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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일어나 슬슬 하노이로 달린다.

하노이의 느낌은 그 분위기나 크기로 봐서 을지로, 청계천, 동대문 시장을 하나로 묶어놓은 듯 하다. 그리고 도로를 점유하고 있는 건 차가 아니라 수많은 오토바이다. 그 사이에 동참해 우리도 도로 한 가운데로 달린다. 이런 곳에서는 정말 급 출발, 급 제동은 사고 나기 십상이다. 그냥 물 흐르듯 천천히 달리면 알아서 다 비켜나간다. 교통법규가 우리나라와 같다면 이곳의 자동차 운전자들은 꽤나 곤욕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할 일이 많다. 우선 출입국 사무소에 들려 비자 연장에 대해 알아보려 하지만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 그냥 나온다. 플랜 베트남에 들려 담당자와 만난다. C 3-1처음에는 사무적인 만남과 촬영으로 끝날 일이었지만, 22일에 우리나라의 후원자가 후원아동을 방문하기로 해서 그 시간을 맞추려고 일부러 라오스에 들렸다 온 것이다. 담당자와의 간단한 미팅을 마치고, 이번에는 문제가 있는 카메라 렌즈를 고치기 위해 니콘 서비스 센터로 간다. 카메라를 한 번 떨어뜨려 노출과 포커스가 잘 맞지 않는다. 가격이 비싸 포커스는 수동으로 맞추기로 하고 조리개만 손 봐달라 맡기고 하노이 한인회를 방문한다. 그곳에서 만난 분의 친절함과 다르게 베트남 비자는 연장이 힘들 것 같다. 작년 말부터 비자법이 강화돼서 무비자로 온 사람은 연장이 힘들다고 한다. 공식적으론 그렇고 방법이 있긴 한데 그 방법은 개인당 100달러가 드는 아주 질 나쁜 방법이다. 깨끗이 포기한다. 시안에서 감기가 걸린 후 효일이는 아직도 가끔 심한 기침을 한다. 그리고 라오스에서 벌레에 물린 귀에 통증이 남아 있다고 해서 다음은 이곳에서 제일 저렴하다는 베트남-한국 선린 병원에 간다. 난 밖에서 기다린다. 착한 의사 선생님이 진료 안받았다고 뻥치라고 해서 무료로 진료를 받고 나온다.

마지막은 카우치서핑을 통해 연락을 주고 받은 세드릭이란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주소를 알아본다. 세드릭은 자기는 일 때문에 오늘 못 들어가고 친구가 9시쯤에 집에 가니 찾아가 보라고 주소를 찍어준다. 아직 5시쯤이라 카페에 들어가 시간을 때우고, 8시에 그의 집을 찾아 간다. 하노이 중심가 동쪽엔 홍강이라 불리는 큰 강이 흐르는데 그 다리를 건너니 주택가가 나온다. 작은 집들이 밀집돼있고 베트남 주소 시스템을 잘 몰라 한참을 헤맨 끝에 찾는다. 그의 친구는 옥상 옆 빈 공간에 자리를 마련해 준다. 사람이 자는 목적의 공간은 아니지만 이불이 깔려있는 걸로 봐서 이미 많은 서퍼들이 이곳을 거쳐간 듯 싶다. 아무렴 어떠리. 텐트 생활에 비하면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훌륭하다. C 3-2이 집은 4층짜리 건물인데 이곳에 사는 친구들도 모두 심상치 않고 벽에는 직접 그린 그림들이 붙어있다. 모두 프랑스인들인 듯 한데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프랑스에서 젊은 예술가들이 허름한 아파트를 아뜰리에로 쓴다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그런 류의 친구들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내일 세드릭이 오면 더 자세한 걸 한 번 물어봐야겠다.

오늘 하루 한 일도 많고, 물가 비싼 하노이에서 공짜 숙소도 얻어서 왠지 훌륭한 하루를 보낸 것 같다. 아 뿌듯해..