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텐트를 쳐서 습기가 가득하다. 어제 사 놓은 감자를 쪄서 끼니를 때운다. 잠시 비가 왔지만 이내 멈춘다. 출발.
컨디션이 좋지 않다. 근육의 힘이 빠진 게 아니라 온 몸에 기력이 없다. 제일 짜증나는 상황에서 오르막을 맞이한다. 이 산만 넘으면 앞으로 수 개월간 산 넘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것으로 위안 삼으며 열심히 페달을 밟는다. 느릿느릿 올라 정상 지점에 멈춘다. 몸에 힘이 없어서인지 오늘따라 물이 많이 먹힌다. 카트만두에서 오래 쉬어서 모두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 그래도 이젠 오르막이 없다.목적지인 룸비니를 향해 달린다. 네팔 여행이 끝날 때까지 가능할 거라 생각했던 돈이 거의 다 떨어졌다. 음료수를 많이 먹은 때문이다. 간단하게 챠우면 하나 먹고 다시 출발. 한 시간을 산 길에서 보낸 탓에 밝을 때 룸비니에 도착하긴 힘들 듯하다. 마지막 타임에 힘차게 달려보지만 15km 남은 지점에서 날이 깜깜해진다. 음료수 하나 사 먹으니 우리 수중에 남은 돈은 제로. 배가 고프다. 밤길을 달려 룸비니에 도착한 후 게스트하우스를 잡고 돈을 환전하려고 계획을 세우고 출발하려 하는데 한 친구가 접근한다. 어느 곳에서나 만날 수 있는 좋은 친구들. 밤길에 룸비니는 너무 멀다며 짐 앞에 텐트를 치고 자라 한다. 솔직히 게스트하우스에서 편하게 잘 생각을 하다 텐트에서 자려니 그 호의가 그렇게 반갑지만은 않다. 배부른 소리. 호시포티가 대접해 준 라면을 먹고 텐트를 친다.
샤워를 하고 오니 호스포티가 한국어 문제지를 내놓는다. 이 친구도 한국어 공부를 하며 한국에 가길 희망하고 있다. 1년 반전에 한 번 있었고 2~3년 안에 한번 더 취업비자를 얻을 수 있는 시험이 있다고 한다. 40명을 뽑는데 4,500명이 지원한다고 한다. 이곳에서 선생님 월급으로 4,000루피(약 68,000원)를 받는데, 최저임금 928,000원이 보장되고 한국정부에서 직장까지 마련해 준다고 하니 큰 기회일 것이다. 네팔에서는 유독 한국에서 일했던 사람과 한국어 공부를 하는 친구를 많이 만났다. 한국어 문제지를 보니 공사현장 어휘가 많다. 이들에겐 실용회화라 할 수 있으니 그리 좋아 보이진 않는다. 고등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는 나름 인텔리 선생님이 일하러 한국에 가고 싶다며 한국어를 공부하는 현실이 좀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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