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8. 하루 종일 테라스에 앉아 3 (1월12일 am9:00 ~ 1월13일 am12:30)
2010. 3. 15. 01:13 |효일이는 새벽 늦게까지 작업을 했나 보다. 곤히 자는 효일이를 놔두고 노트북을 들고 나온다. 목적지는 인터넷이 됐던 카페 옆 언덕. 길가에 앉아 노트북을 켜니, 옳거니! wi-fi가 잡힌다. 약하지만 필요한 건 할 수 있다. 인터넷 접속비를 따로 받으니 어쩔 수 없다. 게다가 카페에 가면 최소한 음료도 사 먹어야 하는데 이곳 물가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40달러의 숙박비를 받는 호텔에 딸려있는 카페니 이런 구차한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지만 그 정도 쯤이야. 호텔 관계자만 아니면 상관없다. 굉장히 낯을 가리는 성격이었는데 여행 중에는 그럴 수 없다. 작은 부끄러움을 버리고 좀 더 넉살을 부리면 여행이 더 즐거울 수 있다.
필요한 일 처리를 하고 돌아와 다리를 건너 밥을 먹고 와서 어제처럼 테라스에 자리를 잡는다. 오늘은 효일이가 작업할 차례. 난 옆에서 한가롭게 론리 플래닛 베트남을 독파한다. 이제 어느 정도 우리 여행의 방식이 우리 스타일 데로 만들어져서 가이드 북의 추천 정보가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정말 필요한 정보만 담는다. 오늘은 위쪽 다리를 지나가는 한국인 여행자들이 좀 보인다. 심심해서 말을 걸어볼까 하다 귀찮아서 만다. 우쿨렐레를 들고 나와 노래를 만든다. 보통 5~6시간 정도에 한 곡을 만드는데 4시간 정도는 가사 쓰는데 시간을 보낸다.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영.미권 음악을 주로 들어왔는데 가사가 얼마나 중요하고 힘들게 만들어지는지 새삼 느낀다. 그러니깐 난 항상 반만 듣고 있었던 셈이다. 바보같이 느껴진다. 우쿨렐레를 들고 온 건 연주 실력을 늘려볼 생각에서였는데 노래를 만들면서 노트 잡고 있는 시간이 더 많으니 연주는 늘 제자리 걸음이다. 기술보다 창작이 더 재미있는 일이지만 곧 부족한 기술에 창작의 발전이 방해 받는 시간이 올 거다.
자전거 탈 땐 피곤해서, 쉴 땐 여기저기 구경하고 작업하느라 그 외에 것을 할 시간이 잘 나지 않는다. 영어 공부하려고 책을 두 권이나 가져왔는데 보지도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여행 경로에서 영어 쓸 일이 없어 절실하지 않아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꾸준한 공부가 필요한 것이기에 손을 못 대고 있다. 게르에서 지낼 때가 좋은 기회였는데 그땐 아직 여행 놀이에 열중해야 할 시간이었다. 비자 기간이 넉넉한 태국에 가면 또 다시 장시간 머물 장소를 한 번 물색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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