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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추위가 점점 심해져서 새벽에 깨는 일이 잦아졌다. 잘 때는 아무도 난로에 장작을 넣지 않으니 웅크리고 자는 수 밖에 없다.

오늘도 장작을 하러 산에 간다. 어제는 잔가지만 주었는데 성이 차지 않는지 드디어 전기톱을 돌려 나무를 베기 시작한다. 수 십년 된 나무가 한 순간에 꼬꾸라진다. 그저 오늘은 따뜻하겠군 하는 수 밖에 없다. 오늘도 역시 보통이 아닌 추위다.

날씨가 너무 추워져 집 짓는 일도 그만이라고 한다. 일꾼들은 곧 떠날 예정이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만찬을 준비하는지 양고기를 잔뜩 삶는다. 사인샨드의 제기네 집에서 먹었던 요리와 비슷한데 위에 얇은 밀가루 반죽을 펴 익히는 게 조금 다르다. C 29-3여기선 고기는 무조건 삶아 먹는 게 다다. 잠시 후 삼촌이 즐거운 듯 냄비 하나를 받아온다. 냄비에는 역시 삶아져 있는 양의 내장들이다. 곱창에는 선지가 가득 차 있는 게 중국에서 먹은 그것과 같다. 곱창과 양, 간, 허파 등이 순대를 먹는 기분인데 국물도 약간 있고 기름기가 많아 소주가 간절해 진다. C 29-4 우리가 뭐든지 잘 받아먹으니 신기한 듯 쳐다본다. 우리는 오히려 모자라다. 다 먹은 후 물을 마시려 하자 우리를 말린다. 제기에게도 들은 얘긴데 고기를 먹은 후엔 꼭 차나 수태차를 마셔야 한다고 했다. 추측컨데 물이 깨끗하지 못해 고기를 먹고 바로 찬물을 먹으면 기생충이나 그 밖에 다른 세균이 번식할지도 모르는 우려 때문에 한번 끓인 차 같은 걸 먹으라는 게 아닌가 싶다.

옆집 아저씨는 우리가 먹은 양의 뒷 다리뼈를 잡고 분지르더니 관절과 관절 사이에 있는 조그만 뼈 조각을 발라낸다. 그걸 비닐 봉투에 넣는데 그 봉투에는 이미 많은 뼈가 모아져 있다. 그것으로 게임을 한다는데 네 면의 각 면마다 양, 염소, 말, 낙타의 의미가 담겨있고, 그것들을 상에 펼쳐 같은 동물의 면끼리 알까기 하듯 따먹는 게임이다. C 29-2 특별한 놀이문화가 없어 별 걸다 갖고 노는 구나 싶다.

누나한테 부탁한 소포가 있는데 그게 도착하는 데로 떠나야겠다. 이제 더 이상 추워지는 게 감당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