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에 잠에서 깬다. 마치 세렝게티 초원 같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이곳의 자연 속 여행도 하고 싶다.
기차가 곧 멜버른에 도착한다.
토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도심이 한산하다.
먼저 멜버른 교통카드 사고 트램을 타고 숙소로 이동한다.
당연히 너무 이른 시각이라 아직 방이 없다. 호텔 뒤편에 넓은 공원에 있어 그곳에 자릴 잡는다.
정말 널찍널찍한 공원이 여기저기 참 많다. 이렇게 공간적으로 여유가 있으니 정신적인 면도 따라가지 않을 리 없다. 작은 나라에서 매일 같이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는 알 수 없는...
집에서 뭘 하고 놀아야 하는지 심심해하는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지들이 알아서 잘도 논다. 땅도 파고, 벌레도 잡고... 이렇게 자라면 좋겠는데.... 결국 환경이 사람을 만드는 거다.
전날 손님 체크아웃할 시간쯤 로비로 가니 방이 준비됐다며 카드키를 준다. 방에 들어와 짐을 풀고 여독을 좀 푼다. 웬만하면 쉬고 싶은데 멜버른에서의 일정이 길지 않아 우선 밖으로 나간다.
멜버른은 시드니보다 사람이나 차들이 더 많아 좀 북적거림이 있다. 시드니가 더 깔끔한 느낌인데 난 왠지 멜버른이 더 맘에 든다. 우선 만만한 박물관으로 간다.
유료 박물관이었는데 전시물이 어찌나 다양하고 많은지 다 둘러보기가 힘들 정도다. 전시물을 자세히 보지 않고 그냥 훑어보듯 쭉 둘러보고 나온다.
박물관에서 나오면 또 넓은 공원이 있다.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좀 쉰다.
쉴 데가 이렇게 많으니 쉬지 않을 수 없고 그렇게 쉬엄쉬엄 살게 되는 게 아닐까? 숙소로 돌아와 좀 늘어진다.
저녁을 먹으러 간다. 호텔과 같은 건물을 쓰는 대형 어린이 병원에 딸린 식당가에서 일본 라멘을 먹는다. 여행 중엔 가급적 현지 음식을 먹자는 주의지만 호주는 딱히 호주 음식이라 할만한 게 없다. 그냥 뻔한 감자튀김과 튀김류, 고기구이 같은 평범한 서양식. 그래서 그런지 일본 식당이 상당히 많고, 중국, 인도 그리고 태국 식당도 많다. 한국 식당도 가끔 보이지만 주류의 범주에 있는 것 같진 않다. K 열풍이 난리라지만 일본과 중국이 만들어 온 역사의 힘은 무시할 수 없다.
어쨌든 맛없는 일본 라멘을 먹고 다시 뒤편 공원으로 간다. 한쪽 어린이 놀이터에서 또 한 번 신나게 논다. 밖에서 참 놀기 좋다. 짜증 날 정도로 부러운 환경이다.
그레이트 오션로드 투어가 있는 날. 새벽같이 일어나 투어버스 픽업 포인트로 간다. 잠시 후 버스가 온다.
여행지를 호주로 정하기 전까지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존재를 몰랐었다. 사진을 보니 언제가 언뜻 본 이미지들이었지만 마음에 둔 곳은 아니었다. 그러다 멜버른에 가면 꼭 방문해야 하는 곳이라기에 투어 신청을 했다.
투어 일정은 단순하다. 버스 타고 가다 중간중간 지점에 내려서 30분 정도 각자 구경하고 다시 버스 타고... 그러니까 투어라기보단 교통편을 대절한 셈이다. 300km가 넘는 길을 왔다 갔다 해야 하니 혼자 다니긴 힘든 길이다. 렌트카로 움직이기도 하던데 귀찮아서 그냥 투어 버스를 신청했다.
점심 식사 시간까지 들은 몇 군데는 굳이 멈춰 구경할 필요가 있나 싶은 평범한 바닷가였다. 평범한 호주 바닷가. 한번 보면 멋지지만 그것도 자주 보면 평범해진다.
내가 기대한 건 파도에 침식돼 만들어진 기암절벽들인데 그런 게 보이지 않아 그냥 내렸다 탔다 하는 게 귀찮다. 잠깐 야생 코알라를 건 좋았다. 야생 코알라를 볼 기회가 있을 리 없으니까.
마지막 두 코스에서 드디어 내가 바랐던 풍경이 나타난다. 내가 웬만하면 탄성을 지르지 않는데 보는 순간 '와~!"가 나올 정도로 멋진 풍경이다. 그 기괴한 모양이며 그 크기며, 황톳빛 절벽과 푸른 하늘 짙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색감 하며. 부서지는 파도에 반사돼 반짝이는 햇살까지 근사하다. 정말 대단한 풍경이다. 한번 걸음 하기가 쉬운 곳은 아니지만 멜버른에 오면 꼭 방문해야 할 코스가 맞다.
