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이불을 깔고 자서 시원했다. 날이 밝아져서 자연스럽게 눈을 뜬다. 어디서나 비슷하게 아침은 난과 치즈, 계란 후라이로 먹고 떠날 준비를 한다. 사진도 찍고, 기념품도 준다. 집을 나와 갈래길에서 스웨덴 친구들과 다시 한번 인사를 하고 반대방향으로 달린다.
오전엔 힘도 있고 햇볕도 견딜만해서 잘 달린다. 오늘도 첫 타임에 45km를 달리고 휴식을 취한다. 가게에서 수박을 팔길래 작은 걸로 한 통을 산다. 아무래도 물만 먹는 것보다 과일을 먹는 게 낫다. 이란엔 평상이 많다. 카펫이 먼저 인지 평상이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카펫이 깔려있는 평상은 쉬기에 안성맞춤이다. 수박 한 통을 다 먹고 조금 졸다가 다시 달린다.
길가에 로드킬당한 새가 한 마리 보인다. 그러고 보니 이란에선 개나 고양이를 거의 보질 못했다. 테헤란 카페에서 그 유명한 페르시안 고양이를 한 번 봤을 뿐이다. 애완 동물에 관심이 별로 없나 보다.
두 타임째 목표했던 잔잔에 도착한다. 카우치서핑 연락해 둔 친구네 갈까 말까 고민하다 그냥 달리기로 한다. 오늘 시간이 많이 남았고 지금 남아있는 25,000토만으로 마지막 목적지인 타브리즈까지 버틸 수 있을 것 같단 계산이 섰다. 한곳에서 하루라도 더 편히 쉬는 게 낫다.
다시 출발하려는데 안장 한쪽이 부러진다. 이 정도는 마이티 퍼티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산 중국산 말고 한국에 갔을 때 마트에서 국산을 하나 사왔는데 그게 확실히 더 좋다. 앞 짐받이가 부러진 것도 그걸로 잘 버티고 있다.
잔잔을 벗어나자 인적과 차량이 뜸해졌다. 산길이라고 할만한 경사는 아닌데 갈지자 길이 이어진다. 주변 풍경이 황량한 가운데 인적 없는 길을 혼자 달리니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길 옆은 교육용 교보재로 일부러 만들어 놓은 듯한 단층된 지층이 보인다. 신기하다.
지하수가 흘러 넘치는 곳에서 쉰다. 외진 곳으로 들어오면서 사람들이 점점 순해지는 게 느껴진다.
맞은 편 도로에서 또 다른 자전거 여행자가 보이길래 뛰쳐나가 불렀는데 고개만 한 번 돌리고 가던 길을 간다. 내 자전거가 안쪽에 있어서 보이지 않았다. 유럽에서 유라시아 횡단을 목표로 하는 자전거 여행자는 거의 중앙 아시아로 빠지는데 터키를 거치든 아르메니아를 거치든 이 길을 통해 이란 북동부로 가서 투르크메니스탄으로 빠지니 요 지점이 딱 길목인 셈이다. 그냥 지나쳐서 좀 아쉽다. 난 다시 갈 길을 간다.
해가 질 무렵 휴게소 간판을 보고 섰는데 황량한 곳에 덩그러니 있는 식당은 문을 닫았다. 삼 일째 아침으로 간단한 난과 저녁만 먹고 있다. 무지 배가 고프다. 구석진 곳에 구멍가게가 있어 보니 참치캔과 난이 있다. 참치캔에 갖고 있던 고추장을 풀어 비빈 후 난에 싸먹는다.
참치캔과 고추장은 궁합이 잘 맞아서 맛이 좋다. 집에서도 종종 이렇게 상추쌈을 먹었다. 어설픈 음식보다 차라리 이게 낫다. 구멍가게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옆 식당이 자기 거란다. 장사가 안 돼 문을 닫았나 보다. 허락을 받고 널찍한 식당에 잠자리를 잡는다.
이란은 어디서나 물이 잘 나와 좋다. 샤워를 하고 빨래도 한다. 아직까진 순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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