어도 대합실이 있어 땡볕에 줄을 서고 기다리지 않아 다행이다.

한 시간쯤 기다린 후 뗏목에 오른다.

유유히 흐르는 강을 따라 뗏목이 움직인다. 가만히 앉아 여유롭게 바라보는 풍경이 좋다.

가끔 나타나는 낮은 둑을 내려갈 때면 물이 튀어 올라 소소한 즐거움을 준다. 딸아이도 그 순간을 유독 좋아한다. 신발을 벗어 살짝 물에 담그기도 한다. 날이 덥지만, 파라솔이 햇볕을 가려 땀이 흐를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좀 선선할 때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25년 전 라오스 방비엥에 갔을 때 그곳을 작은 계림이라 한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카르스트 봉림 하나를 두고 하는 말이었는데, 진짜 계림에 직접 와보니 그 말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던 말이었는지 실감한다. 작은 계림이 아니라 마이크로 계림이라 해도 과분할 정도로 이곳의 카르스트 봉림은 수적으로 압도적이다. 하롱베이도, 육지의 하롱베이라는 땀꼭로 가봤지만, 이곳과는 비교가 안 된다. 과연 영화 적벽대전에서 제갈량이 손권을 찾아와 천하제일의 절경이라 했던 게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게 한 시간 넘게 뗏목에서 멋진 경치를 감상하고 호텔로 돌아온다. 어제의 피로가 가시지 않았는지 졸음이 몰려와 낮잠을 한숨 자고 일어난다.

근처에 식당이 없고 택시를 불러 나가기도 뭐해서 배달 음식을 시킨다. 볶음밥과 꼬치. 그리고 어제 사놨던 맥주. 판다 그림이 있는 다분히 중국스러운 맥주인데 맛 또한 중국집에서 주는 자스민 차향이 나는 맥주다. 그리 맛있진 않다.

밥을 먹고 아이들은 또 수영하러 간다. 애들에게 여행은 곧 수영장이다.

양숴의 마지막 날 둘러볼 관광지는 루이봉이다. 택시를 타고 가는 도중 십리화랑과 월정산을 지난다. 십리화랑은 자전거나 스쿠터를 빌려 둘러보는 게 코스인 듯한데 아내가 운전을 못 하니 네 명인 우리는 뭘 이용해야 할지 애매하다. 자전거는 더워서 애초에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 우선 루이봉 구경을 마치고 생각하기로 한다. 어쨌든 택시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좋다.

루이봉에 도착해 케이블카에 오른다. 예상보다 사람이 붐비지 않아 금방 탈 수 있었다.

케이블카에서 바라보는 풍경 또한 멋지다. 케이블카가 여러 봉우리를 지나기 때문에 다양한 시각으로 풍경을 구경할 수 있어 좋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봉우리로 오르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풍경은 좋지만, 너무 더워 땀을 쏟아내면서 오르막을 오르는 게 쉽지 않다. 케이블카로 이미 상당 부분 올라왔지만, 그 마지막 남은 짧은 오르막을 오르는데도 아이들이 진이 빠져 힘들어한다. 이런 날씨엔 어디든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아이들의 상태를 보니 여유롭게 경치를 둘러본다든가, 이곳 구경을 마치고 십리화랑을 둘러본다는 건 이미 물 건너간 일이다. 빨리 이곳에서 나가는 게 목적이 되어 그저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중간중간 유리 바닥으로 된 다리가 있는데 몸이 힘드니 그런 것에도 아무런 공포가 느껴지지 않는다. 날씨만 좋다면 정말 멋진 구경일 텐데 아쉽다. 어쨌거나 그런 와중에도 나는 열심히 주위를 둘러보며 경치를 눈에 담는다.

다시 케이블카에 올라서야 아이들은 안심이 되는지 빨리 호텔로 가서 수영장에 뛰어들어야겠다고 성화다.

십리화랑을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없진 않으나 택시 속에서 바라본 십리화랑의 풍경은 사실 그곳이 아니더라도 여기저기 펼쳐져 있는 풍경이기에 크게 아쉽진 않다호텔 앞에서 보이는 풍경도 예사롭지 않으니 말이다.

호텔로 돌아와 수영장에 뛰어들어 더위를 식히고 이곳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내일은 싱핑으로 이동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