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를 맞추기 위해 좀 일찍 일어난다. 어제 포장해온 음식과 남은 밥에 계란말이를 더해 푸짐한 아침상을 차린다. 한 쟁반 가득. 아침부터 너무 많나 싶었는데 그게 다 들어가더라. 체중을 회복하고자 하는 몸의 의지가 확인되는 순간이다.
내일 떠나기 위해 문제를 일으켰던 자전거 손 좀 보고 바람도 넣는다. 비를 많이 맞아서 좀 삐걱거린다. 청소하고 기름칠을 해 줘야 하는데 귀찮아서 못 하겠다. 들어와서 빨래도 돌리고 배터리 충전도 한다. 떠날 준비 완료.
영화 한 편보고 소설을 좀 읽는다. 텍스트 파일로 보는 소설은 책장 넘기는 맛이 없어 싫다. 데미르가 동네 구경 가자고 했는데 귀찮아서 거절한다. 어제부터 바람이 강하게 부는 게 불안하다 싶더니 저녁엔 짖은 먹구름이 드리워진다. 하필 내일 떠나려 하는데 이 모양이냐.
오늘 저녁밥은 데미르가 피데와 그 비슷한 걸 배달시켜 먹는다. 지금 내 혀의 미각을 신뢰할 순 없지만 터키 음식은 우리 입맛에 아주 잘 맞는다. 국밥이나 국물이 있는 면요리가 흔치 않아서 그렇지 음식 자체는 다 맛있다. 데미르의 집에는 큰 통에 물김치 같은 게 있다. 처음엔 피클인줄 알았는데 피클오이, 고추, 호박, 여러 야채, 자두 등이 들어있다. 국물은 피클 국물과 우리나라 물김치 국물의 중간 정도 된다. 국물도 먹는진 모르겠다. 좀 더 조사를 해 보고 한 번 정리할 계획이 있는 터키와 우리나라의 역사적인 관계를 고려하면 실제로 우리나라의 김치문화와 유럽의 피클 문화가 섞여 탄생한 음식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내일 떠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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