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찌감치 카메라와 캠코더가 아닌 악기를 들었다면 난 이 여행을 영상이 아닌 소리로 타인에게 들려줬을 것이다. 난 음악을 사랑한다. 모든 순간 순간 음악을 들으며 감정을 격양시키기도 하고 절제하기도 한다. 악기 하나 제대로 못 다루는 게 한이 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 우쿨렐레 하나를 동참시켰다. 우쿨렐레는 ‘작은 벼룩'이란 뜻을 지닌 하와이의 전통 악기로 다정한 페이소스를 지닌 소리를 낸다. 소리가 좋아서 무턱대고 사 놓고 이 악기의 제대로된 활용도 못하고 혼자 딩가 딩가 여흥을 즐기는 데에만 사용했었다.

프랑소와 트뤼포는 영화광의 마지막 단계는 자신이 직접 영화를 찍는 것이라고 했다. 어디 그것이 영화 뿐이랴 모든 취미의 마지막 단계는 자신이 직접 그것을 하는 것이다.

장기간의 여행을 통해 우쿨렐레 연주 실력도 연마하고 노래도 만들어 볼 생각이다. 고등학교 이후로 음악 공부 한적도 없고, 높은음자리 그리는 방법도 가물가물하다. 그저 좋아서, 재미있자고 할 뿐이다.

프로가 아닌 이상 듣기 민망한 노래들이 대부분이겠지만 너무 뭐라 말고 웃어 넘기시길. 우리도 우리가 엉망인 거 잘 알고 있으니… 

플랜은 저개발국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을 지원하는 국제 아동 후원단체다. 2년 전 쯤 한비야씨의 책을 읽고 마음이 동해 알아보다 종교와 무관한 플랜을 발견하고 플랜코리아를 통해 한 아이를 후원하고 있다.

여행 스폰서를 알아보면서 우리도 무언가의 스폰서가 되면 어떨까 싶어 플랜코리아에 연락을 취했다. 우리 즐기자고 떠나는 여행이지만 우리를 통해 조금이라도 노출이 되면 작은 홍보라도 되지 않을까 싶어 컨택을 했지만 너무 흔쾌히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여 주어서 오히려 부담스럽긴 하다.

세상엔 돕고 싶어도 그 방법을 몰라 못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우리의 여행을 통해 한 사람이라도 누군가를 돕는데 동참한다면 나름 뜻깊은 여행이 되리라 생각한다.

우리와 맺은 파트너쉽이 플랜코리아에 누가 되지 않길 바란다.   

컬럼비아는 거의 막바지에 연락이 됐는데 역시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캠핑용품과 옷가지들을 지원해 주었다. 우리의 활동여부에 따라 현금지원도 가능할 거라는 달콤한 제안과 함께…

현재 컬럼비아 미국 본사에서 [Great Outdoor: Pioneer]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 캠페인을 우리나라에서 진행하려고 하는 차에 우리의 제안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여행 계획이 그 캠페인에 부합할 가능성을 본 것 같다. 서로가 시기 적절하게 컨택이 된 것이다. 스폰서라는 것도 그렇게 운 때가 맞아야 한다. 그 뒤로는 두어차례 미팅을 갖으며 서로의 의견을 조율했다.

담당자 분이 편하게 대해 주어서 부담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바쁜 와중에도 우리의 요구대로 텐트, 침낭, 신발, 여러 벌의 상하의 옷들, 레인커버등을 꼼꼼히 챙겨 주었고, 특별한 계약서 없이 계속해서 연락을 취하며 교류하기로 했다. 우리에겐 편한 방식이다. 우리의 입장을 많이 고려해 준듯 하다.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