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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 네팔은 컨트리 사무소를 들리지 않고 바로 PU지역 사무실로 향했다. 마침 우리가 지나가는 길에 플랜코리아에서 직접 염소 보내기 사업을 한 지역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학교와 메티컬 센터 순회를 마치고 간 곳은 염소 보내기 사업을 한 덜릿 빌리지였다. ‘덜릿'이란 힌두 카스트 제도의 한 부류를 말한다. 카스트 제도는 브라만, 크샨드리아, 바이샤, 수드라 라는 네 계급으로 사람을 나누는 거라고 학창 시절에 배웠지만, 우리가 모르는 ‘덜릿'이라는 부류도 있다. ‘덜릿'이 계급의 하나로 나뉘지 않는 까닭은 그들은 카스트 제도 안에서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기 때문이다. 영어로는 ‘Untouchable Ethnic’. 우리말로는 ‘불가촉 천민'이라 불린다.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기 때문에 이들은 계급도 없는 거고, 직업도 가질 수 없고, 인권이라는 것도 없다. 그래서 플랜 네팔은 플랜코리아의 지원 하에 이곳에 염소 보내기 사업을 작년 10월에 시작해 올 3월에 끝냈다. 사람이 많아 모두가 혜택을 받진 못했고, 가장 형편이 어려운 가정을 선별해 총 80마리의 염소가 이들에게 제공됐다. 지역에 있는 암놈 염소와 튼실한 종사 수놈을 교배시켜 더 내성이 강한 새끼를 얻는다. 80마리로 시작한 염소가 지금은 120마리가 됐다. 이 염소는 잡아먹기도 하고, 똥은 연료로 쓰고, 팔기도 하면서 각 가계의 큰 보탬이 되고 있다.

플랜을 단지 아이들만을 위한 단체로 생각하면 안 된다. 아이들을 위한 사업이 중심이지만, 모든 건 그 관계에 따라야 하고, 아이들이 잘 자라기 위해선 그 가정이, 나아가선 그 마을의 형편이 함께 나아져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덜릿이란 존재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고지만, 21세기에도 그들은 여전히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현실적으로 우린 당장 그 상황에 분개하겠지만 그 분개만으로는 그들이 인간 대접을 받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어느 한편에서 그들의 인권을 위해 싸우는 사람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니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럼 우리는 그들이 인권을 찾기 전까지 적어도 그들이 인간처럼 살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인간 취급도 못 받는 아주머니가 손님이라며 목에 화환을 걸어주고, 잘 자라는 염소를 보여주며 즐거워하는 미소를 도저히 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