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온 식료품도 다 떨어져가고 있다. 라면을 아끼기 위해 남겨두었던 스프와 국수로 끼니를 때운다. 이곳에서 파는 국수는 삶을 때 밀가루가 너무 울어 나와서 다 삶았다 싶으면 찐득찐득 죽처럼 돼 버린다. 파스타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적당히 삶고 나서 물을 버린 후 다시 삶아야 한다. 국수 하나 만드는 데도 많은 노하우가 필요하나 보다.
오전에 오기로 했던 진섭이는 오후 늦게나 도착한다. 한국에서 온 중고 용달차를 팔기 전에 써먹기 위해 장작에 쓸 나무를 구하러 가기로 했었다. 이곳 산은 대부분 민둥산인데 사람이 없는 곳으로 깊이 들어가니 멋들어진 침엽수림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게르에서 살고 난로로 불을 떼니 땔감으로 나무를 베어가서 민둥산이 된 듯하다. 겨울이 긴 이곳에서 이렇게 무차별적으로 나무를 베어가니 산이 울창해지길 바랄 순 없다. 진섭이의 얘기로 그런 벌목이 불법이라고 하는데, 경찰인 동생이 아무 말도 안 하는 것 보면 단지 인식의 문제인 것 같다. 함께 불법 벌목을 할 뻔 했지만 죽어 쓰러지고 누군가 베어놓은 나무들이 많아 그것만으로 한 차를 채운다.
날씨가 꽤 추워져서 고생을 했다. 콧김이 콧수염에 바로 얼어 붙을 정도니 못해도 영하 10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겨울엔 영하 40도까지 내려간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었다. 어쨌든 나무를 잔뜩 해 왔으니 오늘 밤은 따뜻한 밤이 될 것 같다.
돌아오니 일꾼 중 한 명이 군대를 간다고 떠나려 한다. 걔 중에 제일 괜찮았던 친구였다. 이제 막 잘 어울리려나 싶었는데, 그것도 군대를 간다고 떠나니 왠지 짠해진다. 몽골은 12개월의 징병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언젠가 제기가 3~400만원 정도 주면 안 갈수 있다고 하고 본인도 그랬다고 개의치 않고 말하는 것 보면 우리나라처럼 군대에 갔다 와야 남자가 된다느니 어른이 된다느니 하는 얼토 당토 않는 낭설 따위는 없나 보다. 그 친구는 그렇게 누구도 안타까워 않는 곳에서 술 한잔 안하고 쿨하게 떠난다. 모르긴 몰라도 여기서 내가 제일 안쓰러운 마음일거다. 빌어먹을 군대 같으니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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