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으로 보이는 아침 풍경이 좋다. 주인 아저씨께 인사를 하고 떠난다.
허허 벌판길이 이어진다. 가게도 없고 뭣도 없다. 배고파 죽겠다. 세 시간을 달리니 휴게소가 하나 나온다. 이런 상황에선 가격을 물어보고 할 것도 없다. 그냥 빨리 밥 달라고 한다.
케밥에 밥.
흩날리는 밥이지만 그래도 밥을 먹어야 뭘 먹은 것 같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황량한 길. 마지막일 거라 예상되는 도시에 멈춰 한숨 눈을 붙이고 다시 달린다. 이제 큰 길은 사라지고 좁은 산길이 이어진다. 주변은 온통 밀 밭과 개간되고 있는 땅들이다. 풍경은 상당히 멋진데 자전거 타기는 쉽지가 않다.
역시나 가게가 없어 갈증이 끝까지 올라와 차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릴 무렵 아주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한 할아버지가 심심하게 앉아있는 가게에서 1L짜리 쥬스를 사서 벌컥벌컥 마신다. 차츰 한 명 두 명 사람이 모인다. 영어를 하는 사람이 없어 사람들끼리 누가 영어를 할 줄 아냐고 의견을 나누는 듯하더니 한 아저씨가 온다. 아저씨는 내게 "Can you speak english?" 묻는다. "Yes" 난 단순하게 대답한 건데 아저씨는 무슨 선문답을 한 듯이 이 한마디 대화를 가지고 주위 사람들에게 5분간 장황한 설명을 하다 사라진다. 그 후 여기저기서 차며 수박이며 난과 잼, 치즈 등을 갖다 준다. 마을 사람들 전체가 작당이나 한 듯 호의를 베푸는데 너무 갑작스럽게 진행이 돼서 당황스럽다. 하지만 이런 호의는 언제나 사람을 흐뭇하게 한다. 정리가 된 후 떠나려는 순간까지 뭐 필요한 게 없냐며 묻는 것 같은데 가방이 포화 상태다. 인사를 하고 떠난다. 마을 끝 언저리 과수원을 하는 아저씨가 또 불러 세워 차를 주고 자두와 살구를 챙겨준다.
가방은 넘치는데 안 받을 수는 없고 참...
다시 갈 길을 간다. 이제 비포장길이다. 힘들다. 사람들에게 받은 친절과 주변 풍경이 아니었으면 완전 짜증만 내며 달렸을 길이다. 해질 무렵인데도 마을은 나올 생각을 안 해 중국 이후로 처음으로 그냥 벌판에 텐트를 친다. 풍경은 정말 좋다.
이런데 숙박시설이 있으면 며칠 묶었으면 좋다. 작은 마을 Abanlig 사람들이 챙겨준 먹거리로 저녁을 먹는다. 보통 혼자 이러고 있으면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건지...' 투덜거리게 되는데 오늘은 왠지 모든 게 흐뭇하다.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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