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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이제 2주 뒤면 이곳 파자르칙을 떠나야 한다. 나도 이곳에서 더 이상 머무를 수 없고, 일로나도 7월3일부로 이곳에서의 일정이 끝나 베오그라드로 돌아가야 한다. 다시 만나길 약속하고 그 일정까지 다 잡아놨으나 구체적인 미래를 계획하기에는 힘든 상황이어서 그런지 일로나는 순간순간 눈시울을 붉힌다. 하여간 여자는 걱정이 많다.

이곳에서 남은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여행 계획을 짠다. 날이 뜨끈뜨끈한 게 딱 바다를 가야 할 날씨. 불가리아 동쪽 끝이 흑해를 접하고 있다. 그 지역에서 나름 괜찮다고 하는 소조폴(Sozopol)로 목적지를 정한다.

밤 기차를 타고 부르가스로 향한다. C 1-1부르가스가 그 지역 중심 도시다. 아침에 부르가스에 도착해 기차역 앞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소조폴로 이동한다. 소조폴에 도착해 해변 끝에 있는 예약해 둔 숙소에 짐을 푼다. 불가리아나 발칸지역 나라에는 콘도 형식의 아파트 형 숙소가 많다. C 1-2침실과 거실이 따로 있고 간단히 취사를 할 수 있는 부엌도 딸려있다. 아마도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아서 그런 듯 하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는 유독 연인과의 여행이 주를 이루는 것 같은 느낌이다.

짐을 풀고 바로 해변으로 간다. C 1-3멀리서 봤을 땐 언뜻 에메랄드 빛의 바다 빛깔이 나타났지만 가까이 가 보니 그냥 평범한 바다다. 번잡하지 않을 정도의 사람들이 해수욕을 즐기고 있다. 흑해의 바닷물은 일반 바닷물보다 짠맛이 덜하다. 일반 바다에 비해 20~30% 정도의 짠맛이다. 그래서 그런지 물 밖에 나왔을 때 소금기에 끈적거리고 찝찝한 느낌이 덜해 좋다.

외국의 바다에 가면 우리나라처럼 사람이 득실거리지 않고, 가이드 라인이 없어 자유롭게 놀 수 있어 좋다. 유독 우리나라의 해변만 안전이라는 명목 하에 졸라 얕은 곳에서만 놀 수 있게 줄을 쳐놓고 안전 요원이란 사람들은 그 밖에서 제트보트 등을 타며 논다. 특히 우리나라 안전요원은 그게 무슨 대단한 벼슬인 냥 사람들을 윽박지르며 통제한다. 무슨 완장만 하나 차면 어깨에 힘주는 군사 정부 시절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 수영배우기를 어렸을 때부터 하지 않아 안전에 더 신경 써야 함이 맞긴 하지만, 일단 통제를 해놓고 모든 사람에게 천편일률적으로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자기들 편의위주의 안전 규칙을 적용하는 꼴이 짜증난다.

어쨌든 이곳에선 아주 자유롭게 방해 받지 않고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C 1-9해변 끝에는 특별한 공지 없이 자연스럽게 누드비치가 조성돼 있다. 누드비치라 하면 괜한 호기심이 생길법하지만 그렇게 다들 벗고 있으면 목욕탕마냥 별다른 감흥이 없다. 누드비치 쪽이 아니라도 비키니의 상의를 벗고 일광욕을 즐기는 여자도 많아서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만다. 전체적으로 뭔가 쓸데없게 느껴지는 금기 같은 게 없는 것 같아 좋다. C 1-6C 1-5C 1-10C 1-11C 1-8C 1-7

해수욕을 하고 밥을 먹으러 간다. 휴양지라 일반 도시에 비해 두 배정도의 가격이 형성돼 있다. 특별한 메뉴는 없고 죄다 고기구이다. C 1-4밥과 김치 없이 고기만 먹으면 금방 물린다. 친구가 여자친구와 맛있는 식사하라며 여비를 보태줘서 근사한 바베큐를 먹어도 고기만 계속 먹으니 그리 맛있는지 모르겠다. C 1-12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좀 쉬다가 심심하면 숙소에 있는 풀에 들어가 논다. C 1-23C 1-22여기선 딱히 할 일이 없다. 매일 해수욕, 밥, 해수욕, 밥, 저녁에 맥주 한잔. 참 여유롭고 한가한 시간이다.

똑같은 일과가 따분하게 느껴질 때쯤 동네 구경에 나선다. 이곳에도 올드타운이라 불리는 오래된 지역이 있다. 뭐 특별한 건 없고 플롭디프에서 구경했던 올드타운과 비슷하다. 돌길이 깔려있고, 좀 고풍스러워 뵈는 집들이 있다. 바다를 면하고 있는 곳에는 성곽이 있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산책하기 좋다. C 1-13C 1-14C 1-15C 1-16C 1-18C 1-19C 1-20C 1-17

돌아오는 길에 초밥 사진이 있는 일식집 전단지가 붙어있어 찾아간다. 이곳의 천편일률적인 음식에 물려 일부러 찾았지만 일반 음식점에 초밥만 따로 파는 집이었다. 한국 음식도 있다고 해서 메뉴를 보니 ‘Korea Carrot’이란 메뉴가 있다. 아마도 인도에서 김치라고 내놨던 당근무침이지 싶다. 김치가 빨간색을 띠니 당근인줄 알고 지 멋대로 그걸 한국음식이라고 판다. 이곳에선 신경 쓸 사람도 없으니 그렇게 잘못된 정보가 굳어지겠지. 초밥이 드럽게 비싸서 망설이다가 저만치 홍등이 늘어져 있어 가보니 역시나 중국식당이다. 여긴 나름 중국식당 같은 메뉴를 보유하고 있다. 국물 있는 면과 볶음밥을 시킨다. C 1-24일로나네 집에서 맨날 밥을 해 먹어서 음식에 대한 갈증이 크진 않지만 재료가 한정적이다 보니 오랜만에 먹는 중국음식이 맛있다. 다행히 일로나도 쌀밥을 좋아한다. 밥을 빵처럼 생각해서인지 그냥 맨밥도 반찬 없이 잘 먹는다. 내일 또 와야지.

돌아오는 길에 한 까페에 자리를 잡고 축구를 본다. C 1-21이번 유럽 컵은 아시아 컵만큼이나 재미가 없다. 엄청난 클럽들의 경기를 즐겨보다 보니 눈이 높아져서 그런 건지 어쩐 건지… 하여간 전체적으로 경기가 다 지루하다.

두 달 넘게 둘이서 같이 지내고 있지만 이렇게 둘이 여행을 하니 기분이 또 남다르다. 여행 중 여행에서 다시 느끼는 여행의 즐거움. 여행은 모두 제 각각이라 모든 여행이 그 나름의 즐거움을 갖는다. 일로나와 함께 하는 만큼 이 여행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거다. 

4일간의 휴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날씨가 무지 덥다. 연일 35도 이상의 날씨다. 40도 이상의 날씨도 경험했지만 35도의 날씨는 또 그만큼 끔찍하다. 불가리아에 들어왔을 땐 날이 쌀쌀해서 저녁엔 비니와 자켓을 둘러야 했는데 어느덧 한 여름이 됐다. 

짐을 싼다. 쓸데없어 뵈는 짐을 좀 정리하고 무게를 줄인다. 이제 이곳을 떠나면 되는 건가… 마지막으로 유럽컵 결승전을 시청하고 자리에 눕는다. 드디어 불가리아 여행의 끝이 다가왔구나..C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