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Plan Korea
Columbia
Scott

Epilogue난 세상의 모든 것이 우연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믿는다. 우주가 시작된 빅뱅에서부터 태양계, 지구의 생성, 인간이라는 지적 생물체의 탄생, 그 모든 것이 작은 우연의 연속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믿는다. 필연이란 없다. 필연이란 존재가치를 합리화 또는 극대화하기 위한 스노비즘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 같은 우연론자에게 미래는 어느 하나 확실한 사실을 제공해주지 못한다. 즉 신뢰할만한 가치가 아니다. 수많은 관계의 실타래는 수많은 우연의 실타래이고, 무수히 많은 씨실과 날실 중 하나만 그 방향을 바꿔도 전체 실타래의 모양이 바뀌는데 어떻게 미래를 확신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난 미래를 준비하기 보다 현재를 살아가는 것에 집중한다.

과거 난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었다. 멋진 미래가 펼 쳐지리라 기대하면서 하기 싫은 일도 하고, 듣기 싫은 소리도 들으며 살아갔었다. 그러나 지금 당장 내가 죽지 않는 이상 미래는 언제나 존재하고 있는 것이어서 나의 화려한 미래는 언제나 미래일 뿐 현재가 되지 않았다. 세상에 어느 누가 자신의 미래를 현재화 할 수 있을까? 미래는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기다린다고 찾아오는 대상도 아니고 준비한다고 맞이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니다. 그래서 난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여행은 현재에 집중해서 살아가는 가장 확실한 삶의 형태다. 여행에 미래는 없다. 오직 지금 이 순간 내가 어디서 누구와 무얼 하고 있는지 만 중요할 뿐이다. 수많은 우연이 가져다 주는 현재 상황을 있는 그대로 맞이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여행은 내가 가장 잘 살아가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난 묻고 싶다. 이것이 과연 단순히 이상적인 몽상가의 망상일 뿐인지. 당신도 미래와 싸워 이길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