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때가 됐다. 여기저기 미리 연락을 취해놨다. 우선 선약을 지키자. 난 우연만큼이나 인연도 중요시한다. 인연이 된다면 어딘가에서 또 보게 되겠지. 안녕.
아쉬움을 뒤로하고 자전거에 오른다. 달리기 시작하자 입김이 나오고 손이 시렵다. 하지만 서서히 몸이 달아오른다. 도심을 벗어나자 슬슬 오르막이 시작된다. 산 하나를 넘어야 한다. 고속도로를 따라 하염없이 달린다. 도로 공사를 하고 있는 인부가 빤히 쳐다본다. 같이 쳐다보다 손을 흔들어 주니 깜짝 놀라며 같이 흔들어준다. 원래 남의 일에 신경을 잘 안 쓰는 편인데 여행을 하면서 조금이나마 먼저 다가가는 법을 배웠다. 산 능선 끝에 다다르니 이제야 구름 사이로 푸른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 110km에 산도 있어 염려했는데 경사가 완만해서 생각보다 일찍 도착하겠다.
소피아 도심에 들어선다. 그래도 한 나라의 수도답게 교통체증도 좀 있고 사람도 많이 보인다. 목적지 도착. 연락해둔 웜샤워 친구 미하일을 만난다.
미하일과 이반 두 형제가 사는 집이다. 집은 정리정돈이 하나도 안돼있다. 미하일은 약간 남다른 정신 세계를 갖고 있는 친구인듯하다. 기계 공학을 공부한다는데 기계의 매커니즘 속에 틀어박혀 있는 오타쿠 천재 같은 이미지?
천재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굉장히 남다르게 순수한 친구 같다. 가게에 가서 저녁거리를 사는 동안 뭐 먹고 싶냐 묻지만 자기가 돈을 낼 태세라 그냥 잠자코 다 좋아한다 말한다.
대충 이것저것 사와서 저녁을 때우고 맥주를 마신다.
다리가 뻐근하다. 몸 전체적인 체력은 별 문제가 없는데 다리만 풀려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 내일은 좀 쉬려 했는데 미하일이 어느새 다른 친구와 약속을 잡았다. 자기는 일하러 가면서 심심할까봐 그랬나 보다. 아… 구찮은데… 너무 순수하게 날 생각해줘서 원망스럽다. 가자 가. 자고 일어나면 회복되겠지. 내일 만날 친구와 채팅을 해보니 또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다. 다들 별로라 하던 소피아 구경 한번 해 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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