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 소리에 잠이 깨지만 밤새 모기 때문에 뒤척이는 바람에 밍기적거리다 호텔에서 주는 공짜 아침 식사를 놓쳐 버렸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간편한 차림으로 관광에 나선다.
지하철이 있어 쉽게 천안문 광장에 도착한다. 모택동의 사진이 크게 걸려있고 사람들이 분주하다. 천안문 앞 광장은 공산당 창당 60주년 기념 행사를 준비하는지 대형 시각 조형물을 설치 중이다.간단히 밥을 먹고 천안문 광장을 통해 자금성으로 들어간다. 궁의 형태는 경복궁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기와가 누런색이라는 것 뿐. 그것도 자세히 보니 기와 자체의 색이 아니라 애나멜로 칠 한듯한 느낌이다. 처음부터 이런 색을 띄고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계속 앞으로 앞으로. 스케일은 확실히 크지만 언제나 그렇듯 기대만 못하다. 그냥 비슷비슷한 궁들이 무지 많이 있을 뿐이다. 역사를 안다면 더 즐겁게 볼 수 있을 테지만 그 자체로는 엄지를 치켜들기 힘들다. 내 스스로가 유적에 대한 감흥이 적기도 하지만 궁의 모습이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아 식상해 보이는 게 아닌가 싶다. 누군가는 하루 종일 봐도 다 못 본다는 자금성을 한 시간 안에 끝내고 북쪽에 있는 경산 공원에 올라간다. 낮은 언덕 꼭대기에 자리잡고 있는 사원에서 내려다보면 자금성이 한 눈에 보인다. 오히려 이게 더 장관이다. 하지만 그것도 그 만큼에서 끝.
내려와서 원나라 때 지어져 아직도 그 명맥을 잇고 있다는 후퉁거리를 찾는다. 운치 있는 고 시가지가 펼쳐질 줄 알았는데 중국의 산업화 바람은 이것도 남겨두지 않고 파고 들어가 이곳이 수백 년이 넘은 골목길인지 납득하기 힘들다. 역시 실망.
하루 종일 걸릴 줄 알았던 코스를 서너 시간 만에 끝내고 할 일이 없어 다시 천안문 광장으로 간다. 광장의 입구에서는 가방 엑스레이 촬영을 하고 있다. 지하철도 탈 때마다 하던데 뭘 저리 검색을 하는지 모르겠다. 광장에 앉아 해가 지길 기다린 후 재미있는 음식을 많이 판다는 왕푸징 거리의 야시장엘 간다. 하지만 역시 실망. 그냥 관광객을 위한 노점상 거리일 뿐이다. 특이한 것 한 두 개 빼고는 거의 다 비슷한 음식들이라 보는 재미가 금방 사라진다. 아마 여유가 있었다면 하나 하나 먹어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일 테지만 가격도 너무 비싸고, 서양인 눈에는 모를까 우리 눈에는 대부분 익숙한 것들이라 흥미가 떨어진다. 기대했던 관광이 실망스러워 아쉽다. 스케일만 디립다 커서 발품을 하도 팔았더니 힘들기만 하다. 맛없는 면 음식을 먹고 숙소에 들어오면서 맥주 한 병씩 사 들고 들어온다.
캬! 오늘 니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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