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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마지막 짐을 정리하고 아침을 먹는다. 일로나의 표정이 밝지 않다.

일로나는 내일 기차를 타고 베오그라드로, 나는 오늘 자전거를 타고 출발해서 열흘 뒤쯤 베오그라드에서 다시 만날 예정이었다. 이곳에서 베오그라드까지 600km 남짓. 산길도 거의 없는 평평한 길이다. 그 사이에 머물 곳도 다 마련해뒀다. 하지만 너무 오래 쉬었고, 날씨가 너무 덥다. 무엇보다 멀리 목적지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굳이 거기까지 자전거를 타고 달려야 하는 동기가 사라졌다. 자전거 타기가 단순한 이동의 목적이 돼 버리면 그것만큼 지겨운 게 없다. 왜 자전거를 타고 가려하는가…

계획을 변경한다. 내일 일로나와 함께 기차를 타고 베오그라드로 향한다. 소피아에서 기차를 한번 갈아타야 하고, 기차에 자전거를 싣는 게 귀찮은 일이 될 테지만, 아무렴 600km를 자전거로 가는 것 만큼이나 귀찮을까. 속 편하다.

이 집을 비워줘야 하기 때문에 같이 짐 정리를 하고, 부엌에 남아 있는 먹거리를 해치운다. 그렇게 하루를 보낸다. 내일 불가리아를 떠난다. 여행이 막바지에 다다른 것 같다. C 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