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6. 또 다른 멋진 친구 (4월2일 am 10:30 ~ 4월3일 am 3:30)
2012. 4. 13. 22:18 |아센과 인사를 하고 다음 호스트 집으로 간다. 동네 자체가 작아서 다 근방에 있다. 새로운 호스트는 바르바라와 안또니오. 스페인 안달루시아 출신 커플이다. 에라스무스 교환 학생 프로그램으로 이곳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이다. 역시 반갑게 맞아준다. 집 청소를 하고 있는 중이어서 잠시 기다린 후 식사를 하러 중심가로 간다. 나름 근사해 보이는 식당에 자리한다. 마침 식당에 언젠가 한번 봤다던 스페인어를 하는 아저씨가 안또니오에게 아는 척을 하며 이런 저런 음식을 주문해준다. 맥주를 곁들이며 나오는 요리를 먹는다. 근사해 보이는 식당이지만 가격은 저렴하다. 불가리아 식당 메뉴판에는 요리의 가격과 더불어 양도 표기돼 있다. 이곳 사람들이 원래 대식가들인지 요리가 기본적으로 400~500g 정도 된다. 한 두 개만 시켜도 충분히 나눠먹을 수 있는 양이다. 맛있는 요리를 먹으며 여행 얘기를 한다. 특히 바르바라가 관심이 많아서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이 끝나고 스페인으로 돌아갈 때 기차를 타고 가려고 했는데 자전거로 시도해보자고 안또니오를 꼬시지만 안또니오는 말도 안 되는 소리 말라는 반응이다. 2시간 가까이 노닥거리며 식사를 하고, 올드시티 구경을 한다.
어제 아센과 왔을 때는 날이 안 좋아서 대충 둘러봤는데 오늘은 좀 꼼꼼히 둘러 보지만 그닥 흥미로운 구석은 없다. 올드시티 언덕 정상에서 담배 한 대 피우고 내려 온다.
내려오면서 카페에 들려 커피를 한잔하고 펍에 간다. 이들의 친구이자 내가 연락했었던 카우치서핑 멤버 중 하나인 밝고 외향적인 그리스 친구 바실리가 합류한다. 꽤 오랫동안 많은 얘기를 나누며 웃고 떠든다.
말레이시아에서 스페인 자전거 여행자 커플 이후 두 번째 스페인 친구들인데 이 두 커플이 스페인이란 나라를 너무 매력적으로 만들어 버렸다. 단지 두 커플 뿐이지만 스페인과 내가 굉장히 잘 맞을 거라는 기대를 갖게 만든다. 오늘 여기저기 많이 다니며 계산을 할 때보면 얘네는 더치페이를 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더치페이를 하지 않는 문화에서는 손님 격인 내가 수지타산상 이득이지만, 이건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 정서의 문제다. 돈이든 뭐든 너와 내가 계산할 필요가 없는 관계라는 어떤 공감대. 그렇지 않은 문화의 우정이 그런 문화의 우정보다 못하다 할 순 없지만 아무래도 내게 익숙한 정서가 더 끌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더치페이 얘기는 단순한 예시일 뿐 그 밖에 많은 부분에서 호감을 주는 친구들이다. 올 6월에 집으로 돌아가니 그때 스페인에 오면 꼭 찾아오라고 하는 말이 정말 진심으로 들려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다. 많은 곳을 돌아다니느라 나도 돈을 많이 썼다. 치열하게 아끼는 생활을 하고 있지만 소비량과 상관없이 이렇게 즐거운 걸 보면 역시 행복이란 물질 너머에 있는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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