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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마지막 남은 먹거리를 해치우고 짐을 싸고 나간다. 기차역까지는 4km 남짓. 기차역에 도착해서 다시 짐을 풀어 논다. C 3-1귀찮은 자전거 싣기. 이 기차는 따로 화물칸이 없다. 자리 선반 위에 많은 짐을 올리고 칸과 칸 사이 작은 공간에 자전거를 세워 논다. 따로 짐칸이 없어 그런지 자전거 요금은 2레바(약 1,500원)밖에 안 한다.

2시간 뒤 소피아에 도착한다. 여기서 베오그라드로 가는 기차는 저녁 8시 15분. 우선 표를 끊는다. 국제선이라 그런지 일반 창구에서 표를 팔지 않고 구석진 곳에 있는 여행사 부스 같은 곳에서 티켓을 판다. 소피아 - 베오그라드 구간의 티켓은 40.29레바(약 29,500원)다. C 3-2자전거를 실을 수 있나 물으니 모르겠다고 기차오면 직원에게 물어보란다. 일꾼과 흥정을 하란 얘기. 시간이 많이 남아 기차역내 물품보관소에 짐을 맡기고 어딜 갈까 하다 1km 정도에 있는 공원에 간다.

날이 더우니 고작 1km에도 진이 빠진다. 도착해서 보니 일반 공원이 아니라 공동묘지다. 그래도 공원처럼 조성해놔서 그늘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C 3-3일로나는 내내 이런 저런 걱정을 하더니 이제야 집으로 돌아가는 게 신나는지 기분이 좋아졌다. C 3-6하릴없이 노닥거리다가 시간이 돼서 기차역으로 돌아간다.

플랫폼에 가서 기차를 보니 운전 칸 빼고 달랑 두 량짜리 열차다. C 3-4그리고 화물칸도 없다. 기차는 몽골, 인도에서 타고 세 번째다. 몽골은 매표소에서 자전거 운반비를 내고 마지막 칸에 있는 화물칸에 싣고, 도착해서 찾는 시스템이고, 인도는 화물만 관리하는 곳에 가서 따로 운반비를 지불하면 지들이 알아서 실어주거나 직접 살거나 하는 시스템이다. 이곳에는 따로 관장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냥 뒤 칸 빈 곳에 묶어둔다. 열차가 출발한다. 곧 표 검사하는 아저씨가 와서 티켓 검사를 하면서 자전거 돈은 안 냈나 보네 하길래 그건 따로 안 팔더라 하니 씩~ 웃으며 간다. 흥정하는 것도 꽤나 귀찮은 일인데 다행히 아무런 제재 없이 무사 통과 됐다. 국경근처에 다다르자 기차가 멈춰 선다. 그리고 국경관리 직원이 올라 타 여권을 검사한다.

불가리아는 쉥겐국가가 아니라서 180일 중 90일 체류가능이라는 조건이 없어 오스트리아에서 돌아왔을 때 다시 90일이 생긴 줄 알고 있었는데, 막바지에 180일 중 90일만 된다라는 글을 보고 다소 걱정을 했었다. 오늘이 불가리아에서 총 93일째 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직원들도 한참 검사를 하고 나서 도장을 찍어준다. 자료를 보면 각 나라에 입국조건이나 체류가능 조건 등이 까다로운 경우가 많은데 대게 육로 구경에서는 그 제시된 조건에서 융통성이 많이 적용된다. 무사히 불가리아 출국 도장을 받고 곧바로 세르비아 직원이 와서 입국 도장을 찍는다. 수상한 짐이 있으면 꺼내 들춰보는데 옆에 일로나가 있어 설명을 해 줘서 아무런 검사 없이 쉽게 넘어갔다. 곧이어 스크류 드라이버를 들고 기차 구석구석을 뜯어보며 검사를 하는 직원이 한참을 둘러본 후 다시 기차가 출발한다. C 3-5

예상치 않았던 곳에서 예상치 앉았던 만남과 예상치 않았던 장기체류, 그리고 예상치 않았던 계획변경. 하지만 이 모든 게 이 여행을 떠난 이유다. 누군가는 박수를 보내고 난 떠날 때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