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시드니 중심가 투어다.
첫 번째는 호주 박물관.
오스트레일리안 뮤지엄이라 해서 이곳의 역사를 좀 살펴볼까 했는데 자연사 박물관이다.
난 좀 실망스럽지만, 각종 동물들의 박제를 보는 아이들은 즐겁다. 관람객도 가족 단위가 많다. 아이들로 시끌벅적 한데도 그 나름대로 분위기에 맞다. 전날 동물원에서 봤던 호주 동물을 떠올리며 관람을 즐긴다.
딱히 체계가 잡힌 전시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박물관에서 나와 바로 앞에 있는 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세인트 메리 성당이라고 꽤 유명해 보일법한 자태의 성당이다.
내부는 촬영이 금지돼 있어 찍지 못했지만 딱히 특별할 건 없다. 관련 지식이 없으면 그냥 크고 웅장한 다른 성당과 다를 게 없다. 특히 종교에 특별한 관심이 없다면 말이다.
성당에서 나와 조금 더 걷는다.
오늘 구경하려고 찍어놓은 곳들이 2~3km 반경에 있어서 아이들을 데리고 걷기엔 좀 먼 거리지만, 모든 길이 공원 주변 걷기 좋은 산책로를 끼고 있어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아트갤러리에 들어간다. 모두 무료입장이라 좋다.
이런저런 그림이 전시돼 있는데 그림이 너무 많이 벽에 다닥다닥 걸려 있어서 집중이 안 된다.
그래서 크게 값어치 없는 그림들인가 싶었는데 개중에는 모네와 고흐, 세잔, 모딜리아니의 그림도 끼어있다. 설마 하며 물어보니 모두 진품이라고.... 유명한 그림들은 아니지만 당대 화가들의 작품이 이렇게 전시돼 있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좋은 면에서든 나쁜 면에서든...
마침 좋아하는 화가인 마그리뜨의 특별전시가 진행 중인데 따로 입장료를 내야 해서 그냥 나온다.
아이들이 투정을 부려 공원 풀밭에 잠시 앉아 쉰다.
여유로운 어쩌고저쩌고하며 TV에서 보여주는 공원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공놀이를 하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 그냥 누워 낮잠을 자는 사람... 진짜 여유로운 풍경이다.
우리나라였으면 돗자리와 그늘막이 텐트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을 거다. 너무나 확연한 인구밀도 차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이러한 풍경이 부럽다. 난 이런 여유로움 정말 잘 즐길 자신 있는데...
조금 더 걸어 유명하다는 맥퀴어리 포인트에 간다.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가 한 시야로 잡히는 곳이다.
매번 여행지에서 가족사진을 찍는데 시드니에선 이곳을 가족사진 장소로 정했다. 일몰 시간이 더 멋있다고 하지만 아이들 데리고 밤에 나오기 번거로우니 이것으로 만족한다.
사진을 찍고 다시 서큘러키 부두 쪽으로 걷는다.
역시나 이 여유로운 풍경들. 내가 웬만하면 뭘 부러워하는 성격이 아닌데 이곳 시드니에서 부러움을 많이 느낀다.
공원에 심겨 있는 나무의 크기를 보면 이건 단순히 인구밀도 차이가 아니라 행정가의 근시안적이고, 빈곤한 상상력과 함량 미달의 인문학적 소양 때문에 나타난 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물며 친위쿠데타마저 실패하는 똘아이가 리더로 있는, 그럼에도 제 이익을 위해 그를 감싸고 도는 정치인들이 나라를 운영하는 판예야.. 결국 나의 부러움은 내가 가질 수 없는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절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여행 중에라도 이 분위기를 온전히 즐기는 수밖에...
여행 전 찍어놨던 포인트는 대충 다 둘러본 것 갈아 오늘은 숙소에서 쉬기로 한다. 많이 돌아다녔으니 하루 정도 쉬는 것도 나쁘지 않다. 덕분에 아이들이 더 신나서 호텔 수영장으로 간다. 수영장이 좀 더 근사했으면 더 자주 수영장을 찾았을 텐데 꽉 막히고 볼품없는 수영장이라 물놀이 그 자체의 재미밖에 없다. 어쨌든 아이들이 즐거워하니 그것으로 족하다.
점심엔 아내가 찾아놓은 세르비아 식당에 간다. 가보니 세르비아 식당이 아니라 발칸 식당이지만 비슷한 음식을 먹으니까..... 나도 오랜만에 세르비아 음식을 즐긴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쉬다가 나 혼자 밖으로 나온다. 내일이 내 생일이니 좋아하는 마그리뜨 전시 보고 오라고 아내가 자유 시간을 허했다.
오늘은 쉬기로 했으니 아이들은 유튜브 보기를 원하고 난 잘됐다 싶어 혼자 미술관에 간다.
