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추워서 잠을 설쳤다. 낮에는 그렇게 더운데 이제 밤은 싸늘하다. 침낭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주변 풍경은 좋은데 길은 깝깝하다. 광활한 풍경은 아무리 바라봐도 질리지 않지만 오르막길은 단방에 질려버린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구릉에 힘이 빠진다. 사람이 힘을 내고 용기를 내는 이유는 그 끝에 희망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오르막이 계속 이어질 거라 예측을 하더라도 이게 마지막이겠지 싶은 희망이 필요한데 여기 산은 나무가 하나도 없으니 오르막에 다 오면 떡 하니 맞은 편 오르막까지 가는 길이 적나라하게 눈에 들어온다. 내리막을 시작할 때부터 짜증이 밀려오는 거다.
길이 그 모양인 만큼 마을도 잘 나타나지 않는다. 대게 세 네 번의 오르막에 한번씩 산 아래에 오아시스 같은 작은 마을이 있다. 가게나 식당은 잘 없고 지하수만 나올 뿐이다. 물은 거기서 보충한다. 그런 마을에 들어서면 당연히 사람들이 모인다. 아이들과 장난을 치며 휴식을 취한다.
어제 250km가 남았을 때 잘하면 이틀에 가능할거라는 계산이 150km가 남은 오늘은 삼일 내에 갈 수 있을까 걱정이다. 기왕 힘든 거 좀 더 힘들어 보라는 심본지 간간히 비포장길이 나타나 괴롭힌다. 그렇게 수많은 오르막 내리막을 거치고 5시쯤 큰 길을 만난다. 종일 50km밖에 못 달렸다. 이제부턴 좀 좋은 길이려니 싶다. 내일 도착을 목표로 좀 더 힘있게 페달을 밟는다.
계속 서쪽을 향해 달리기 때문에 항상 일몰을 보게 된다. 큼직한 해가 지고 붉게 물든 노을이 질 때, 바람이 살랑거리고 페달이 잘 밟히면 귀에 꽂은 음악과 함께 기분이 좋아진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로라말링의 노래마저도 상큼하게 들린다.
기분은 그렇다 치고 배가 너무 고프다. 참치캔 하나로 하루를 버텼다. 마지막에 꽤 큰 도시가 나온다. 잠자리가 가능한 공간이 있는지 확인하고 밥을 먹어야 하는데 배가 너무 고파 처음 보이는 식당에 들어간다. 케밥에 밥이 제일 먹을만한 밥이다. 밥을 다 먹고 나니 어디서 잘지 걱정이다. 영어를 하는 친구에게 은근슬쩍 떠보니 공원에 텐트치고 자란다. 자식 야박하긴... 하는 수없이 공원에 간다. 공원에 가니 내 불평이 무색하게 많은 텐트가 쳐져 있다. 이란은 땅덩어리가 크다 보니 텐트를 가지고 다니며 이동 중에 공원에서 자고 하나보다. 구석진 곳에 잔디용 물뿌리개 호스가 있어 씻을 수도 있다.
이제 내일이면 도착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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