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구경에 나선다. 집이 시내 중심에 있고, 그리 크지 않은 동네라 슬슬 걸으며 구경을 한다.
우선 환전을 한다. 엘렌에게 물어 환율이 좋다는 수퍼마켓에 간다. 가는 동안 보니 은행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사설 환전소가 많다. 50유로를 바꾸려다가 좀 많다 싶어 50달러를 바꾼다. 돈이 수중에 들어오니 좀 든든하다. 우체국에 가서 엽서를 사서 근처 분수가 있는 노천 카페에 자리를 잡는다. 비싼 커피를 하나 시키고 여유롭게 앉아서 친구에게 보낼 엽서에 글을 끄적거린다. 밖에 나와 이러고 있으니 참 좋다. 혼자라서 좀 심심한 면이 없지 않지만 지금은 감내해야 할 일. 우체국에 가서 엽서를 보내고 슬슬 돌아다닌다.
아르메니아가 아마 아시아로 구분돼있을 텐데 유럽이라 봐야 옳다. 지역과 인종, 문화를 고려해서 대륙 구분을 해야지 원. 내 생각에는 아시아도 둘로 나눠야 한다. 인도를 경계로 중국 문화권과 아랍, 힌디 문화권으로 나누는 게 나라 수도 인구수도 균형이 맞는다. 뭐 누군가가 알아서 하겠지.
예레반은 걸으면서 구경하기 참 좋다. 시내버스가 있는데 시내 버스보다는 넘버 없는 봉고차 시스템이기도 하고, 도시 자체가 그리 크지도 않다. 군데군데 앉아 쉬었다 갈만한 노천카페와 공원이 지천에 널려있다. 그리고 여기저기 이 나라의 위인인듯한 사람들의 동상과 조형물도 많아 운치를 더 한다. 차는 좀 많은 듯 하지만 행인 수는 적당하고 건물들이 단조로운 콘크리트 건물이 아니라 답답하지 않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처럼 전통과 현재가 확연히 단절된 나라도 드물다. 유적지 같은 게 현재의 삶에 고스라니 녹아있는 나라를 보면 많이 부럽다. 그 놈의 경제 발전이 도대체 뭔지... 아등바등 사는 건 결국 똑같은 걸...
아르메니아는 역사상 제일 먼저 카톨릭을 국교로 인정한 나라라고 한다. 나라 구석 구석에 오래된 성당이 많다고 하는데 찾아가 볼 생각은 없고, 도심에 있는 큰 성당에 가서 구경을 좀 한다.한 나절 지루하게 않게 잘 돌아다녔다. 예레반의 분위기는 신사동 가로수 길을 크게 확장해 놓은 느낌이다. 오늘따라 날씨도 그리 덥지 않아 좋았다.
돌아다니다 일식집 두 개와 중국집 두 개를 봤는데 역시 한식당은 없다. 일식집도 둘 다 초밥집이었다. 일본도 이러한 정도니 우리나라도 우선은 단품 요리로 진출을 해야 할 듯 싶다. 우선 하나를 심어놓고 펼쳐나가야 하지 않을까?
돈도 바꾼 김에 집 근처에 있는 중국집에 간다. 여기선 중국집이 고급에 속한다. 가격이 좀 세다. 유일하게 하나 있는 누들스프와 요리를 하나 시킨다. 잠시 후 나온 누들스프는 다진 돼지고기와 당면 쪼가리가 조금 들어있을 뿐이다. 맛이며 모양이며 속 터진 만두국 국물이다. 국물이 있는 면 요리 문화가 없는 나라에선 스프가 대게 에피타이져 정도로 취급되기 때문에 양도 적다. 밥을 한 공기 더 시켜 돼지고기 감자볶음과 먹는다. 총 5,300드람(약 15,400원). 국경을 넘어 예레반에 도착할 때까지 8일간 소비한 금액에 필적하는 돈이다. 에이씨~ 오늘만은 돈 생각말자. 배불리 맛있게 먹은 걸로 만족하자.
집에 돌아온다. 엘렌은 나렌도와 나갔다 밤에 온단다. 그 사이에 다른 서퍼가 하나 온다고 문 따 주라 하고 나간다. 오늘 돌아다니느라 땀에 젖은 옷을 세탁하고, 잠시 후 찾아온 서퍼를 맞이한다. 오랜만에 영화나 한 편 보고 자야겠다.
내일 하루 더 쉬고 모레 떠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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