역시나 넓게 펼쳐진 공원을 걷는 게 좋다. 근데 이것도 매번 보니 좀 심심해지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많은 면에서 시드니가 좋긴 좋은데 아기자기한 골목길이 없다. 아무래도 땅이 크고 역사가 짧아 그런 것 같다. 난 자연과 교감하는 내공이 부족하여서 멋진 자연환경은 두어 번이면 족하다. 역시 여행 중 최고의 산책로는 뭔가 사연이 있을 법한 사람 냄새 나는, 역사가 스며들어 있는 골목길이다. 아쉽게도 이곳엔 그런 길이 없다. 이제 이곳도 그만큼 익숙해진 건가?
미술관에 도착해 무려 35달러를 주고 마그리뜨 전시를 본다. 좋아하는 화가의 진품을 구경하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미술관 구경을 마치고 다시 맥쿼어리 포인트로 간다. 이곳의 일몰 풍경을 사진에 담고 싶기 때문이었는데 구름이 잔뜩 낀 게 근사한 석양빛은 글러 먹은 것 같다.
바람이 너무 붙어 그냥 돌아갈까 싶었는데 맞은 편에서 치는 번개가 심상치 않다. 완전히 어두워진 후 번개가 내리치는 오페라하우스를 담으면 근사할 것 같다. 그렇게 한 시간을 넘게 기다린다.
구름이 더 짙게 드리워지고 천둥번개가 내리친다. 아뿔싸! 이곳의 기후는 우리나라의 그것과 다르다. 이제 좀 찍어도 되겠다 싶은 순간 우리나라에선 대형 태풍이 몰려와야 접할법한 강한 번개를 동반한 비바람이 내게 몰아친다. 카메라는 꺼낼 엄두도 안 나고 그저 바위 아래에서 몸을 웅크려 이 돌풍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린다. 30분쯤 지나고 비바람이 잦아들어 그 기회를 틈타 사진 몇 방 찍고 숙소로 이동한다. 비를 쫄딱 맞으며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먼 나라까지 와서 이러고 있는지...
어제부터 간헐적으로 내리치는 비바람이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하는 수 없이 호텔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낸다. 하릴없이 호텔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아깝지만, 날씨가 이러니 어쩔 수 없다. 그나마 둘러보려 했던 곳은 대부분 갔기 때문에 아쉬움은 없다.
저녁 시간에 맛있는 미국식 바베큐 식당에 간다. 아내가 내 생일이라고 예약을 해뒀다.
그리고 마침 이곳에 여행 온 처남도 같이 자리한다. 먹음직스러운 바베큐 요리가 나오고 맛나게 먹어 치운다.
식당에서 나와 근처 산책을 한다.
바람이 강해 좀 쌀쌀하지만 구경에 방해될 정도는 아니다. 잠깐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온다.
멜버른으로 떠나는 날. 체크인 시간을 꽉 채우고 나온다. 처남이 묵고 있는 호텔로 간다. 밤 기차를 타고 멜버른으로 가기 때문에 그때까지 처남이 묵는 호텔에서 쉬기로 했다.
오늘도 간헐적으로 비가 내리고, 강풍이 부는 날씨다. 여행 일정이 삼사일만 늦었어도 내내 찌뿌둥한 시드니를 구경할 뻔했다. 날씨가 안 좋아도 내내 호텔에만 있기 뭐해서 우선 밖으로 나온다.
어딜 갈까 고민하다 시간 때우기 좋게 먼 거리에 있는 본다이 비치로 간다. 이곳에서 제일 유명한 비치여서 수영하러 가려 했는데 날씨 때문에 못 갔다. 수영을 못하더라도 경치나 볼 겸 본다이행 버스를 탄다.
45분이 걸려 도착한 본다이 비치. 엄청난 바람 때문에 몰아치는 파도가 장관이다. 해변 끝자락에 있는 수영장에까지 파도가 덮친다.
우리나라에 큰 태풍이 올 때 바닷가가 이런 모습일까? 해변을 좀 걸으며 하니 바람에 날리는 모래 때문에 얼굴이 따가워 가까이 가기가 힘들다.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주인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시드니에서도 일 년에 한 번 정도 볼 수 있는 날씨란다. 왜 하필 우리 여행 때 이런 날씨가 찾아왔는지...
다시 시내로 돌아와 시드니 박물관에 간다. 실내에서 시간 좀 보내볼까 싶었는데 딱히 볼 게 별로 없는 박물관이다.
마지막으로 보타닉 가든을 거처 호텔로 돌아간다.
처남과 인사하고 짐을 챙겨 나온다. 역에서 멜버른행 기차에 오른다.
이곳 사람들이 덩치가 커서 그런지 앞자리와의 간격이 넉넉해 좋다. 11시간짜리 기차여행은 오랜만이다. 인도 여행 때가 마지막이었나? 밤 기차니 한숨 자고 일어나면 도착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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