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 자고 일어나니 메디는 없고 동생만 자고 있다. 학교 갔나 보다. 나갈 준비를 하고 나선다.
시장까지는 5km 정도되는 거리지만 날씨도 덥고 북적 이는 시장 통에 자전거를 끌고 가기도 그래서 걸어가기로 한다. 슬슬 걸으며 동네 구경을 할 생각이었는데 구경할 게 없다. 바로 이곳으로 날라와 돌아본다면 이국적인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너무나 평범하게 보인다. 어느 나라나 2주정도 지나면 별 감흥이 없다.
시장에 도착한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오래되고 큰 시장이다. 테헤란에서 갔던 시장이랑 똑같다. 오래된 벽돌 건물 안에 미로처럼 얽힌 길 사이로 상점들이 있다. 천정의 돔이 구경거리지만 크게 흥미롭진 않다. 파는 물건도 여느 시장과 다름없다. 페르시아 카펫이 유명하다니까 카펫 상점이 모여있는 곳만 눈이 좀 갈 뿐이다.
배가 고파 기웃거리다가 내장을 볶는 조그만 식당이 있길래 들어간다. 아마 양의 것일듯한 곱창, 허파, 염통, 간 등을 양파와 감자, 토마토와 볶은 후 난에 싸 먹는다. 맛있다. 옆에 있던 터키 아저씨가 곱창구이 꼬치를 하나 줬는데 그것도 맛있다. 터키 아저씨가 영어를 할 줄 알아 가격을 물어봐 달라 했더니 자기가 계산하겠다고 그냥 가란다. 계속 사양하다 고마움을 표시하고 나온다.
남은 거리가 이틀 정도 걸릴 것 같지만 돈에 쪼들리고 싶지 않아 20유로를 환전한다. 시장 구경도 다 했고 다른 데 가기도 귀찮아 집으로 돌아간다. 중간 중간 공원에서 쉬며 숨도 돌린다.
집 근처에 과일 가게가 있어 큰 수박을 하나 산다. 보통 수박 가격은 3kg에 1,000토만이거나 1kg에 350토만이다. 그러면 큼직한 수박 하나에 2,500토만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최소 15,000원은 하는 수박이다. 과일 하난 정말 싸다. 그 동안 방문한 나라의 물가를 생각해보면 우리나라가 유독 비율상 과일이 너무 비싸다. 유럽 가기 전에 실컷 먹어야지.
잠시 비가 온다. 이란 와서 처음 보는 비다. 그냥 잠깐 오다 만다.
집에 오니 메디의 룸메이트인 뻬흐루즈만 있다. 오랜만에 좀 걸었더니 다리가 아프다. 샤워를 하고 인터넷을 한다. 어제 메디가 다른 접속프로그램을 사용해 차단된 사이트를 접속하는 걸 봤다. 그 방법을 이용해 동영상을 올리고 굉장히 힘들었던 파키스탄 주행 여행기도 올린다. 여기서 국경 가는 길에 2,500m 산을 넘어야 하지만 더 힘들었던 때를 떠올리며 힘을 낸다.
저녁에 메디가 많은 친구들과 함께 온다. 내일 시험을 본단다. 아마 같은 조의 친구들인가 보다. 친구들은 열심히 공부를 하고 난 영화를 본다. 라흐루가 밖에서 재료를 사와 샌드위치를 만든다. 맛있다. 내일은 푹 쉬고 모레 떠나야겠다.
'Production[Story] > S#21. Iran' 카테고리의 다른 글
C#40. 국경으로 (7월11일 am10:00 ~ 7월11일 pm11:30) (0) | 2011.08.11 |
---|---|
C#39. 축구 한판 (7월10일 pm12:30 ~ 7월11일 am3:00) (0) | 2011.08.11 |
C#37. 이사 (7월8일 am10:00 ~ 7월9일 am3:00) (0) | 2011.08.11 |
C#36. 타브리즈 도착 (7월7일 am9:00 ~ 7월8일 am2:30) (0) | 2011.08.11 |
C#35. 힘든 주행길 (7월6일 am9:30 ~ 7월6일 pm11:30) (1) | 2011.08.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