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에 들어온다. 7년 전 바로 이 국경을 넘은 적이 있다. 국경도시가 몰라보게 커졌다. 찍고 오는 개념의 여행이 아니라면 세상은 계속 변하고 있으니, 같은 곳이라도 언제나 새로운 여행을 할 수 있는 셈이다. 네팔 돈을 환전하고, 심카드를 사고, 내일 약속이 돼 있는 플랜 네팔을 향해 달린다. 카트만두 가는 길에서 20Km 정도 벗어난 곳이다.
방글라데시, 인도를 거쳐와서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어 한적하니 좋다. 사람이 없으니 그만큼 오물도 덜하고 그에 따른 악취도 없다. 마음이 여유로워지니 쉴 때 말을 건네는 사람에게도 짜증이 나지 않는다. 네팔 말도 벵갈어랑 비슷해 간단한 말은 이미 알고 있던 말을 쓰면 된다. 한가지 흠이라면 가게에서 파는 음료수가 죄다 탄산음료라는 것. 난 탄산음료를 좋아하지 않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음료수 값도 인도보다 비싸다. 가난한 나라일수록 가공품이 비싸기 마련인데 그에 대응하는 천연음료도 보기 힘들다는 게 아쉽다. 지금 달리는 고속도로는 네팔 남부를 동서로 횡단하는 도로이기 때문에 오르막 없는 평지길이다. 노면이 약간 좋지 않지만 이 정도면 훌륭하다.
그렇게 좋은 조건에서 여유롭게 달리고 있는데 자전거에서 한 동안 이상한 소리가 나더니 뒷 짐받이가 뒤로 꼬꾸라진다. 정말 오랜만에, 그것도 처음 나타난 문제에 기분이 잡친다. 다행히 나사 몇 개 조이고 해결은 됐는데 무거운 짐이 떨어지면서 우쿨렐레가 충격을 받아 바디에 금이 가고 헤드머쉰 하나가 아작이 났다. 어떻게 손 볼 수도 없는 문제다. 이렇게 나의 일년간의 음악 여정을 접어야 하는가… 카트만두에 이걸 수리할 수 있는 악기점이 있길 바랄 수밖에 없다. 당장은 자전거가 더 중요하지만 이렇게 궁극적인 취미와 관련된 게 문제가 생기면 더 짜증이 난다.
해질 때도 됐고, 배도 고프고 더 이상 달리기도 귀찮아져서 처음 보이는 식당에서 멈춘다. 챠우면(볶음면)과 모모를 시켜 양껏 먹는다. 밥을 먹고 나니 어두워져서 잘 곳을 찾아야 하는데 이곳에는 주유소도 경찰서도 없고, 집들도 마당이 없다. 잘만한 곳을 찾으며 어두워진 길을 달린다. 길가에 있는 한 집이 주상가옥이어서 주인아저씨께 허락을 받고 아래 공간에 텐트를 친다. 소 우리가 옆에 있고 주변에는 염소 똥들이 널브러져있는 가축들의 공간이지만, 씻을 수 있는 펌프가 있으니 아무렴 어떠리. 이렇게 네팔에서의 첫 날 주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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