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후! 인후!” 아저씨가 불러댄다. 아저씨는 어딜 가는지 내가 언제 나갔다 들어올 건지 묻는다. 열쇠가 하나라 엇갈리지 않도록 묻는 것 같다. 자전거를 들고 나온다.
인도 돈 조금 남았던걸 국경에서 환전한 게 다라 돈이 없다. 시티은행에 가서 돈을 찾아야 한다. 어제 인터넷 카페에 가서 시티은행 위치를 확인했다. 15km 떨어져있는 곳이다. 큰 도로를 지나 작은 골목을 지나 찾아간 곳에 은행이 없다. 젠장. 돌아온다.
돌아오는 길에 시장이 있어 구경할 겸 들러 본다. 사람을 북적거려 자전거 끌고 다니기가 불편하다. 과일 파는 델 가니 색깔은 참왼데 모양이 우리나라 참외 같이 길쭉하지 않고 호박처럼 넙적한 과일이 있어 먹어보려고 가격을 물으니 시식용으로 조금 잘라준다. 아주 달고 맛있는 참외다. 요즘이 철인지 여기저기서 많이 판다. 둥글 넙적한 게 이상하게도 생겼다. 씨가 수박 씨보다 커서 속까지 같이 먹기 힘들다. 고 부분이 달고 맛있는데… 열대 지방엔 과일은 다양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나는 과일, 이를테면 사과, 수박, 딸기, 배 같은 건 우리나라 거 만큼 맛있지가 않다. 특히 배 같은 건 게임이 안 된다. 작물을 상품화하는 농업 시스템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참외 1kg을 40루피(약 550원)에 산다. 큼직한 거 두 개다.
집 근처에서 주변을 둘러본다. 라호르에 시티은행이 있는 건 확실하고 부자 동네니깐 이 근처 어딘가에 있을 것 같다. 많은 은행이 모여있는 블록 구석에서 씨티은행을 발견. 돈을 뽑는다.
일부러 구석진 골목으로 돌아온다. 부촌 외곽에 서민들이 사는 동네가 있길래 멈춰서 밥을 먹는다. 큰 로띠 두 장과 찍어먹는 소스, 튀김 몇 개. 30루피(약 400원)로 아주 저렴하다.
밥을 먹고 맞은 편에 있는 찻집에서 짜이 한 잔 마신다.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든다.
파키스탄은 영어가 거의 통하지 않는다. 간간히 한 두 사람 있는데 그것도 단어 몇 개 던지는 수준이다. 찻집에서 일하는 아이가 너무 예쁘게 생겼다. 여자 여럿 울리겠다. 눈빛이 너무 맑고 순수해서 남자 아이인데도 힐끔힐끔 쳐다보게 되더라. 미소 짓고 있는 모습이 예술이었는데 카메라를 들이대니 웃음을 멈춘다.
집으로 돌아온다.
뭔가를 찾느라고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다 보면 속속들이는 아니더라도 대충 동네 구경은 다 하게 된다. 이제 돌아다닐 일 없으니 냄새 나는 옷을 빨고 참외를 깎아먹는다. 아저씨가 보이길래 참외 한 개 주니 달지 않는 거 샀다고 한마디 던진다. 까칠하긴. 어두워져서 저녁을 먹으러 나오는데 아저씨가 기도를 하고 있다. 이 아저씨 꼭 영화 ‘그란토리노’에 나오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아저씨 같은 느낌이다. 원칙주의 고집불통 노인네.
어제 같던 식당에 간다. 어제 봤던 종업원 친구가 방긋 웃으며 악수를 청한다. 오늘 하루만 악수를 몇 번이나 하는지 모르겠다. 어제와 비슷하지만 다른 메뉴를 시킨다.
맛은 비슷하다. 밥을 먹고 나오니 한 놈이 사진 찍어 달라한다. 별… 한 방 찍어주고 또 악수.
집으로 돌아온다. 방에 모기가 많다. 너무 넓어 잡기도 힘들고 여기 모기는 굉장히 잽싸다. 전기에 꼽는 액상 모기약은 인도에서부터 통 먹히질 않는다. 모기가 피하는 성분도 나라마다 다른가 보다. 이럴 땐 텐트 속에서 자는 게 더 편하다. 편한 곳에 있으니 배부른 소릴 하는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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