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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C#2. 2021년 12월 23일

2022. 2. 17. 11:31 | Posted by inu1ina2

평소보다 두어 시간 일찍 잠에서 깬다. 세르비아와 우리나라 시차가 8시간 차이니까 시차 적응을 하려면 사나흘은 걸릴 거다. 아이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새벽부터 세르비아! 세르비아!” 하며 뛰어 돌아다닌다. 아무래도 층간 소음에서 자유로워진 이유도 있을 것이다.

아래층으로 내려와 아침을 먹는다. 세르비아의 아침은 빵과 샐러드, 치즈, 요거트, 카이막과 같은 유제품과 베이컨을 주로 먹는다. 베이컨은 생으로 훈제된 것이라 우리나라에서 파는 베이컨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다. 베이컨뿐만 아니라 돼지 부위별로 생햄을 파는데 그 맛이 별미라 술안주로도 좋다. 잘 알다시피 돼지 뒷다릿살로 만든 생햄을 스페인에서는 하몽이라 하는데 유럽 전역에서 이런 식의 훈제 염장된 돼지 고기를 먹는다.

아침을 먹고 마트에 간다. 우선 돈을 환전하고 마트를 둘러본다.

장인 장모님 집에서 계속 밥을 먹을 것이기 때문에 크게 장을 볼 건 없다. 비누, 쥬스를 좀 사고 역시 빠질 수 없는 맥주를 좀 산다. 이곳도 큰 주류업체에서는 주로 라거를 내놓는데 소규모 브루어리에서는 다양하고 맛좋은 맥주를 선보이고 있다. 근래 즐겨 마시는 IPA를 종류별로 장바구니에 넣는다.

돌아와서 아이들은 할머니와 함께 쿠키 만들기 놀이를 한다. 아무래도 집에서는 치우는 게 귀찮아서 아이들과 요리 놀이하기가 좀 한정적인데, 집에서 슬리퍼를 신고 생활하는 문화권에서는 그런 것에 대해 좀 덜 신경 쓰인다. 우리나라의 온돌문화가 마냥 좋은 것만 있는 건 아니다.

점심을 먹으러 유명하다는 식당에 간다.

내가 내장요리를 좋아한다 해서 특별히 데려간 곳인데, 솔직히 다른 나라의 내장요리는 선뜻 내키지 않아서 나는 양고기 찜을 시킨다. 양고기 찜은 부들부들 맛이 좋다.

아이들을 위해 시킨 세르비아 대표 요리인 체바피 또한 훌륭하다. 장인어른이 시킨 소내장 스튜의 맛에선 당연한 듯 구린내가 난다. 암내 유전자가 현저히 적은 우리나라 사람은 그만큼 냄새에 민감하고 그래서 고기의 노린내를 없애는 조리법이 발달했는데 서양인은 그렇지 않다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그러니 어디의 조리법이 더 우수하다기보다 유전적 특성에 의해 조리법이 발달한 것뿐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유독 여행 중에도 한식을 찾는 이유가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소내장 스튜를 제외하면 육식 위주의 세르비아 식단은 내게 잘 맞는다. 단지 음식이 너무 짜고 양이 많아서 그릇을 다 비울 순 없었다. 그리고 금연 딱지가 버젓이 붙어있는 식당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 재떨이가 놓여있고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게 좀 껄끄러웠다. 어쨌든 맛있게 양껏 배를 채우고 집으로 돌아온다.

일로나가 친구를 만나러 나간다. 시차를 맞추기 위해 애들 낮잠을 한번 재우고 싶은데 애들은 전혀 잘 생각이 없다. 나도 동네 구경을 좀 하고 싶어서 아이들 눈치를 살펴보지만, 어른들과 잘 돌다가도 내가 눈에 안 보이면 울어버리는 둘째 때문에 자리를 뜰 수가 없다. 어른들이 영어를 못하셔서 나는 그저 멀뚱히 책 좀 보다 웹서핑 좀 하다 아이들과 좀 놀다 하며 무료한 시간을 보낸다.

어른들이 아이들만 데리고 산책을 나가려 하는데 역시 둘째가 날 잡고 늘어지는 통에 나도 채비를 하고 같이 나간다. 이곳은 주택가라 딱히 볼만한 구경거리가 없다.

그저 건물 사이를 걷다 나타나는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좀 놀고 다시 걷다 나타나는 비슷한 놀이터에서 또 놀고 하며 시간을 보낸다.

돌아와 저녁을 먹는 중에 아이들이 슬슬 짜증을 부리더니 이내 잠이 든다. 어제보다 한두 시간 늦추려고 했건만 같은 시각에 잠이 들고 말았다. 나만 조용히 어른들과 식사를 하고 우리 집으로 돌아온다. 곧 일로나가 돌아오고 다시 이른 잠자리에 든다. 내일도 꼭두새벽에 일어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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