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11. 인도네시아! 라오스를 넘어서다 (5월22일 am6:30 ~ 5월22일 pm11:00)
2010. 7. 13. 06:17 |차가 움직여 잠에서 깬다. 차가 움직여 할 시간인가 보다. 주섬주섬 짐을 챙겨 나온다. 차가 좁아 다리를 웅크리고 잤더니 몸이 찌뿌둥하다. 밥을 먹고 출발.
산중의 경치가 멋지다. 숲 속에선 온갖 잡새와 원숭인지 오랑우탄인지 모를, TV 다큐멘터리에서나 들을 수 있을 법한 동물들의 울음 소리가 울려 퍼진다. 하지만 좋은 자연 경치는 언제나 엿 같은 길과 한 세트다. 이제 내리막이 계속 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마음의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맞이한 오르막은 더 힘이 든다. 내리막도 너무 가파르고 커브가 많아 신나게 내려올 수가 없다.
고도 900m 가까이 내려오는 길을 세 시간이나 걸려 힘들게 내려온다. 여러모로 내리막 자격이 없는 길이다.
하지만 그건 약과였다. 갑자기 나타난 비포장길. 비포장길이라기 보다 길을 내긴 냈는데 수 백년 전에 만들어진 후 한 번도 손을 보지 않은 듯한 길이다. 그냥 비포장길이면 땅에 박힌 돌이 다 지만, 시멘트에 자갈 버무려 만든 길이 다 헤집어져 있으니 자갈밭이나 다름없다. 말이 좋아 자갈이지 앙증맞은 동그란 자갈이 아니라 주먹만한 돌덩어리들이다. 그런 노면에 경사 큰 오르막과 내리막의 반복. 내려올 땐 자전거가 쿵쾅쿵쾅, 오를 땐 바퀴가 헛돌고 난리가 아니다. 인도네시아 그래 니가 라오스를 이겼다.
우리의 고생은 둘째 치고라도 차도 다니기 힘들만큼 유실된 길을 손도 안 쓰고 있는 걸 보니, 연말마다 예산 소비하느라 멀쩡한 도로 뒤집어 까는 우리나라의 행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돈 모아 이런데 원조 사업하면 좋을 텐데… 언제쯤 부유한 이의 낭비가 부족한 이에게 전해질 수 있을까? 부의 분배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현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모두가 바라는 세상은 오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그런 길을 세 시간 정도 더 달리자 드디어 세상 누구에게라도 ‘이게 길이야'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길다운 길이 나온다. 라오스 이후 험한 길 주행이 없어서 몸이 힘든 것도 힘든 건데, 자전거가 걱정스럽더니 급기야는 앞 짐받이가 부러진다. 뒷 짐받이는 웬만한 자전거 샵에서 구할 수 있어서 좀 덜한데 앞 짐받이는 정말 구하기 힘든 장비다. 대충 임시방편 해 놓았지만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다. 제발 싱가포르까지만 가자.
아침 일찍 출발한 덕에 한 타임을 더 달리니 이제서야 메인 도로가 나타난다. 수마트라를 대각으로 구불구불 종단하는 도로. 그래 봐야 왕복 2차선 도로지만 노면 상태는 좋다. 그것만으로도 반갑다. 날이 어두워져 두리번거리다 교회를 발견하고, 텐트 허락을 받는다. 텐트를 치고 샤워를 하며 하루에 묵은 때를 씻어 낸다. 정말 힘든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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