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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짙은 구름이 하늘을 가득 덮고 있다. 바람 또한 무섭게 불고 있다. 코앞에 두었던 도시까지 가는데 한 시간. 비까지 내린다. 최악이다.

한참을 돌아보지만 스포크를 구할 수가 없다. 마지막이라 생각되는 자전거 가게에 들렸더니 한참을 혼자 떠들다 안되겠는지 따라오라며 한 수리 점으로 안내한다. 그렇게 찾던 스포크가 있다. 하지만 사이즈가 다르다. 아무렴 어떠랴 휠의 장력만 유지해 주면 되지. 주인인 듯한 기술자 아저씨도 이곳에서 흔치 않은 바퀴라 한 동안 구조 파악에 애를 먹더니 이내 능숙하게 바퀴를 분해하고 조립한다.C 18-1 바퀴 상태가 생각보다 좋지 않았는지 5개의 스포크를 교체한다. 상당한 내공이 느껴지는 손놀림이다. 계속 휘어져 있던 효일이의 바퀴도 한 동안 만지작거리더니 원상복귀 시킨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머지 바퀴들도 반듯하게. 그 동안 신경 쓰였던 모든 마찰음이 사라졌다. C 18-2그 댓가는? 그렇다. 엄청난 금액. 2위엔 깎아줘서 300위엔을 지불한다. 우리의 5~6일 생활비가 뚝딱.

사실 돈이라는 건 그 값어치만 한다면 아깝지 않다. 고비사막을 거쳐 울란바토르까지 자전거에 탈이 생기지 않는다면 아깝지 않은 금액이다.

아~. 그렇게 생각해도 비싸.

예상치 못한 소비 때문에 환전했던 중국 돈이 거덜났다. 100달러를 환전하려 하지만 이곳 은행은 환전 업무를 하지 않는다. 한참을 찾아 헤매다 은행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환전상 세력을 발견. 달러를 내민다. 속고만 살았는지 100달러 지폐를 이리비치고 저리 비치고 만지작 만지작 거리더니 600위엔을 주겠다고 한다. 현재 환율을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너무 헐값인 거 같아 ‘그건 아니지.’라는 표정을 짓고 1분간 대치한다. 이내 핸드폰을 꺼내 들더니 오늘의 환율을 확인한다. 재빨리 훔쳐보니 기준환율 676. 640에 주겠다는 걸 계속된 흥정 끝에 660에 합의. 돈놀이하는 세력들에 둘러쌓여 흥정을 하는 통에 약간 긴장은 됐지만 나도 상황이 상황인지라 쉽게 물러설수는 없었다.

어쨌든 이렇게 하루를 보내 버렸다. 텐트를 치려면 도시를 벗어나야 하기 때문에 한 시간 정도 야간 라이딩. 초원 한 가운데 있는 전신주에 자전거를 기대놓고 텐트를 친다.C 18-3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댄다. 비는 그쳐 다행이다. 오늘의 비가 내일의 추위로 연결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