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여행기를 올린다.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할 기회가 많지 않으니 이 참에 터키 루트를 그린다. 터키는 추천 여행지가 너무 많다. 적당히 꼬이지 않게 동선을 만든다. 8월 1일부터 한 달간 라마단 기간이라는데 그게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겠다. 멀찌감치 카우치서핑 연락도 해 둔다. 뭐니 뭐니 해도 제일 중요한 건 머물 곳을 확보하는 것이다.
대충 정리를 하고 배가 고파 가게에 간다. 도시락 사발면이 있을까 싶었는데 그건 없지만 얘네가 만든 조그만 라면이 있어 네 개를 산다. 한 개에 0.55라리(약 350원)로 값도 적당하다. 맛은 좀 덜하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야. 네 개는 좀 많았다. 내일은 세 개 먹어야지.
집이 너무 지저분해 대충 바닥을 쓸고, 빨래도 한다. 인터넷이 빨리 그 동안 놓쳤던 프로그램과 영화를 다운받으며 시간을 보낸다. 건조한 기후여서 집에 있을 땐 잘 몰랐는데 날씨를 체크해보니 낮에는 39도까지 올라가는 날씨다. 갑자기 더워진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바코가 퇴근한다. 그리고 또 나간다. 허리가 유난히 긴 무섭게 생긴 여자친구와 같이 높은 언덕에 위치한 낡은 성에 간다. 성 자체는 많이 훼손돼 볼 게 없는데 그곳에서 보는 도시의 전경이 멋지다. 바람 쐬러 온 사람도 많고, 연애질하는 것들도 많다. 멋진 도시 전경 한 가운데 큼직한 직사각형 모양의 흉한 건물이 하나 들어서 있다. 건물 위에는 뭐가 그리 자랑스러운지 대문짝만하게 'HYUNDAI'라는 간판이 올려져 있다. 이런 바보 같은...
성 구석구석을 돌다 가장 높은 위치에 가니 석양이 지고 도시의 불빛이 켜지면서 훌륭한 야경이 펼쳐진다. 야경 하나는 정말 예술이다.
성에서 나와 다시 차를 타고 도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타워에 간다. 방송용 송신탑이라는데 주변에 테마파크가 조성돼 있다. 더 멋진 야경을 기대했는데 탑에 올라가지 않고는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정상 부근에 대관람차가 있는데 한 번 타 볼만 할 것 같다. 롤러코스터니 범버카니 놀이기구가 많고 카페도 많아 사람들이 많이 놀러 왔다. 우린 슬슬 산책하며 둘러본 다음 내려와 펍에 간다.
시끄럽지만 싫지 않은 음악이 나오고 맥주를 마신다. 바코의 여자친구는 영어를 잘 못해 분위기가 살짝 어색하다. 이란에서 건너왔다는 처음 보는 보드게임 같은 걸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사람마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인터넷이 자유로운 집에서 혼자 자유롭게 있다 퇴근 후 같이 동네 구경시켜주는 호스트가 내겐 최고다. 하여 트빌리시가 맘에 드는 이유에서 바코의 영향은 크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였다. 이제 혼자 낮에 한 번 구석구석 다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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