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동방정교회의 크리스마스다. TV에선 전에 구경했던 사바성당과 대주교의 모습 그리고 성당 앞에 모여든 많은 인파를 보여주고 있다. 처가는 딱히 종교적이지도 않고 가톨릭의 전통이 있어서 특별한 행사는 없다. 우리는 아침을 먹고 또 어디론가 구경하러 간다.
차를 타고 베오그라드 근방을 돌아다니다 보면 넓게 펼쳐진 평야를 볼 수 있다. 아직 자전거 여행하던 때의 습성이 남아 있는지 지평선이 보이는 평평한 길을 보고 있노라면 아~ 자전거 타기 참 쉬운 코스네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문득 어디서나 산이 보이는 우리나라와 달리 베오그라드에선 산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얘길 했더니 일로나가 근처 산에 가보자고 해서 나선길이다.
장인어른의 차를 타고 30분쯤 달려 서울의 남산 정도 되는 높이의 산 정상에 도착한다.
휴일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이 거의 없다. 남산 타워 같은 높은 탑이 있어 가보니 오늘은 문을 닫았다고 한다.
방향을 틀어 다른 봉우리 쪽에 보이는 기념물을 향해 걸어간다.
장인어른 왈 이름이 밝혀지지 않고 전사한 군인들을 위한 기념물이라고 한다. 세련되진 않았지만 뭔가 느낌이 있어 보인다. 세르비아에서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한 거라고 한다. 일로나는 어떤 전쟁에서 전사한 군인들을 위한 건지 모르겠다고 하는데, 기념물에 서 있는 거대한 네 명의 여성 조각상이 유고슬라비아 시절 한 나라를 이뤘던 각 민족의 의상을 입고 있다는 것으로 보아 2차 세계대전 때의 전사자를 위한 것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날씨가 좀 쌀쌀하긴 하지만 하늘이 청명해서 상쾌한 기분이 든다.
집으로 돌아와 늘어지다 저녁에 김밥을 만든다. 한 번쯤 한식이 땡길 거라 생각해 김밥 재료를 준비해왔다. 사실 김밥보다는 국물 요리가 그리운데 3일밖에 안 남았기 때문에 있는 재료 버리기 뭐해서 만드는 거다. 기본적인 재료로 만든 김밥이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밥을 먹으니까 그건 좋다. 이제 귀국할 날이 슬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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