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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동남아만 간다는 불평이 들려와 이번 여행은 어딜 갈까 고심하다 아예 멀찍이 떨어진 호주를 선택했다. 아이들이 크기 전까진 그저 수영장에서 놀 수 있는 동남아가 제격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른의 여행도 무시할 순 없으니까.

호주 여행 정보를 찾아보니 더욱 아이들이 더 큰 후에 장기로 떠나고픈 마음이 드는 곳이지만, 이번이 마지막은 아닐 테니 맘 편하게 뻔한 코스로 일정을 잡았다. 비행기값이니 숙박비니 전반적으로 높은 물가 때문에 마음이 편할진 모르겠지만...

일찍 비행기를 알아본 덕에 중국동방항공 티켓을 60만 원 초반 금액으로 살 수 있었다. 경유하는 시간이 좀 길다 하나 FSC 항공권치고는 만족스러운 가격이다.

갑작스러운 한파 예보에 잔뜩 옷을 껴입고 여름인 호주로 떠난다. 난징으로 가는 첫 비행을 마치고, 7시간을 기다린 후 시드니행 비행기에 오른다.

중국이 무비자 정책을 진작 시행했더라면 오히려 더 긴 경유 시간을 선택해 잠깐이나마 중국 구경을 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난징에서 11시간이 걸리는 지루한 장시간 비행 끝에 시드니에 도착한다시드니 공항의 세관검사가 까탈스럽다고 해서 철저히 준비했는데 질문 몇 개 받고 그냥 통과한다. 아마 아이들이 있어 그랬지 싶다.

네 명이 움직이는 대중 교통비와 택시비가 거의 비슷해 공항에서 호텔까지는 편하게 택시를 탄다. 1시쯤 호텔에 도착했지만, 빈방이 없다며 3시 체코인 시간까지 기다리라 해서 겸사겸사 근처 마트로 장을 보러  나선다.

식당 물가가 만만치 않아서 일부러 주방이 있는 호텔을 선택했다. 장보기 물가는 언뜻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저렴한 편이지만 기본적인 재료나 소스를 다 살 수 없어서 즐거운 식사가 될 것 같진 않다. 아직 부엌 상태를 모르니 오늘 저녁과 내일 아침 때울 식재료만 사 온다.

호텔이 있는 곳이 시내 중심지인 듯싶은데 의외로 차도가 넓지 않아서 큼직큼직한 건물이 늘어서 있음에도 주변이 꽤나 아기자기한 느낌이다국제적인 도시답게 생각보다 백인 비율이 낮고 다양한 인종이 거리를 메우고 있다. 도시 여행을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 네임벨류가 상당한 곳이어서 그런지 나름 도시도 달리 보인다.

호텔 체크인하고 잠시 여독을 푼 후에 아이들을 위해 수영장으로 간다.  볼품없는 수영장이지만 아이들에겐 시드니 전체보다 이 수영장이 더 좋을 것이다. 장시간 비행의 여파로 모두 피곤해해서 오늘은 그냥 쉬기로 한다. 어차피 머무는 기간은 길고 할 일은 별로 없어 급할 건 없다.

한국에서 사 온 유심이 안 돼서 편의점에서 새로 샀는데 그것도 네트워크 연결이 안 된다. 예전에는 어떻게 여행했는지... 인터넷이 안 되니 여간 답답한 게 아니다. 어제 산 유심 회사 매장을 찾아갔지만 지도가 잘못됐는지 보이지 않는다. 발걸음을 돌려 오페라 하우스 쪽으로 구경을 간다.

멀찌감치 하버브리지가 보이고 오페라 하우스도 보인다. 볼만한 풍경이다.

그 이름값치고는 사람도 그렇게 붐비는 것 같지 않다

여유롭게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이스탄불의 보스포루스 해협의 풍경을 연상시킨다.

오페라하우스의 표면이 매끄러운 줄 알았는데 격자무늬 타일로 돼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옆으로 이어진 보타닉가든 쪽으로 계속 돌아보면 좋겠는데 아들놈이 배탈이 났는지 배가 아프다며 힘들어한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숙소로 돌아온다.

오자마자 침대에 눕더니 곧 토를 쏟아낸다. 특별히 이상한 걸 먹은 건 없는데 장시간 비행의 여독 때문인 것 같다. 아들을 눕혀놓고 침대보를 세탁기에 넣는다. 방에 세탁기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쉬는 사이 유심 문제를 조사한 결과 호주는 3G를 쓰는 핸드폰은 지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구식인 내 핸드폰은 유심도 안 되고 해외 로밍조차 되지 않는 것이었다. 동남아 여행할 때 문제 된 적이 없어 이런 이유일 거라는 상상조차 못 했다. 오래된 핸드폰은 쓰지도 못하는 이런 시스템은 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어쨌든 유심 때문에 내내 신경 쓰이고 짜증이 났었는데 아내의 아이폰에서는 잘 작동돼서 한시름 놓았다.

아들이 계속 토하고 힘없이 축 늘어져 있어 오늘은 그냥 호텔에서 쉬기로 한다. 아들놈이 안쓰러움과 동시에 이 먼 곳까지 와서 숙소에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 조금 속상하다.

저녁 거리를 사러 나 혼자 마트로 향한다. 술을 한잔하려고 동네를 빙빙 돈다. 왜 마트에서 술을 팔지 않는지 모르겠다. 구석진 곳에서 찾은 조그마한 술가게엔 만족스러운 술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저가에 파는 호주 와인도 가격이 비슷하고 맥주도 비싸다. 그 와중에 소주도 보이지만 여기서 소주를 먹을 일은 없다. 소주 안주도 없고.. 적당한 가격의 프로세코 한 병을 들고나온다.

