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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C#7. 2021년 12월 28일

2022. 2. 17. 12:00 | Posted by inu1ina2

아침을 먹고 시내 구경을 나간다. 오래된 유적지가 있고 옛 모습이 남아 있는 올드타운스러운 제문이란 지역이다.

우선 근처 다뉴브강 언저리를 좀 걷는다.

우리에겐 참 낭만적으로 들리는 다뉴브강이지만 당연히 다른 강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강이다.

강을 좀 걷다 방향을 꺾어 골목으로 들어간다.

예스럽고 이국적인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런 골목길 걷는 걸 좋아한다. 목적지를 두지 않고 정처 없이 골목길을 둘러보며 그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이국적인 정취를 맘껏 향유하는 것. 이것만 한 여행의 즐거움이 또 있을까.

하지만 난 지금 차가 다니는 좁은 골목길 그것도 고르지 않은 울퉁불퉁 돌길에서 칭얼거리는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끌어야 한다. 이국적인 정취고 나발이고 빨리 둘러볼 곳을 둘러보자는 마음이 먼저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금이 딱 그럴 때인지 이번 여행에서 유난히 아이들이 협조를 안 해준다.

골목길 끝 언덕에 오르니 오래된 기념탑이 보인다.

19세기 말 헝가리 오스트리아 제국 시절 헝가리인들이 이곳에 정착한 지 천년이 된 걸 기념하기 위해 세운 탑이라고 한다. 탑이 근사하거나 세련된 맛은 없는데 고풍스러운 느낌은 있다.

관광차 온 중국인 학생들과 좀 노닥거리고, 카메라를 든 나를 보고 굳이 자신들의 사진을 찍어달라는 세르비아 학생들을 향해 셔터를 누른다.

언덕 위에 있는 탑이라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경치가 좋다. 날씨 좋을 때 다시 한번 와 보고 싶다.

어제 만났던 친구 호가르가 와서 함께 주변을 둘러본다. 탑 맞은편에 커다란 공동묘지가 있다.

이렇게 경치 좋고 역사적이고 위치 좋은 금싸라기 땅에 공동묘지라니. 그렇지 않아도 강과 마주한 낭떠러지 부근에 지어진 집은 가격도 비싸고 매물도 잘 안 나온다고 하는데.

아이들이 산책에 전혀 흥미를 안 보이고 칭얼거림이 심해져서 대충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좀 쉬다 저녁을 먹으러 이웃집에 간다. 5년 전에 왔을 때도 함께 식사했던 이웃이다. 일로나가 아기였을 때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이니 가족과 다름없는 이웃이다. 이들이 보이는 반가움의 표시도 가족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5년 전 꼬맹이였던 아이들도 많이 컸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알렉사는 15살이 됐는데 키가 무려 208cm란다. 농구 선수로 뛰고 있는데 시합 때문에 보스니아에 가서 오늘은 자리를 함께하지 못했다. 같이 나잇대에 세르비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선수고, 미국에서 스카우트 제의도 받았다고 하니 꽤 실력이 좋은가 보다. 세르비아가 유럽 선수권에서 우승을 다투는 나라이고 지난 시즌 NBA MVP인 니콜라 요키치가 세르비아 선수인 걸 감안하면 NBA 진출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식사자리는 언제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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