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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효일이는 새벽 늦게까지 작업을 했나 보다. 곤히 자는 효일이를 놔두고 노트북을 들고 나온다. 목적지는 인터넷이 됐던 카페 옆 언덕. 길가에 앉아 노트북을 켜니, 옳거니! wi-fi가 잡힌다. 약하지만 필요한 건 할 수 있다. 인터넷 접속비를 따로 받으니 어쩔 수 없다. 게다가 카페에 가면 최소한 음료도 사 먹어야 하는데 이곳 물가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40달러의 숙박비를 받는 호텔에 딸려있는 카페니 이런 구차한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지만 그 정도 쯤이야. 호텔 관계자만 아니면 상관없다. 굉장히 낯을 가리는 성격이었는데 여행 중에는 그럴 수 없다. 작은 부끄러움을 버리고 좀 더 넉살을 부리면 여행이 더 즐거울 수 있다.

필요한 일 처리를 하고 돌아와 다리를 건너 밥을 먹고 와서 어제처럼 테라스에 자리를 잡는다. 오늘은 효일이가 작업할 차례. 난 옆에서 한가롭게 론리 플래닛 베트남을 독파한다. 이제 어느 정도 우리 여행의 방식이 우리 스타일 데로 만들어져서 가이드 북의 추천 정보가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정말 필요한 정보만 담는다. C 9-2오늘은 위쪽 다리를 지나가는 한국인 여행자들이 좀 보인다. 심심해서 말을 걸어볼까 하다 귀찮아서 만다. 우쿨렐레를 들고 나와 노래를 만든다. 보통 5~6시간 정도에 한 곡을 만드는데 4시간 정도는 가사 쓰는데 시간을 보낸다.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영.미권 음악을 주로 들어왔는데 가사가 얼마나 중요하고 힘들게 만들어지는지 새삼 느낀다. 그러니깐 난 항상 반만 듣고 있었던 셈이다. 바보같이 느껴진다. 우쿨렐레를 들고 온 건 연주 실력을 늘려볼 생각에서였는데 노래를 만들면서 노트 잡고 있는 시간이 더 많으니 연주는 늘 제자리 걸음이다. 기술보다 창작이 더 재미있는 일이지만 곧 부족한 기술에 창작의 발전이 방해 받는 시간이 올 거다.

자전거 탈 땐 피곤해서, 쉴 땐 여기저기 구경하고 작업하느라 그 외에 것을 할 시간이 잘 나지 않는다. 영어 공부하려고 책을 두 권이나 가져왔는데 보지도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여행 경로에서 영어 쓸 일이 없어 절실하지 않아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꾸준한 공부가 필요한 것이기에 손을 못 대고 있다. 게르에서 지낼 때가 좋은 기회였는데 그땐 아직 여행 놀이에 열중해야 할 시간이었다. 비자 기간이 넉넉한 태국에 가면 또 다시 장시간 머물 장소를 한 번 물색해 봐야겠다.C 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