마트에 가서 파스타 재료들은 좀 산다. 이곳에 중심가라 관광객이 많아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다국적인 길거리 풍경이 아시안으로서 이질감 없는 이질감을 만들어 낸다. 이틀의 인상으로는 이런 곳에 살아도 좋겠다 싶다.

여전히 힘들어하는 아들에게 바다에 가서 물놀이하자고 꼬신다. 여행 중 80%의 즐거움을 물놀이에서 찾는 녀석이라 힘들어하면서도 몸을 일으킨다. 트램을 타고 부둣가로 가서 맨리행 페리에 오른다.

페리를 대중교통으로 이용하는 게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법한데 여느 대중교통과 다르지 않게 편리하게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대중교통용 페리에서 접할 수 있는 그 끈적한 소금기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엽서에서나 볼 법한 하버브리지와 오페라하우스의 풍경을 페리에서 보고 있자니 다시 한번 시드니가 멋지게 느껴진다.

맨리 부두에 내려 비치 쪽으로 걷는다. 거리에서부터 비치 분위기가 물씬 난다.

에메랄드빛은 아니지만 청명한 짙은 푸른 바다. 해변이 너무 넓어 그늘진 곳이 없는 게 조금 흠이지만 햇살이 그리 따갑지 않아 그냥 모래밭에 타올을 깔고 자리를 잡는다.

파도가 높아 수영하기가 힘들어 대신 파도치기 놀이하며 논다. 아들놈이 이틀 만에 미소를 보이며 즐거워한다. 그럼 그렇지.

몸이 으슬으슬해질 때까지 물놀이한 후 자리를 이동한다맨리 비치에서 걸어서 10~15분 거리에 있는 쉘리 비치 사이에 아담한 해수 풀이 있는 걸 봐 놨었다.

아무래도 비치 쪽은 아이들이 수영하기엔 파도가 부담스럽다수영장에 가서 물놀이 2차 시작.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코스다. 사람이 적지 않으나 부대끼는 정도는 아니다. 가까운 곳에 탈의실과 간이 샤워 시설이 있는 것도 마음에 든다. 좋은 날씨와 밝은 분위기가 좋다.

더불어 아들놈의 배탈도 마무리된 것 같아 다행이다. 한참을 놀고 다시 페리와 트램을 타고 숙소로 돌아온다.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가서 저녁 장을 본다. 양념 된 두툼한 양고기 한 팩을 집어 든다. 호주는 소고기가 유명하지만, 상대적으로 소고기보다 양고기가 더 저렴하다. 양고기는 우리나라에서 쉽게 선택하는 재료가 아니어서 기회가 있을 때 먹는 게 좋다.

오븐에 구워 나름 먹음직스러운 요리를 완성했는데 이상하게도 우리 아이들은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뿐만 아니라 보통 아이들이 싫어하는 당근이나 브로콜리 등을 더 좋아하니 혓바닥에 탑재된 미뢰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하다. 그리하여 애들이 남긴 고기는 고스란히 내 배로 들어본다. ~ 배불러...

페더데일 동물원에 가려고 일찍 숙소를 나선다. 시내에 대형 동물원이 있지만 호주 토종 동물 위주로 구성돼 있다고 하는 동물원을 선택했다. 일반적인 동물원의 동물은 어디서나 볼 수 있으니까.

이곳에 도착한 날이 주말이어서 길거리에 사람이 별로 없는 줄 알았는데 월요일 출근 시간에도 사람이 별로 없다. 이 고층 건물들을 채우는 사람들은 어떻게 오가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지하철도 이층으로 구성돼 있는데 서서 가는 사람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한산하다.

널널한 자리에 편하게 앉아 긴 시간을 이동해 페더데일 동물원에 도착한다.

호주 토종 동물 중 대형 동물이 없기에 동물원의 크기가 전체적으로 아담하다. 위협적인 동물도 거의 없어서 가까이 다가갈 수 있어 좋다. 아무런 두려움 없이 다가오는 캥거루, 인형처럼 꼼짝도 않고 나무에 매달려 자고 있는 코알라가 귀엽다.

이런 순한 동물들이 살아있는 걸 보면 이곳의 자연환경은 이들에게 그리 가혹하지 않았던 것 같다. 동물원에 가면 대개 대형 동물에 관심이 가게 마련인데 작은 동물들이지만 처음 접하는 아이들이라 만족스러운 구경을 할 수 있었다.

동물원에서 나와 다시 긴 시간 기차를 타고 블루마운틴으로 향한다. 카툼바 기차역에서 내려 쓰리 시스터즈 포인트 쪽으로 슬슬 걷는다.

한적하고 정리 잘된 동네다. 이런 데 살면 좋겠다 싶은 집들이 많지만, 막상 여기서 살면 엄청 심심하겠지?

블루마운틴이 한눈에 보이는 지점에 도착한다. 우리나라에선 접할 수 있는 지형의 산이 웅장하고 멋지다. 호주의 자연은 그 스케일이 남다르다. 언제 기회가 되면 이 나라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싶다.

작은 샛길을 따라 카툼바 폭포라는 곳으로 향한다.

천천히 걷기 좋은 트레일이다. 트레일을 걸으며 보는 풍경도 좋다. 이곳의 자연환경이 멋지고 조성을 잘해놔서 무척 마음에 든다. 특히 미세먼지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청명한 하늘이 너무 부럽다.

블루마운틴 지역 구석구석 연결된 트레일을 걸으며 종일 구경해도 좋을 법하지만, 아이들이 힘들어해서 찍어놓은 코스를 포기한다. 어쩔 수 없이 또 다음을 기약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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