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컨디션에서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미쳤다고 밖에 할 수 없는 길이다. 스타트만 좀 끊어놓고 밥을 먹으려 했는데 식당이 나오질 않는다. 또 그렇게 헉헉 거리며 달리다 과일 가게에서 멈춘다. 언제나처럼 수박을 찾지만 너무 커서 망설인다. 가격을 물으니 3.5리라(약 2,200원). 오호 이건 또 싸네. 이거보다 훨씬 작은 걸 4리라 주고 사 먹었었다. 큼직한 수박을 잘라 허겁지겁 먹는다. 수박이 너무 커서 반 통을 먹으니 배터지겠다. 이거 싸 갈수도 없고 참… 좀 쉰 후 다시 먹어보지만 도저히 못 먹겠다. 아깝지만 반 통을 고스라니 남기고 다시 달린다.
체력은 바닥났지만 그래도 오늘은 길이 나름 양호하다. 간간히 오르막 내리막이 나오지만 지난 이틀만큼 심하진 않다. GPS는 계속 최단거리로 가라며 삐리릭 삐리릭 거리지만 무시하고 계속 메인 도로를 탄다. 그렇게 달리고 달려 또 다른 해안마을 ‘페티에’에 도착한다. 목적지는 여기서 고개 넘어에 있는 ‘올루데니즈라는 휴양지다. 지중해 연안은 죄다 휴양지다.
페티에에서 올루데니즈로 가는 10km가 또 가관이다. 끝까지 진을 빼놓는 구나. 올루데니즈에 도착한다. 도로가엔 죄다 호텔뿐이다. 이곳 카우치서핑 친구 ‘리팟’의 집은 도로에서 안쪽으로 들어가야 한다. 리팟을 만난다. 서글서글하니 맘에 드는 친구다. 문을 따주고 피자를 시켜준 후 일하러 가야 한다며 다시 나간다.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배달된 피자를 먹는다. 이게 사람 사는 거지. 여기까지 오는데 정말 힘들었다. 얼마나 쉬어야 회복이 될지 모르겠다. 우선 늘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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