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터키에서 묶었던 많은 집엔 침대처럼 펴지는 쇼파가 있었다. 한때 유행을 했던 건지 그런걸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대부분 그런 접이용 쇼파에서 잠을 잤다. 어디서든 잘 자지만 그런 침대가 불편한 건 사실이다. 자고 일어나면 허리가 뻐근했었다.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푹신한 퀸사이즈 침대에서 잤더니 기상 시간이 늦었다. 세수도 하지 않고 바닷가로 간다.
해변엔 팬션 별로 비치배드가 놓여있다. 사람이 거의 없어서 아무데나 빈 자리에 자리를 잡는다. 물가로 간다. 흔히 말하는 에메랄드 빛은 잘 들어나지 않는다. 해변을 멋지게 만드는 에메랄드 빛은 낮은 해수면이 길게 이어져야 나타난다. 여긴 경사가 좀 있어 5m 정도만 들어가도 얼굴이 물에 잠긴다. 그래서 겉에서 보면 짙푸른 푸른색 바다지만 물은 여느 훌륭한 바다 못지않게 깨끗하다.
암벽으로 둘러 쌓인 지형이라 자갈이 많다.
바람이 많이 불어 물결의 높낮이가 크게 형성된다. 그럴 땐 뒤로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물결에 몸이 들썩거려 재미있다. 그렇게 한동안 물속에 있다 나와 비치배드에 누워 멍 때린다.
참 좋다. 친구나 연인이 곁에 있으면 더 좋겠지…
비수기이기도 하지만 여행객이 거의 중년 이상의 연배라 분위기는 차분하다.
한참을 늘어지다 방갈로로 돌아온다.
빨래를 하고 테라스에 앉아 글을 끄적거린다. 이런 방갈로 테라스에 앉아 맥주 한잔하며 파트너와 노닥거리는 걸 여행, 아니 인생 최고의 순간 중 하나로 친다. 고로 지금은 최고가 아니다. 프나르 아줌마가 와서 잠시 노닥거린다.
가게에 가서 아이란과 내일 아침으로 먹을 빵을 사온다. 저녁밥을 먹으러 식당에 가서 메뉴를 보니 한숨만 나온다. 내 처지를 아는 프나르 아줌마가 메뉴에도 없는 5리라(약 3,100원)짜리 밥을 만들어 주겠다고 해서 그렇게 한다. 밥과 빵, 콩, 샐러드를 갖다 준다. 옆 방에 있는 혼자 여행하는 사진가 아저씨가 동석해 프나르 아줌마와 함께 밥을 먹는다. 이 아저씨는 하루 종일 돌아다닌다. 같이 돌아다닐래 하는 듯한 늬앙스를 풍기길래 딱 잘라 말한다. “난 머물 곳 구하면 무조건 휴식이에요. 다른 건 관심 없어요.” 이 아저씨도 여행을 많이 다녀서 몽골 얘기로 한참 떠든 후 방으로 돌아온다.
아~ 심심해. 혼자 하는 여행이 진짜라고 말하는 사람은 신뢰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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