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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C#3. 2021년 12월 24일

2022. 2. 17. 11:37 | Posted by inu1ina2

역시나 새벽 4~5시부터 부산거리는 아이들 때문에 이른 시각에 일어난다. 어른들이 깰 때까지 기다린 후 아래층으로 내려가 아침을 먹는다. 어제와 비슷한 식단이지만 베이컨이 빠져있다. 이곳에선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고기를 먹지 않는다. 사실 정교회 국가인 세르비아는 율리우스력을 따라 크리스마스가 내일이 아니라 17일이다. 하지만 헝가리 출신인 장인어른과 슬로바키아 출신인 장모님은 가톨릭 문화권이고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 1225일 크리스마스도 챙기고 17일 크리스마스도 챙긴다고 한다. 고기는 안 되지만 생선은 된다며 점심에는 생선요리를 한다니 내륙국인 세르비아에서 흔치 않은 생선요리를 맛보게 생겼다.

아침을 먹고 다시 아이들과 산책.

우리나라 아파트처럼 높지 않고 모양새도 다르지만, 흡사 아파트 단지처럼 조성된 지역이라 특별한 풍경은 없다. 그저 우리와 다른 모양의 건물이 조금 이색적일 뿐이다.

동네를 한 바퀴 크게 돌고 돌아와 시계를 봤더니 이제 9시 반. 일찍 일어나니 하루가 참 길다.

아이들의 여권을 신청하려고 경찰서로 간다. 아이들은 이미 이곳에서 출생신고를 마친 이중국적자다. 굳이 세르비아 여권이 필요하진 않지만, 우리와 달리 과거 공산국가였던 몇몇 나라와 여전히 무비자 협정을 맺고 있는 세르비아의 여권과 우리나라 여권이 합쳐지면 더 많은 나라에 무비자 방문이 가능하다. 아내도 우리나라 국적취득에 관련된 모든 시험해 통과해 지금 마지막 심사 중이기 때문에 내년 중반쯤엔 나만 빼고 모두 이중국적을 갖게 된다. 나도 세르비아 국적취득을 신청할 수 있지만, 결혼이민자와 그의 자녀라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우리나라는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아서 나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어쨌든 아이들의 여권을 신청하려는데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이곳의 행정 업무 절차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다. 서류를 받는 담당 직원에게 모든 재량이 주어져서 미리 준비해간 서류 외에 또 다른 서류를 더 가져오라고도 하고, 여기저기 들려 기껏 갖다 주면 쳐다도 안 보고 옆에 치워놓고 다른 업무를 보고, 그 와중에 사적인 통화를 하며 노닥거린다. 태도가 불손하기 짝이 없지만 그런 모습에 언성을 높이면 서류가 언제 접수될지 알 수 없어서 화를 꾹 참고 웃는 얼굴을 유지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선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공무원의 모습이다. 그런 느려터진 행정에 기다리는 사람은 많은데 대기실엔 앉아 기다릴 의자도 몇 개 없어서 아이들을 데리고 기다리는 내내 울화통이 치밀어 오른다. 진짜 맘 같아선 서류를 낯짝에 집어 던지고 돌아서고 싶지만 어떻게든 비위를 맞춰 일을 마무리하려는 일로나의 모습에 꾹 참고 기다린다.

마침내 서류를 접수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언젠가 아이들도 세르비아어를 배워야 하지 않겠냐며 세르비아 이민에 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일로나는 오늘 일을 언급하며 이 나라의 이런 행태가 진절머리가 난다며 이곳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 하기야 문제가 없는 나라가 어디 있겠느냐마는 우리나라만큼 행정 편의가 잘돼 있는 나라가 몇 없는 건 분명하다.

집으로 돌아와 점심을 먹기 전 크리스마스 선물을 나눈다. 원래 내일 선물을 뜯어야 하지만 내일은 가족 친지 모임이 있어 미리 선물을 뜯는다. 크리스마스트리 밑에 놓인 선물을 내내 눈여겨보던 아이들이 한껏 신나하며 선물을 열어본다.

떠들썩한 선물 교환식을 끝내고 점심을 먹기 시작한다.

점심엔 말한 대로 생선요리가 차려진다.

장모님이 직접 요리를 하는 줄 알았는데 이미 튀겨진 생선을 사 오셨다. 보통 생선은 이렇게 먹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선 온 가족이 함께 먹을 만한 큼직한 생선을 일 인당 한 마리씩 놓고 먹는다.

이쪽 사람들이 체격이 커서 먹는 양도 많은가 보다. 180 중반인 나도 이곳에선 평범한 키인 데다가 키만 큰 게 아니라 체구 자체가 크니 그 덩치를 유지하려면 많이 먹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점심 후엔 위층과 아래층을 오가며 시간을 보낸다.

매일 뭐 하는 일도 없이 먹기만 했더니 저녁 시간에도 배가 고프지 않다. 아이들만 간단히 먹인 후 유튜브를 틀어주고 일로나와 둘이 맥주를 마신다.

이곳 소규모 브루어리에서 제조한 맛 난 맥주를 마시며 오늘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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