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산 아저씨의 누나가 아침을 차려준다. 무슨 죽 같은 거랑 빵, 샐러드. 해가 떴으니 에르산 아저씨는 먹지 않고, 아줌마는 조금 먹는다. 점심때 먹으라고 빵하고 이것저것을 좀 챙겨준다. 인사를 하고 난 ‘기레순’이란 도시를 향해 달린다.
오늘도 화창하다. 이곳도 열흘 내내 비 오고 흐리다가 어제 오늘 해가 비추기 시작했단다. 목적지까지 70여km 밖에 되지 않아서 여유롭게 달린다. 날이 맑으니 바다 빛도 맑게 비친다. 아담한 비치가 보이는 곳에서 잠시 쉰다. 문이 닫힌 식당 앞에 테이블에 앉아있는데 주인 아저씨와 친구들이 와서 가게 문을 연다. 그리고 차를 준다.
라마단 기간에는 물도 먹으면 안 된다던데 차를 먹는 아저씨도 있고, 안 먹는 아저씨도 있다. 서너 잔을 얻어먹고 다시 출발한다.
두 타임 만에 목적한 곳에 왔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 전화를 걸 수가 없다. 심카드 충전을 해야 하는데 돈이 없다. 환전소도 없다. 근데 ATM은 많다. 시티은행 카드가 있다는 걸 잊고 있었다. 수수료 때문에 꼭 시티은행에서만 돈을 찾아서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터키엔 시티은행이 들어와 있지만 동부 쪽엔 없다. 진작 떠올랐으면 돈 좀 미리 뽑는 거였는데 바보 같다. 우선 50리라(약 61,000원)만 뽑는다. 심카드 충전 카드를 사려는데 제일 싼 게 20리라(약 12,400원)짜리밖에 없어서 망설이다가 어쩔 수 없이 사고, 담배 가격을 보니 제일 싼 게 4.25리라(약 2,650원)다. 음료수 하나 사고 과자 부스러기 하나 사니 30리라(약 18,600원)가 뚝딱. 터키 물가가 만만치 않다. 만만찮은 게 아니라 비싸다. 드디어 유럽 물가가 시작되는 건가.
카우치서핑 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일 때문에 늦게 끝난다고 그쪽으로 오라 한다. 간다. 해안가 안쪽으로 들어가니 예상대로 무지막지한 경사길이 촘촘 복잡하게 이어져있다. 도착한 곳은 작은 대학교다. 연락한 친구와 같이 다른 아저씨도 나와 인사를 한다. 그 아저씨도 카우치서핑 멤버고 메세지를 보냈었다. 연락된 친구 카글라는 자기집은 힘들 것 같고 대신 무자페르 아저씨네 집이 가능할 거라 한다. 난 어디든 상관없다. 일이 끝나길 기다리니 무자페르 아저씨가 미팅이 있다고 10시반쯤 집 근처 주유소에서 보자 한다. 무자페르 아저씨는 미팅장소로, 난 주유소로 달린다.
한산한 해안가와 달리 북적이던 골목은 해가 지자마자 사람들이 모두 사라진다. 배가 많이 고팠나 보다. 나도 고프다. 주유소에 도착해 하닐없이 음악을 들으며 아저씨를 기다린다. 아저씨가 저녁을 같이 할 수 없다 해서 혼자 사 먹겠다고 밥하고 케밥 같이 나오는 음식을 물으니 쪽지에 적어줬는데 10리라(약 6,200원)정도 할거라 했다. 닭고기는 좀더 싸고… 여튼 비싸다. 앞으로 내 돈 내고 고기 사먹을 일은 없을 것 같다.
빵 쪼가리 먹고 있으니 아저씨가 온다. 카글라도 같이 왔다. 집에 간다. 넓고 좋은 집이다. 인터넷은 안 되는 것 같은데 세탁기는 있다. 지금은 그게 먼저 눈에 들어온다. 아저씨가 금요일에 다른 곳에 가야 한다 해서 난 이틀만 자고 다시 떠나야 한다. 내일은 하루 종일 빨래하며 쉬고 모레 아침 또 200km 너머에 있는 다른 호스트를 향해 달릴 것 같다. 제대로 된 집에 오니 너무 좋다. 기나긴 일주일 라이딩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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