하나 아쉬운 점은 단체버스를 타고 움직이다 보 니 다 비슷비슷한 단체 버스들이 비슷한 시간대로 움직이고 그렇기에 구경하는 순간에 관광객이 너무 물린다는 것이다.
언제가 또 기회가 생긴다면 단체 여행객이 움직이는 지점과 다른 경로로 렌트카를 이용해 구경해 보고 싶다.
투어버스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 지도를 찾아보니 우리가 간 곳보다 더 멀리까지 구경거리가 있었다. 말 그대로 그레이트한 오션로드인거다. 뭔가 좀 아쉬움이 있어야 다음에 또 오겠지. 어쨌든 오랜만에 본 좋은 구경거리였고, 무척 피곤하다.
여행을 마치기 전 바다에서 물놀이를 한 번 더 하기 위해 해변으로 향한다.
종일 해변에 있을 수 없으니 가는 길에 있는 로얄 보타닉 가든에 들른다. 시드니든 멜버른이든 넓디넓은 공원은 참 마음에 든다.
걷다 쉬기를 반복하며 공원을 둘러본 후 세인트 킬다 비치로 이동한다.
멜버른 시내에서 접근하기 쉬운 곳 중 나름 유명한 비치라던데 별 볼품이 없다. 멀리 항구도 보이고 날도 흐려서 물도 탁하다. 시드니에서 갔던 맨리와 본다이 비치와 같은 풍경을 기대했는데 실망스럽다. 어쨌든 왔으니 자리를 펴고 몸에 물을 적신다.
햇볕이 들어오니 조금 낫긴 하다. 아이들은 아무 상관없이 모래놀이를 하며 잘 논다. 그렇게 한 두 시간을 해변에서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낸다.
해변 식당에 들어갔는데 비빔밥이 있어 시켜본다. 야채만 있고 계란후라이는 4달러를 추가로 내야 한다. 고추장을 초장으로 쓰고 결정적으로 참기름을 뿌리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이걸 비빔밥이라 내놓으면 곧 망할 맛이지만 한식당도 아니고 그러려니 하는 수밖에...
호텔로 돌아와 늘어진다. 호주 여행도 이렇게 마무리가 되어 간다.
오늘 밤 비행기를 타고 멜버른을 떠난다. 체크아웃 시간을 꽉 채우고 방에서 나온다. 호텔에 짐을 맡기고 뭘 할지 고민하다 기념품이나 살까 싶어 퀸 빅토리아 마켓으로 간다. 유명한 관광 포인트 중 하나인데 딱히 끌리지 않았던 곳이다.
역시나 크게 다를 것 없는 시장이다. 관광객에게 유명한 시장은 대개 비슷비슷하다. 관광객들이 사는 게 어디서든 비슷비슷하니까. 딸내미가 코알라 인형을 지대한 관심을 보여서 하나 사고, 쭉 둘러보다 에보리진 전통 패턴의 예쁜 쿠션 커버가 있어서 그것도 산다. 아들놈은 난데없이 스피너를 다 사달라 졸라서 그것도 하나 사준다. 가격이 좀 되지만 품질은 좋아 보인다. 쇼핑에 전혀 관심이 없는 타입이지만, 여행할 때마다 그 나라를 떠올릴 수 있는 작은 기념물 하나 정도 사는 건 괜찮은 것 같다.
시장 구경을 다 하고 다시 호텔로 돌아와 근처 공원에서 시간을 보낸다. 아이들이 알아서 잘 노는 덕에 난 그늘에 누워 낮잠이나 늘어져 잔다.
6시가 넘어서 공항으로 가려 했지만, 풀밭에 늘어져 있는 것도 지겨워 5시쯤 우버를 부른다. 만 7세 이하의 아이는 반드시 카시트에 앉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서 우버 타기 힘들다고 하던데 우리가 만난 인도 청년은 별 신경 쓰지 않고, 우리를 태우고 공항으로 이동한다.
오랜만에 새로운 나라, 새로운 대륙을 여행했고 새로운 느낌도 많이 받았다. 이제부터 아시아를 벗어나는 여행을 더 적극적으로 계획해 봐야겠다.
'Sometimes... Travel > 2025' 카테고리의 다른 글
S#37. Sydney, Australia part.2 (202. 01.14 ~ 01.17) (0) | 2025.02.11 |
---|---|
S#36. Sydney, Australia part.1 (202. 01.09 ~ 01.13) (0) | 2025.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