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를 준다. 크고 웃기게 생긴 참외.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른다. 떠나려 했더니 아침 사온다고 먹고 가라 한다. 간단한 로띠와 콩커리. 뭔지 몰라 커리라고 하지만 커리 맛은 아니다. 이런 비슷한 소스가 너무 많다.
배를 채우고 출발한다.
어제 좀 무리를 했는지 몸이 무겁다. 햇볕이 쨍 해 더 힘이 안 난다. 한 시간 달리고 반을 한 가게에 멈춰 음료수를 하나 사 먹는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할아버지가 짜이 한 잔 하고 가라 한다. 뜨끈한 짜이 한 컵 마시고 다시 출발. 도로를 달리고 있으면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사람들이 옆에 붙어 말을 건다. “No Urdu(파키스탄 언어)”하면 대게 그냥 간다. 가끔 떠듬떠듬 영어를 쓰는 애들은 어느 나라냐?, 어디 가냐?, 이름이 뭐냐? 정도 묻고 간다. 한 친구가 그러곤 사라지더니 한참 앞에서 시원한 콜라 하날 들고 있다 건낸다. 그러곤 그냥 간다. 목을 축인다. 톨게이트를 지나는데 경찰이 잡는다. 왜 그러나 했는데 옆에 모여있던 친구들과 좀 놀다 가라 한다.
쉴 시간도 돼서 자전거를 세우고 무리 속에 들어간다. 금방 음료수 한 통을 사와 따라준다. 같이 모여 앉아 물담배도 피며 노닥거린다.
다시 달린다. 쉴 때쯤 되자 이번에는 길가에서 오렌지 쥬스를 파는 아저씨가 부른다. 멈춘다. 얼음 동동 띄운 맛있는 오렌지 쥬스를 준다. 맛있다. 내가 하고 있는 목걸이, 팔찌를 보다가 목걸이는 태국, 팔찌는 중국에서 샀다고 하니까 파키스탄 것도 있어야 한다며 자기가 차고 있던 팔찌를 내 손에 채워준다.
한참 노닥거리다 가려 하니 오늘 자기 집에서 자고 가라 한다.
고민되는 순간이다. 해가 지려면 아직 3시간 가까이 남았고, 힘들게 고개길 정상에 올라 왔는데 6km를 다시 뒤로 돌아가야 한다. 내일 도착 예정인 이슬라마바드까지 100km 안쪽으로 남겨놓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늘 같은 경우라면 서둘러 앞으로 나아가는 것보다 이들의 호의를 충분히 만끽하고 가는 게 낫겠다 싶다. 자전거 여행이란 앞으로 가기 위한 수단으로 자전거를 타는 것이 아니니까. OK 신호를 보내니 바로 오늘 장사를 접는다. 괜찮다고 기다리겠다고 하는데도 3시간이나 일찍 철수를 한다. 작은 마을 골목길에 있는 아저씨 집에 도착한다. 꼬맹이들이 몰려들어 구경한다.
집 안 형편이 한 눈에도 넉넉해 보이지 않는다. 아저씨의 형이 닭을 사와 요리를 시작한다. 작은 가스통에 직접 불을 붙여 요리하는 단출한 시스템이다. 분명 오늘의 닭고기 요리는 이들에게도 특별식일거다.
담배도 사다 주고 계속 필요한 걸 묻는다. 중간 중간 정전이 되는 가운데 요리가 완성된다. 그 동안 해외에서 먹은 닭요리 중 최고다. 오랜만에 배 터지게 저녁을 먹는다.
파키스탄 사람 좋다는 얘긴 익히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멋지다. 혹자는 말한다. 여행자들에게 베푸는 이런 호의가 이들에겐 큰 부담이 된다고… 어느 정도는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방문이 이들의 지진한 삶의 큰 활력소도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생활에 찌든 우리는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이들은 베푸는 것에서 행복과 기쁨을 찾는 사람들이다. 그걸 굳이 경제적 가치로 해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쥬스 아저씨가 말했다. “I’m a poorman. But my heart is rich.” 처음 듣는 얘기는 아니지만 오늘따라 더 마음 속 깊이 새겨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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