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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S#1/C#6. 11월 25일

2017. 2. 17. 14:36 | Posted by inu1ina2

인후의 출생신고를 위해 다시 나선다. 요구한 서류를 꼼꼼히 챙겨 구청인지 시청인지 하여간 어제 돌아섰던 사무실로 간다. 그때 봤던 아줌마가 아닌 다른 아줌마가 준비해온 서류를 대충 살펴보더니 됐다며 가란다. 열흘 뒤에 와서 아이 주민등록번호 서류 받아가라고… 몇몇 서류는 필요 없다고 되돌려준다.


“이거 필요하다고 했잖아요..”

“괜찮아요. 없어도 돼.”


이런 행정 시스템을 갖춘 나라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어떤 사무원을 만나느냐에 따라 일의 진행이 달라진다. 어쨌든 열흘 뒤엔 아이 할아버지가 서류 받으러 와도 된다니 이제 우리의 할 일은 여기서 끝이다. 열흘 뒤면 인후는 세르비아 시민이 될 것이고, 다음 방문 때 인후의 세르비아 여권을 신청하면 된다. (*우리가 귀국하고 두 달이 지나서야 출생신고가 완료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첨언하자면 한국인과 결혼한 결혼이민자와 그들의 자녀는 복수국적을 가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외국인의 유입이 많지 않았던 나라라 아직 이민자에 대한 정책이 확고히 정립되지 않은 면이 있다. 그래서 이민자 정책이 자주 바뀐다. 예전엔 아이들의 경우 20세 전후로 하나의 국적을 선택해야 했는데, 법이 바뀌어 국내에서 다른 국적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다는 서약을 하면 평생 복수국적을 가질 수 있다.


다른 건 모르겠고 세르비아가 사회주의 국가였어서 무비자 체결국이 우리나라와 좀 차이가 있다. 일례로 세르비아 여권으로는 몽골, 중국, 쿠바 같은 나라에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다. 전 세계 대부분을 커버하는 한국 여권에 세르비아 여권이 보태지면 그야말로 천하무적. 이것도 어떤 면에선 아이에게 좋은 선물이다.


장인어른이 뭘 살 게 있다고 해서 시장에 들른다.



다른 나라의 시장 구경은 뭔가 굉장한 재미를 줄 것 같지만, 사실 5분만 둘러보면 사실 거기가 다 거기라 특별하지 않다. 넉살 좋은 상인들과 주고받는 농담이 재미를 주긴 하지만 그것도 말이 통하는 나라여야 가능한 일이다. 과일을 좀 사서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 잠시 있다가 일로나 친구를 만나러 시내로 간다. 



친구를 만나고 나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되어 그들의 수다를 경청한다. 친구가 점심 시간에 잠깐 나온 거라 금방 들어가고, 우리는 전에도 자주 갔던 식당에 가서 뷔렉을 먹는다.




저녁엔 파티에 참석한다. 




항상 근사한 파티를 만드는 친구가 일로나가 왔다며 이번 파티를 마련했다. 3년 전에도 이 친구의 파티에서 재미나게 놀았었다. 그때 잠깐이었지만 그래도 안면이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처음보단 어울리기가 쉽다. 처음엔 그냥 아시아에서 온 누군가의 남자친구였지만, 이젠 그들 친구의 남편으로 온 것이니 그때보단 더 가깝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그때 봤던 친구들과 처음 보는 친구들과 어울려 즐겁게 술을 마신다. 모두 영어를 할 수 있고, 자유로운 스탠딩 파티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일로나 결혼식에도 왔던 한 친구는 몇 달 전부터 사귀기 시작한 남자친구를 데려왔는데, 그 친구가 내게 다가와 전 여자친구가 한국 여자였다고 말을 건넨다. 그러려니 했는데…


“아빠가 영화배우고, 할아버지는 목사였다고… 한국에선 유명하다던데… 여자친구 이름은 문 뭐시기…”

“진짜!? 유명하다마다 그녀의 할아버지는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로 평가받는 분이야.”


그동안 시차 때문에 6시만 넘으면 졸음이 쏟아졌는데 친구들과 어울리니 자정이 넘어도 즐겁다.



친구들이 하나둘씩 떠나가고 우리도 2시쯤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인후는 외할머니 곁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다. 아이고 귀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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