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비가 좀 내렸다. 텐트를 말리는 사이 남은 빵으로 아침으로 해결한다.
비가 좀 와서 하늘이 맑다.
슬슬 내려오니 어느새 또 1,000m 다운. 중간에 찐 옥수수를 파는 곳이 일길래 잠시 멈춘다.
200드람 정도될 거라 생각했는데 하나에 500드람(약 1,450원)이나 한다. 돈도 남았으니 그냥 사 먹는다. 커피 한잔은 덤이다.
내리막 끝 지점에서 두 갈래길이 나온다. 오른쪽은 고도 1,000m 내외로 형성된 길이지만 아제르바이젠과 국경선을 맞대고 있어 위험하다는 길. 왼쪽은 카우치서핑 연락된 친구가 있는 마을이 있고, 경치가 좋지만 2,000m 고지가 있는 길. 난 당연히 몸이 편한 오른쪽 길을 택한다.
오늘따라 유난히 고기 굽는 냄새가 많이 나서 따져보니 일요일이다. 여기저기 캠핑을 하며 노는 사람이 많다. 물이 흐르는 곳이 많고 어디나 유원지 분위기인 나라라 특정한 장소가 아니라도 그런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
한참을 달려 한 도시를 지나는데 분위기가 을씨년하다. 폐가처럼 보이는 집도 많고 주변 건물 수에 비해 사람 수가 너무 적다. 아마 어떤 산업단지가 들어와서 흥했다가 망하면서 사람이 빠져나간 도시 같다.
슬슬 배가 고파지려 하는 찰라 야생 구즈베리 나무가 보인다. 지금이 딱 철이라 맛이 아주 좋다. 자전거를 세워놓고 정신 없이 따 먹는다. 30분 정도 따 먹으니 배가 부르다. 트름 한번 해주고 담배 한 대 피며 주변을 둘러보니 저만치엔 송글송글 블루베리가 새까맣게 열려있는 것이 아닌가. 도저히 가만 둘 수 없어 봉지를 꺼내 따 담는다. 요것들은 밀접도가 아주 높게 열려서 손만 뻗으면 되는 가지에 있는 것만 따도 한 봉지가 금방 나온다.
블루베리를 좋아하는데 가공식품만 먹었지 이렇게 생 블루베리를 먹어본 적은 없다. 오늘 저녁은 블루베리다.
다시 달린다. 전체적으로 낮은 고도지만 그렇다고 편한 길은 아니다. 그 고도 내에서도 계속 오르락 내리락 하니 힘들긴 마찬가지다. 해가 질 무렵이 돼서 잠자리도 알아볼 겸 한 식당에 들린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장사는 안 한다. 안타까운지 한 아저씨가 음료수와 샌드위치를 준다. 아마 가게 관계자인 듯 하다. 답례로 아이들에게 기념품을 주니 갑작스럽게 친근 모드가 된다. 이 기회를 틈 타 텐트 자릴 부탁했더니 다른 사람과 상의를 하더니 여긴 안 좋다며 따라 오란다. 아저씨는 차를 타고 자전거로 따라가는데 몸이 지친 상태에서 산길을 달리는 차를 따라갈 수가 없다. 차는 놓쳐버리고 해도 진다. 그 사이 마을도 지나치고 비까지 내린다. 깝깝한 상황이다. 별 방법이 없다. 민가가 나올 때까지 어두워진 산길을 비 맞으며 달린다.
한 시간 정도 달리니 저만치에 불빛이 보인다. 무작정 들어가 아저씨는 부른다. 처마 밑에 텐트를 쳐도 되냐 물으니 비오니 우선 들어오라 한다. 커피를 한 잔 주고, 자연스럽게 보드카도 꺼낸다. 토마토와 손으로 죽죽 찢은 빵과 덩어리 치즈. 그 모습이 백열등과 어우러져 마치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유태인 한 명쯤 숨어 있을법한 농가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당장 독일군 장교가 문을 차고 들어와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다. 그렇게 간단한 술자리를 마치고 부엌 옆 간이 침대에 이불을 내 준다. 이렇게 또 잠자리를 얻는다. 시골 인심은 어디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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