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어느 집 마당에서 잤는데 시골 동네라 다들 널찍한 마당을 가지고 있다. 그곳에 텐트를 쳐서 햇볕이 텐트를 강타하니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식당을 하는 집이어서 바로 아침을 먹는다. 오징어, 돼지고기, 새우, 돼지간 등 고명이 많은 쌀국수다.
배부르게 먹고 출발.
소로길 양 옆이 모두 숲이라 그런지 햇볕은 따가운데 좀 덜 덥다. 그래도 더운 건 매한가지다. 자전거를 타는 내내 하는 일이라곤 이런 저런 생각이나 노래 흥얼거리는 따위의 것들인데 너무 더우면 깊이 있는 생각은 못한다. 그래서 요즘은 맬 여자생각이나 불가능한 헛된 꿈같은 생각만 한다. 몸이 힘드니 잠깐이나마 행복해지기 위해 두뇌가 엔돌핀을 뽑아내려 그런 작용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돌이켜보면 육체적을 힘들었던 때는 항상 헛된 꿈을 꾸곤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지금의 비 생산적인 공상이 나의 어리석음이 아니라고 발뺌해 본다.
이제 어딜 가도 푸켓으로 가느냐 묻는다. 확실히 다가오긴 했다. 언제나처럼 주행을 끝내고 밥을 먹으면서 텐트 칠 자리를 묻는다. 마침 맞은 편에 병원이 있어 그 쪽에 가보라고 한다. 병원에 가보니 사람이 없어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쭈그려 앉아 있는데 식당 아줌마가 와서 이리저리 둘러본 후 우리의 자리를 봐준다. 잠시 후 병원 관리하는 아줌마가 와서 휴게실처럼 쓰이는 공간을 보여주며 이곳에서 자라 하는데, 안이 너무 더워 그냥 텐트에서 자겠다고 한다. 대신 휴게실에 있는 커피와 군것질거리는 감사히 받아들인다.
모두 돌아간 병원 마당에 우리만 남았다. 우선 샤워를 한다. 비누며 치약, 샴푸 등 모든 게 구비돼 있다. 오랜만에 샴푸로 머리를 감는다. 근데 너무 오랜만이다. 샴푸를 다 헹구고 룰루랄라하며 다시 비누로 머리를 감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순간 굉장히 서글픈 생각이 든다. 남의 집 화장실에 쪼그려 앉아 빨래는 하고 있을 때도 순간 순간 그럴 때가 있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건지… 하는 생각. 하지만 그것도 이 여행의 일부이니 감내할 수밖에 없다. 모든 걸 다 만족할 수 있는 삶이란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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